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런치리포트-민주당 의원평가서]②"의정활동보다 평가가 중요하냐"…볼멘 소리 가득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총선 공천심사를 위해 도입한 '20대 국회의원 직무수행 실적평가' 중간 평가를 두고 원성이 높다. 특히 실무를 처리하는 보좌진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허술한데다 수시로 바뀌는 평가기준과 불안정한 시스템 등이 업무 과중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실에서 중앙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에 제출해야 하는 실적증빙서의 총량은 2000장 가량이다. 보좌진 1명당 200~300장에 달하는 실적증빙서를 작성해야 하는 셈이다. 법안 제출 실적부터 각종 정책토론회 등 행사 실적까지 모두 정리해 제출해야 한다.
대충 할 수도 없다. 공천 배제가 아닌 직무수행 실적평가가 목적이라고 하지만, 회관에서는 "사실상 이를 근거로 공천 배제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파다하다. 의원의 실적이 아닌 '생존'이 달린 문제다.
특히 평가 기간이 늘어나면서 혼란이 커졌다. 당초 평가위는 지난해 7월 후반기 국회 구성 이후의 실적을 제출받아 평가한다는 안을 세웠다. 하지만 비공개 의원총회 등에서 의원들이 상반기 실적도 평가해달라는 불만을 표출하면서 갑작스레 평가 대상 기간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한 비서관은 "전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장 등을 역임한 의원들의 불만이 꽤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당연히 불만이 나올 문제인데, 평가위가 기간 설정을 처음부터 짧게 잡으면서 혼란이 빚어졌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애초에 평가 기간을 2년 6개월로 봤다면, 미리 대비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대상 기간은 늘리고 제출 일정을 앞당긴 것도 부담을 가중했다. 한 비서관은 "원래 평가를 올해 2월까지 한다고 하다가 갑자기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1월 초까지 제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제대로 평가가 되는지에 대한 의문도 많다. 한 중진 의원실 보좌진은 "평가위가 정한 양에 딱 맞춰 제출하면 2000장 보다는 적을 것"이라면서도 "이러나 저러나 제대로 다 읽지도 못 할 보고서를 왜 매번 제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모호한 평가 지표 설정 역시 논란거리다. 중앙당은 '기여활동'을 평가한다면서 단독 정책 토론회와 공동 정책 토론회, 또 정책 간담회를 나눠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정책 토론회와 정책 간담회에 대한 정의는 따로 없었다.
한 보좌진은 "아무 설명없이 토론회와 간담회를 나눠 증빙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니 어떤 세부 항목에 어떤 행사를 넣어야 할지 모호했다"고 말했다. 또 "단독과 공동은 주최만을 의미하는지, 행사자리에 참여한 것도 숫자를 셀 수 있는 건지 당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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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시스템도 있었다. 평가위는 최초에 의원실 당 1대의 컴퓨터를 이용해 입력하도록 제한했다. 제출은 1개의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항목별로 보고서를 각각 입력해야 하는 형식이다. 1대로는 부족하다는 의원실의 불만이 폭주하자 그제서야 의원실 내 모든 컴퓨터를 이용해 제출이 가능하도록 부랴부랴 수정했다.

최초 마감 날이던 지난 8일에는 제출 건수가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결국 평가위는 제출 마감일을 이날로 하루 연장했다. 초선의원 민주당 보좌진은 "크리스마스는 물론이고 설, 주말까지 반납하며 사무실에 출근했다"며 "너무 힘들다. 그러더니 결국 마감날이 가까워오자 서버가 폭발해 다들 '멘붕'이 됐다"고 말했다.
보좌진들을 가장 막막하게 하는 것은 이번 평가가 마지막이 아니란 점이다. 이미 보좌진들은 이번 평가를 위해 제출 기간인 2주 내내 매일 야근하며 제출 일정을 맞췄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내년 1월 최종평가가 남아있다. 올해 10월 국정감사를 마친 뒤 또다시 평가에 들어가야 한다.
한 보좌관은 "국정감사, 예산, 임시국회까지 정신없이 달리고 나니 이젠 평가서 제출"이라며 "올해 말이 되면 내년 1월 최종평가를 위해 또 이 작업을 할 생각을 하니 힘이 다 빠진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