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싶던' 반기문 '뺨 때려준' 마지막날 장면 셋

'울고싶던' 반기문 '뺨 때려준' 마지막날 장면 셋

이건희 기자
2017.02.02 15:34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the300]불출마 선언날 만난 새누리당·바른정당·정의당 지도부의 의미심장했던 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불출마를 선언 한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불출마를 선언 한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저는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 국가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내린다"(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1일 국회 정론관 긴급기자회견)

반 전 총장의 입에서 "접겠다"는 단어가 나오자 기자회견장은 크게 술렁였다. 모두를 놀라게 한 대선 불출마 선언이었다. 이후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은 이날 새벽 아내와 단둘이 불출마 결심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날 반 전 총장은 여의도를 찾아 새누리당, 바른정당, 정의당 순으로 지도부를 예방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만나는 순간까지 속내를 감추고 정치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었다.

사퇴선언 전 연이어 만난 각 당 대표들은 일제히 반 전 총장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직격으로 날렸다. 반 전 총장의 마음을 알 길이 없었던 대표들이지만 지나고 보니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린 격'이었다.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 당사에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 당사에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나이 들면 낙상주의, 집에 있어야"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낙상주의'라는 단어로 반 전 총장에게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인 위원장은 "사람들이 저를 가르켜 진보주의자, 보수주의자라고 했다가 중도보수라고 한다"며 "최근엔 제가 낙상주의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면 특히 겨울에 미끄러워 여기저기 다니다 낙상하기가 아주 쉽다"며 "집에 가만히 있는게 좋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인 위원장이 반 전 총장이 스스로를 '진보적 보수주의자'로 지칭한 것을 두고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반 전 총장은 인 위원장의 농담을 웃으며 넘겼다. 하지만 불출마 선언 다음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회동에서 불쾌감을 느꼈던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인 위원장이 수인사도 끝나기 전에 "보수냐 진보냐"를 물어 당황했다"며 "이런 이분법은 국민을 양 진영으로 나누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 당사에서 정병국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 당사에서 정병국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절대 안 된다. 당대 당 통합은"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정병국 바른정당 대표 역시 '원칙'을 내세우며 반 전 총장을 압박했다.

정 대표는 반 전 총장과 만나 "우리 당에 들어와도 경선룰과 로드맵은 바뀌지 않고 똑같이 경선을 치러야 한다"며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사실상 바른정당에 입당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만남이 끝난 뒤 기자들과 오찬을 한 정 대표는 반 전 총장과의 만남이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그는 "당대 당 통합은 없다"고 못을 박으며 "우리 룰대로 대선을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이 신당을 창당해 바른정당과 통합할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었다.

반 전 총장이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심상정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반 전 총장이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심상정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반 전 총장 위한 꽃방석은 없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반 전 총장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만나기 직전 최종적으로 불출마 선언문을 확인했다. 반 전 총장이 확고히 세웠을 자리에서 심 대표는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심 대표는 예방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의) 정치적 선택은 자유지만 아마 국민들도 저처럼 안타까움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저는 아직도 늦지 않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대화에서 심 대표는 반 전 총장에게 더욱 강한 어조의 조언을 남겼다. 심 대표는 "꽃가마 대령하겠다는 사람을 절대 믿지 마시라"며 "외람되지만 반 전 총장을 위한 꽃방석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총장님이 스스로 확신을 갖는 만큼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하자 반 전 총장은 “요즘 절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심 대표와의 예방이 끝난 직후 반 전 총장은 국회 정론관으로 직행했다. 회견에서 그는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와 편협한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고,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종일 '울고 싶은 데 뺨 맞은' 반 전 총장이 남긴 또 하나의 의미심장한 발언이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