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보고서 없는 민주연구원, 신임 양정철 원장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보고서 없는 민주연구원, 신임 양정철 원장의 최우선 과제는

최성근 기자
2019.06.15 06:20

[소프트 랜딩]경제 상황 엄중한데 경제정책 싱크탱크로서의 역할 미흡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지난 9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기자간담회에서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커진 상황에서 하방 위험이 장기화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회를 문닫고 50일째 파행시키고 있는 야당에 대해 추경예산안 심의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되지만, 어쨌든 현재 국내 경기가 부진하고 향후 전망도 불확실하다는 것을 청와대측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장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4%(전년 동기 대비 1.7%)를 기록했고, 최근 수출증가율이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데다 지난 4월 경상수지까지 적자를 나타내면서 올해 전반적인 한국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는 2분기부터 재정집행 효과가 나타나고 하반기에는 경제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정부가 경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경제 책임자들의 인식마저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간에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가 확산되는 것은 한국경제의 여러 구조적 문제들에 대해서 정부나 여당 차원에서 장단기 대응책을 발굴해 여론을 환기시키며 이슈를 주도하고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여당의 핵심적인 정책연구소인 민주연구원(원장 양정철)이 경제정책을 개발한다거나 첨예한 경제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지난 2년 동안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등 여당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이 미흡했다. 예컨대 고용이나 산업활동, 가계소득, 수출 등 각종 경제지표가 나올 때마다 언론에서는 거의 융단폭격하다시피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는데 정작 여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이 전무했다.

올해도 자유한국당의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원장 김세연)에서 '징비록'이나 '팩트로 본 문재인 정부 20개월 경제성적표'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간했음에도 민주연구원은 이를 반박하거나 대응하는 자료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연구 인력이 부족한 때문도 아니다. 민주연구원은 2018년 기준으로 전체 70명의 인력 중 박사급 인력이 22명, 석사급 19명, 기타 29명으로 구성돼있다. 반면 야당의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은 박사급 6명, 석사급 18명, 기타 28명으로 총 53명이다. 연구 인력 면에서는 민주연구원이 월등히 앞선다.

그런데도 지난해 정책 연구와 개발 실적이 민주연구원은 122건이고 여의도연구원은 162건으로 여의도연구원이 훨씬 많다. 다만 토론회 개최 횟수는 민주연구원이 118회로 여의도연구원(51회)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정책 홍보 실적은 민주연구원이 193회이고 여의도연구원은 127회, 간행물 실적은 민주연구원이 98건, 여의도연구원은 60건이다. 기타 간담회 등에서는 민주연구원이 97건, 여의도연구원은 14건으로 민주연구원이 훨씬 많다.

정리해보면 민주연구원은 여의도연구원에 비해 정책 연구와 개발 실적은 부족한 반면 토론회와 간행물, 정책 홍보 및 간담회 개최 등에 연구역량을 집중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민주연구원의 경우 박사급 인력이 무려 22명인데, 오히려 박사급 인력이 6명에 불과한 여의도연구원에 비해 정책 연구 및 개발 실적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민주연구원의 홈페이지를 살펴봐도 정책 연구와 개발 실적은 심각하게 적은 수준이다. 올해 최근까지 발간된 전체 연구보고서는 5건에 불과하고, 주간 이슈보고서는 23건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심각한 건 경제 분야의 연구보고서 실적으로 2018년 5월 이후 발간된 경제보고서가 전무하다. 저성장과 고용 부진, 투자 급감, 수출 감소, 신성장동력과 산업구조조정, 최저임금과 자영업자 문제, 집값과 부동산 경기, 가계부채, 재정확대와 재정건전성,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절벽, 미중 갈등의 영향 등 한국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들과 현안들이 산적한데 이를 심도있게 연구하고 해결책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경제보고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민주연구원은 40명 넘는 연구 인력을 갖추고 있는데, 올해 발간된 보고서(연구보고서와 이슈브리핑 포함)가 30건이 채 안된다. 연구자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지난 5개월 동안 1인당 1건의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았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여의도연구원도 연구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발간된 여의도연구원의 정책보고서와 간단한 이슈브리핑을 합해도 고작 7건에 불과하다. 석박사 연구인력이 25명이나 되는데 이제까지 발간된 보고서가 7건이라면 과연 연구 활동을 제대로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민주연구원의 경우 지난해 정책 연구 및 개발 실적이 122건이지만, 대부분 당지도부나 당내 참고자료 수준이고 간혹 이슈브리핑이나 연구보고서의 형태로 발표된 실적은 현저히 부족하고 연구 내용도 원론적인 수준이거나 단편적인 이슈 진단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 118회나 개최했다는 토론회나 간담회도 민주연구원 인력이 전부 담당한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이나 외부 연구자들을 초청한 토론회가 상당수다.

지난해 민주연구원의 예산만은 57억원이고 여의도연구원은 64억원이다. 이들 예산은 대부분 정당지원금으로서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정책연구소임에도 정책 개발과 연구 실적이 현저히 부족한 사실은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이 점에서 민주연구원이나 여의도연구원 모두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반 민간연구소의 연구 인력은 규모 면에서 민주연구원이나 여의도연구원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기업을 지원하는 각종 프로젝트를 담당하거나 신사업발굴 등의 연구에 참여하면서도 깊이있는 정책과 현안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꾸준히 작성해 적극적으로 언론에 배포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슈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4일 민주연구원장에 새롭게 취임한 양정철 원장은 정책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외 15개 싱크탱크와 업무협약을 추진키로 하고, 먼저 지난 3일 서울연구원(원장 서왕진) 및 경기연구원(원장 이한주)과 각각 정책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체결했다.

국내외 주요 싱크탱크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당의 정책수립이나 입법 활동을 뒷받침하는 정책 콘텐츠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인데, 얼마나 실효성있는 효과를 가져올 지 알 수 없지만 부족한 연구 역량을 강화한다는 시도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외부 싱크탱크와의 공동 연구에 앞서, 신임 양 원장의 최우선 과제는 자체 연구 인력을 최대로 활용해 여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국가 정책을 연구·개발하고 중대한 경제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임무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변모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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