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요란하게 들어와 조용히 떠난 반기문, 달랐던 집앞 풍경

[현장+]요란하게 들어와 조용히 떠난 반기문, 달랐던 집앞 풍경

이건희 기자
2017.02.0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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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일만에 끝난 '정치도전'… 귀국일·불출마 선언일 귀갓길 비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 앞에 도착해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뉴스1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 앞에 도착해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뉴스1

#장면 1.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아파트 앞. 0도 안팎의 추운 날씨에도 동네 주민들 100여명이 아파트 입구로 나와 들뜬 표정으로 서 있었다. 지난달 12일 오후 8시의 풍경이었다.

이날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에서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건물 한 편에 따뜻한 차와 다과를 준비해놓고 반 전 총장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반 전 총장의 귀국이 반갑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은) 오래 살던 주민"이라며 "이번에 반 전 총장이 돌아와서 터가 좋다는 평을 듣는다. 반갑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경비원은 수십명에 달하는 취재진들과 카메라의 위치를 정리하는데 여념없었다. 반 전 총장 도착 10분 전 아파트 내 방송을 통해 귀국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방송이 끝나자 환영 인파는 300여명으로 불어났다.

오후 8시30분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도 반 전 총장을 맞이하기 위해 도착했다. 주민들은 환영 현수막을 들고 차량 진입로를 만들어놓고 반 전 총장의 이름을 연호했다. 5분 뒤 반 전 총장의 차량이 도착하자마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취재진과 주민들이 차량 주변을 둘러싼 탓이었다.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마이크를 받은 반 전 총장은 "10년 만에 사당동에 입주하게 무한하게 기쁘다"고 귀국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겪고 보고 느끼고 또 실천한 것을 우리나라를 위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며 다짐했다.

인사를 마치고 자택으로 들어갈 때도 반 전 총장은 환영인파와 뒤섞여 힘겹게 걸어야 했다. 그럼에도 반 전 총장은 이동 도중 어린 아이들이 보이면 일일이 사진을 찍거나, "열심히 해"라며 격려를 건넸다. 아기를 만나면 직접 들어안으며 의욕어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이 인파와 분리된 엘리베이터 진입로 앞에도 현수막이 걸려져 있었다. "대한민국 국격을 전 세계에 펼치신 반총장님 수고하셨습니다"는 내용이었다. 일부 주민들은 "반기문! 대통령!"을 연호했다. 귀국날 반 전 총장의 귀갓길은 뜨겁고 요란했다.

대선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입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선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입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면 2.20일이 지난 1일 오후 8시. 기온은 여전히 영하를 가리켰다. 반 전 총장의 자택 앞은 20일 전에 비해 조용했다. 추운 날씨에 귀가를 서두르는 주민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인근 식당 TV엔 반 전 총장의 불출마 뉴스가 나왔지만 눈길을 주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아파트 경비원은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몇몇 취재진이 지하주차장에서 기다린다는 사실을 전하고는 경비실 문을 닫았다.

이날 반 전 총장을 기다린 취재진은 채 열 명도 되지 않았다. 인산인해였던 20일 전 모습이 겹쳐졌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오후 9시30분쯤 반 전 총장의 차가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반 전 총장은 취재진을 보고 "기다렸냐"며 다소 놀란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기자의 질문에 응하며 약 8분여간 불출마에 대한 소회를 풀었다. 마음에 품은 것이 많았던 듯 질문 하나에도 2~3분씩 대답을 이어갔다. 20일동안 늘 언론을 막아서던 경호원도 이날은 기자들에게 공간을 내줬다.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반 전 총장은 "언론인들도 그동안 수고 많았다"며 일일이 악수를 건넸다. 반나절 전만 해도 쫓고 쫓기던 관계였다. 뜨겁고 요란했던 정치도전기를 끝낸 반 전 총장의 귀갓길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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