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야권의 성지…甲 유기홍vs김성식 맞대결·乙서 오신환 살아남을까

서울 관악구는 야권의 '관악대장군'이란 별칭으로 불린다. 일명 여권 '강남3대장'(강남·서초·송파)에 홀로 맞서도 대적할 만 하다 해서 붙여진 재치있는 표현이다. 과거 치러진 주요 선거마다 관악구는 야당 후보에게 말 그대로 '몰표'를 줬다.
서울시 25개구 가운데 인구수가 5위(2015년 주민등록인구 기준 52만9031명)에 달하는 데다 투표율도 높은 수준. '야성(野性)'에서는 서울시 내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그런 관악구도 이번 4.13 총선은 야당이 마냥 마음 놓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현역 의원을 앞세운 여당의 기세가 무서운데다 야권 내부의 분열이 어느 때보다 심하다. 관악대장군의 위엄이 지켜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관악갑, 유기홍-김성식 4번째 대결의 결말은
관악갑 현역의원은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17대와 19대에 이어 20대 총선에서 3선을 노린다. 노사모에 뿌리를 두고 있는 '참여정치연구회' 출신인 유 의원은 지난해 하반기 국정교과서 논란 당시 대정부 공격의 선봉장에 서며 야권 지지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역에서는 지난해 9월 첫 삽을 뜬 '경전철 신림선'이 유 의원의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영원한 적수는 김성식 전 의원. 한나라당 후보로, 무소속으로, 이번에는 야권인 국민의당 후보로 매번 소속을 바꿔가며 유 의원과 관악갑에서 내리 4번째 맞붙고 있다.
두 사람은 서울대 77학번 동기.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는 점은 공통점이지만 이후 유 의원은 김근태, 이해찬 의원과 함께 활동하며 야권의 개혁정당 창당에 참여한 반면 김 전 의원은 한나라당에 들어가 미래연대에서 당 개혁을 이끌었다.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브레인'이었으나 손 대표의 한나라당 탈당에 반대하며 당에 남았다.
두 사람이 관악에서 처음 만난 17대 총선에는 유 의원이 '탄핵바람'을 타고 김 전 의원에 1만5000여표차로 여유있게 승리했다. 그러나 18대는 김 전 의원이 3000표도 안되는 박빙의 차이로 이겼다. 김 전 의원은 국회에 들어와 한나라당 초선모임 민본 21 공동간사를 지냈으나 2011년 12월 당쇄신을 요구하며 탈당, 19대엔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다.
지금까지 스코어는 2대 1. 20대 총선 역시 유 의원과 김 전 의원 간의 1대1 대결이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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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경우 관악갑은 당협위원장이던 김 전 의원이 탈당한 후 쭉 사고당협지다. 19대에는 그가 복당할 가능성을 고려해 당협위원장을 정하지 않고 공천도 하지 않았지만 김 전 의원이 낙선한 후엔 선뜻 손을 드는 사람이 없는 상태다. 이번 총선에서는 김갑룡 전 서울시의원, 원영섭 변호사, 임창빈 새누리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등 4명이 새누리당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이밖에 정의당에선 이동영 관악지역위원장이 나선다.
관악갑은 관악현대푸르지오 아파트, 관악드림타운, 우성아파트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다. 또 서울대입구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크게 발달해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다. 지역민들에겐 교통체증이 가장 큰 골칫덩어리인 셈이다.
신림선경전철은 여의도 샛강역을 출발해 대방역, 여의방대로, 보라매역, 보라매공원, 신림역을 경우해 서울대 앞을 연결하는 총 7.8km 구간 도시철도다. 경전철이 개통되면 여의도에서 신림동까지 소요되는 출퇴근 시간이 기존 40분대에서 15분으로 단축된다.

◇관악을, 野 4분5열 속 與 오신환 깃발 사수할까
관악구는 지역민 중 호남, 충청 출신이 많아 '서울 속의 호남'이라고도 불린다. 그 중에서도 일명 '고시촌'을 끼고 있는 관악을은 관악갑보다 20대~30대 젊은층이 많이 거주해 유독 진보적인 성향이 두드러진다. 표심의 결집력도 폭발적이다.
실제로 관악을은 1988년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후 27년간 한번도 보수정당이 당선된 적 없는 야권 성지 중의 성지였다.
이해찬 의원은 13대 국회부터 관악을에서 내리 5선을 했다. 19대 국회에선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 후보에서 물러나고 야권단일경선에 불만을 제기하며 민주통합당을 탈당한 김희철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서는 등 야권이 분열된 가운데서도 이상규 통진당 후보가 당선됐을 정도다.
여당 누구도 넘볼 수 없을 것 같던 관악을은 지난해 4.29 재보선에서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통진당 해산으로 이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가운데 '젊은 지역 일꾼'을 내세운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된 것.
야권이 정동영 전 의원과 정태호 더민주 지역위원장으로 분열된 탓이 가장 크지만 '지난 27년간 야당후보를 당선시켰지만 지역은 오히려 낙후됐다'는 여당의 일갈도 먹혀들었다. '달동네 판자촌'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지역민들의 '콤플렉스'를 제대로 건드렸다.
오 의원은 재보궐 당선된 후에도 사실상 선거운동 체제로 차근차근 준비하는 중이다. 당내에서도 경쟁자 없이 단독 공천신청을 해 일찌감치 본선을 대비할 수 있다.
반대로 야당은 그야말로 후보 난립의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정태호가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더민주 내에선 영입인사인 김병관 웹젠 대표에게 관악을 출마를 권유하고 있단 얘기도 들린다.
지난 19대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김희철 전 의원은 국민의당에 입당해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상태다. 김희철은 정통 동교동계로 분류된다. 여기에 안철수의 측근인 박왕규 사단법인 더불어사는 행복한 관악 이사장도 국민의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국민의당에서 어떻게 '교통정리'를 할 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여기에 이상규 전 의원까지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지역이슈는 단연 '사시존치'다. 고시천을 찾아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상권이 급격하게 침체됐다. 거리가 낙후되자 학생들은 점점 번듯하고 화려한 서울대입구역-낙성대역 일대 상권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재보선기간 고시촌에는 각 후보가 저마다 '사시를 살리겠다'고 한목소리로 약속했다. 그만큼 지역 표심을 움직이는 데 '사시존치'가 절실했다는 얘기다.
낙후된 아파트시설과 턱없이 부족한 대중교통도 문제다. 관악구 관내에는 지하철역이 단 4개로, 서울시 모든 구들 중 가작 적다. 그나마 관악을을 지나는 지하철은 신림역 하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