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김정은, '자력갱생' 또 강조 美 직접 비난없어...폼페이오 '제재유지' 기조속 "여지 남기고 싶다" 주목

북미는 11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자력갱생'과 '제재 유지'의 치열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대화와 협상 가능성을 암시하는 또렷한 신호를 서로에게 발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제재에 굴복하지 않겠다면서도 무력 도발 언급은 삼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대북제재 완화 여지를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위원장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으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11일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전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방송은 김 위원장이 "최근 진행된 조미 수뇌회담의 기본취지와 우리 당의 입장에 대하여 밝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월 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려했던 핵·미사일 실험 재개나 협상 중단, 한미 정상을 직접 겨냥한 비난 발언은 없었다. 대신 지난해 발표한 '새로운 전략노선'인 자력갱생을 기초로 한 경제건설 총력집중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조건과 실정에 맞고 우리의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한 자립적 민족경제에 토대하여 자력갱생의 기치를 높이 들자"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적대세력을 향한 심각한 타격' 등의 거친 표현을 사용하긴 했으나, 무력이나 행동이 아닌 '사회주의 건설 전진'을 수단으로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전날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긴장된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책임성과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발휘해 당의 새로운 전략적 로선(노선)을 철저히 관철하라"고 지시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북미 대치와 제재 장기화에 대비해 자립경제를 강조함으로써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다지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겐 대화를 위해 경제발전 노선에서 탈선하지는 않겠지만 비핵화 상응조치로 제재를 풀지 않으면 협상 테이블에 나가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에 앞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완전한 비핵화' 달성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면서도 제재완화의 '여지'를 남겨두는 발언을 해 진의가 주목된다.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출석한 자리에서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에 대한 약속을 입증할 때까지 어떠한 제재도 해제돼선 안 된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코리 가드너 공화당 의원의 질의에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전제로 "약간의 여지(a little space)를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도 "북한 문제의 최종 목표는 국제사회의 검증을 받는 완전한 비핵화"라며 "비핵화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핵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는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해제를 요구했던 유엔 대북제재 5개항 등 핵심 결의는 풀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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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은 '하노이 노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해 온 '일괄타결식 빅딜론'과 '선 비핵화-후 제재해제'의 '리비아식 해법'과 견줘 한층 유연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 경우 완전한 비핵화 이전이라도 제재 관련 논의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읽힐 소지가 있어서다.
'포괄적 합의-압축적 단계 이행'을 골자로 하는 우리 정부의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과도 연결 지점이 있어 보인다. 북미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넘어서는 큰 걸음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스냅백(Snapback·합의위반시 제재복원) 조항을 활용한 남북경제협력 사업의 제재 면제 혹은 일부 제재 완화 등의 의미 있는 초기 조치들을 맞바꿔 신뢰를 구축하자는 '조기 수확론'(early harvest)과의 접점도 모색해 볼 수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1박 3일간의 방미 일정에 돌입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한미의 '포스트 하노이' 비핵화 해법 도출을 위한 첫 만남이다. 문 대통령은 11일 오전(한국시간 11일 밤)부터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차례로 만난다. 이어 현지시간으로 정오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나 약 2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