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건시대 보다 못한 시절에 사는 국민

봉건시대 보다 못한 시절에 사는 국민

오세중 기자
2016.10.27 05:53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오세중 기자
오세중 기자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를 둘러싼 이슈가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다. 더 참담한 것은 그 '막장 드라마' 같은 설(說)들이 '사실'로 옮겨가며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에 최순실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박 대통령이 직접 시인했다. 또한 4년여간 비밀로 부쳐졌던 군 기밀도 당시 최씨가 청와대로부터 문서를 받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각종 인사에 관여한 '정황' 등 허무맹랑한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 한꺼풀씩 드러나면서 조각이 맞춰지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원종 비서실장은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으로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믿을 사람 있겠느냐"고 말했다.

졸지에 우리 국민들은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시대에 사는 백성으로 전락했다.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수 백년 전에도 있지 않을 법한 상황이라고 치부한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런 말을 믿게 되는 비정상적인 국민이 된 셈이다. 이 실장 역시 국감에서 알았건 몰랐건 간에 위증한 셈이 되면서 고발을 당할 처지가 됐음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이 같은 최씨의 '수렴청정'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2012년 12월 검찰 수사를 받던 박관천 전 경정이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 최순실씨가 1위이고, 정윤회씨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설마 설마 했는데 이 정도일 줄 까지는 몰랐다. 어떻게 군 기밀까지 보고 받을 수 있을까"라며 "아직 초반이라 어떤 내용들이 더 나올 지 정말 감이 안 잡힌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금의 국정상황은 '심각'이라는 단어로 갈음하기에는 사안의 파장이 크다. 박 대통령이 이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 시키기 위한 묘수를 이 사태에서는 어떻게 적용할까 눈길이 모아졌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달랑 2분짜리 녹화 사과방송으로 연설물 유출에 대해 해명했을 뿐이다. 이 사안을 연설물 유출이라는 프레임 전환용으로 보면 지나친 비약일까?

특히 어떤 사안에서라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박 대통령이 최씨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을 두고 최씨 감싸기에 급급한 모양새라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이쯤 되자 박 대통령에게 최씨가 어떤 사람이었길래 이렇게 두둔하는 것일까라는 말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연설물을 왜 최씨가 무슨 자격으로 검토했으며 다른 각종 사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느냐에 대한 것이었는데도 대통령의 사과에 알맹이가 빠졌다.

청와대는 더불어 정윤회 때처럼 강경한 자세를 숨기고, 최순실 자료 유출이 '불법이 아닌 것으로 해석'한다는 방어막 치기에 분주하다.

'정치달인'이라는 박 대통령의 제대로 된 해명과 진심이 담긴 '정면돌파'가 없으면 이 위기를 넘기기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표현을 이 사안에서 실현할 수 있는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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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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