[격전!4.13]구리는 이미 '본선'모드…與野현역 선점

[격전!4.13]구리는 이미 '본선'모드…與野현역 선점

배소진 기자
2016.02.03 05:31

[the300]과거 총선 결과 '여-야-여-야'…국민의당 가세가 '변수'

4.13 총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이 한창인 다른 지역과 달리 경기도 구리시는 이미 대진표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후보자는 단 3명. 옆동네 남양주시에 2일 현재 무려 23명의 후보자가 몰린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후보자들의 발길이 뜸한 건 이미 쟁쟁한 현역의원들이 지역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윤호중 의원이 'Mr.별내선'을 자처하며 3선을 노리고 있고 비례대표인 박창식 새누리당 의원도 일찌감치 지역기반을 다져왔다. 둘 다 당내에선 딱히 경쟁자가 없어 이변이 없는 한 이들 현직 의원들의 공천 가능성이 높다.

지역판세를 놓고봐도 예비후보자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곳이 아니다. 그동안 총선에서 지역 민심은 여야의 손을 번갈아가며 들어줬다. 그것도 1000표, 2000표 싸움을 하는 '초박빙'지역이었던 터라 양쪽 모두 마지막까지 긴장을 낮출 수 없다. 결국 후보자들에게 구리는 '험지'라기엔 애매하고 '양지'라기엔 볕이 너무 들지 않는 지역인 셈이다.

◇후보자 누가 뛰나

현재 구리의 터줏대감은 재선의 윤호중 더민주 의원이다. 16회 총선부터 내리 16년간 구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 17대와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중앙 정치무대에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 야당 간사로 활약하고 있지만 지역구에서 그를 유명하게 만드는 건 단연 '별내선'이다.

별내선은 서울 강동구 암사역에서 구리를 지나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역까지 이어지는 서울 지하철 8호선 연장선의 별칭이다. 2005년 윤 의원이 최초 제안해 지난해 말 첫 삽을 뜨기까지 꼬박 1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별내선이 갖은 곡절을 겪는 동안 윤 의원도 울고 웃었다. 2007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치고도 18대 총선에서는 '당초 계획이 어그러지고 있다'는 상대후보의 공세를 받았다. 별내선이 간절한 지역주민들은 '힘있는 집권여당'을 원했고, 그 염원은 윤 의원의 '낙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자리를 비운 4년간 별내선 사업은 '암흑기'를 겪었고, 주민들은 19대 때 윤 의원을 다시 국회로 불러들였다. 재선의 윤 의원은 사업 추진과 예산 증액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입지를 굳혔다. '일 잘하는 의원' 이미지로 지역구민들의 평가도 후한 편이다. 윤 의원이 20대 총선에서도 별내선에 '올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이번엔 '구리선'(지하철 6호선 연장사업)으로 지역주민 마음 사로잡기에 나섰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건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박창식 새누리당 의원이다. MBC드라마 제작국 프로듀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드라마계의 굵직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구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07년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제작할 당시 구리에 대장간마을 촬영세트장을 지으면서다. 그리고 국회에 들어온 뒤인 2013년엔 새누리당 구리시 당협위원장을 거머쥐었다. 이후 크고작은 지역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일찌감치 지역구 의원으로 '변신'할 채비를 하고 있다.

대중문화 분야 전문가답게 박 의원은 정부의 문화창조융복합벨트 구상에 발맞춰 구리를 관광분야를 접목한 '문화산업'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의 1대1 구도에 정치신인 정경진 후보(50)는 국민의당으로 맞선다.

한의사 출신인 정 후보는 20년간 구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렸다. 경기도한의사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사단법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이사장'으로 있다.

평소 지역에서 각종 시민단체 활동을 하던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의원을 만나 경기경제포럼을 조직하는 등 일찍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지난달 10일 열린 국민의당 창당발기인대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역 판세

바로 옆 지역 남양주와 더불어 구리 역시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정작 구리주민들은 한 번도 야당에 '몰표'를 준 적이 없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구리에서 50.5%의 득표율을 기록, 아주 근소한 차이로 문재인 후보(49.59%)를 제쳤다. 제6회 지방선거에서도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50.30%를 기록하며 40.69%의 김진표 후보를 이겼다.

총선만 놓고 보면 구리는 86년 선거구가 분리된 후 치러진 13대 총선부터 19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한 번을 제외하고 항상 국회의원이 바뀌었다. 13대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당선된 전용원 전 의원이 15대, 16대 연이어 당선되며 3선 의원이 됐던 게 전부다. (14대 의원은 '코미디언의 황제'라 불리는 고 이주일씨(본명 정주일·통일국민당)였다.)

특히 16대 부터는 철저하게 여야 번갈아가며 손을 들어줬을 정도로 구리는 냉정한 '표심'을 자랑한다.

1,2위 득표율도 거의 비등해서 16대 전 전 의원은 2위 윤호중 의원에 5231표차, 17대 윤 의원은 전 전 의원에 4641표로 이겼다. 18대에선 옛 새천년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꾼 주광덕 전 의원이 윤 의원에 3832표차로 신승을 거뒀다. 가장 최근의 19대 총선은 그야말로 초박빙이었다. 윤 의원과 주 전 의원의 표차는 불과 1555표(1.87%p)밖에 나지 않았다.

15대 총선부터 18대 총선까지는 구리에서 이긴 정당이 다수당이 되는 흥미로운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지만 총선의 '바로미터'(풍향계)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지역구도에서 국민의당 소속 정 후보가 어느 쪽 진영의 표를 더 많이 분산시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우선 내심 웃는 건 새누리당이다. 한 표가 아쉬운 싸움에서 아무래도 국민의당이 야당 표를 더 많이 가져갈 것이란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국민의당이 뜻밖의 돌풍을 일으킬 경우 판세를 뒤집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구리에서 국민의당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의원의 경우 이미 뒤쳐지는 정당 지지도를 '인물론'으로 메우고 있어 전략상 수정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란 평가다. 오히려 여당을 지지하던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가 국민의당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구리는 총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시장 재선거도 변수다. 더민주 소속 박영순 전 시장이 지난해 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결국 시장직을 상실했기 때문에 여야 모두 새 시장후보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관선 시장을 포함해 2,4,5,6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며 한 도시에서만 16년이나 시장직을 지낸 그의 '맨파워'는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지역내 정치권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박 전 시장과 '교감'할 수 있는 시장후보를 내야 총선에서 이긴다는 인식이 퍼져있을 정도. 하루빨리 '런닝메이트'를 선정해야 하는 각 당의 고심이 깊을 수 밖에 없다.

◇지역 현안

'별내선'과 '구리선'으로 불리는 지하철 연장사업은 서울 강북권과 연결을 원하는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지난해 별내선 공사가 시작됐지만 완공은 2022년, 총 사업비도 1조2806억원에 달한다. 구리선은 지난해 말 막 예비타당성 조사대상 사업에 선정된 단계다. 후보자들로서는 이를 차질없이 완수하는 게 지역공약 1번일 수 밖에 없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도 난제다. 박 전 시장이 오랫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한 이 사업이 어떻게 풀리느냐는 총선에서 당락을 결정할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그린벨트인 토평·교문·수택동 한강변 172만1000㎡에 추진 중인 초대형 프로젝트로, 구리시는 11만명의 일자리 창출, 약 7조원의 경제파급효과와 10억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디자인센터 상설전시장, 엑스포 시설, 상업시설·주택단지 등을 포함한 디자인 국제도시를 설립한다는 이 계획을 전국에서 가장 작은 도시인 구리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

그동안 구리월드디자인시티는 그린벨트 해제 문제로 서울시와 환경단체 등의 반대를 받아 수차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결정이 연기돼 왔다. 행정자치부의 중앙투자심의위원회에서도 5차례나 재검토 결정을 내리는 등 약 7년간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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