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외교부 “대화로 접점 찾자” vs 日, ICJ·추가보복 카드 만지작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설정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답변시한인 18일 정부는 뚜렷한 답을 주는 대신 “일본과의 협의에 열려 있다”는 기본 입장을 강조했다.
3국 중재위 방안을 사실상 거부당한 일본이 추가 경제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대화를 통한 해법 마련’이란 입장으로 맞서고 있어 양측의 출구없는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3국 중재위 수용 여부에 대해 “답변시한은 일본이 일방적으로 또 자의적으로 설정한 것"이라며 "그런 일정에 구속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라고 했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다.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경제협력협정(청구권협정)은 3조 1~3항에서 양국 분쟁해결의 절차로 △외교 경로를 통한 협의 △양국 직접 지명 위원 중심의 중재위 구성 △제3국에 의한 중재위 구성 등 3단계 절차를 두고 있다.
일본은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우리 측에 지난 1월 외교 협의, 5월 중재위, 6월 3국 중재위 구성을 제안해왔다. 정부는 즉답을 피하는 방식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하다가 지난 16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통해 3국 중재위의 ‘수용 불가’ 방침을 못 박았다.
정부는 청구권협정에 따른 분쟁해결 자체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절차가 발동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일본이 압박해 오는 답변 시한도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협정 3조 역시 시한에 응해야 하는 '강제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강제징용 ‘1+1안’ 수용 촉구…“협의 통해 수정 가능”

정부는 지난달 19일 제안한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을 통한 피해자 위자료 지급’ 방안(1+1안)을 토대로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가자는 입장이다. 일본이 이 안을 곧바로 거절했지만, 정부는 ‘수정안’ 가능성을 언급하며 일본을 대화 테이블로 유인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에게는 균형 잡힌 안이 있고 그것을 토대로 협의하는 게 열려있고 협의를 촉구해 나갈 것”이라며 “일본과의 협의 과정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독자들의 PICK!
이 당국자는 1+1안을 일본이 거부한 데 대해 “해당 방안에 수정의 여지가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열려 있는 입장이니 일본이 대화를 해오겠다고 하면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는 일본에 선제적으로 수정안을 제안하진 않을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의 선(先) 수정안 제안 여부에 대해 “그럴 생각은 없다고 보면 된다. 서로 입장을 밝히고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ICJ 제소는 속도조절 가능성

일본 정부는 3국 중재위 수용을 거듭 촉구하면서 추가 경제보복과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NHK는 “일본 정부는 문제 해결의 대응책을 거듭 요구하면서 대항 조치의 실시와 ICJ 제소도 검토할 태세”라고 보도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부 부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청구권협정상 정해진 시한인 오늘 밤 12시까지 중재에 응할 의무를 지고 있다"며 “중재에 응하도록 계속해서 강하게 요구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일본의 추가 보복조치로는 송금제한, 비자발급 정지 등이 거론된다. 지난 3월 아소 다로 부총리가 언급한 사안들이다. 반도체에 이어 공작기계·탄소섬유·농산물 등에 대한 수출 장벽을 높이는 추가 수출규제가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일본 정부가 한국이 중재위를 거부하면 국제재판으로 가져갈 뜻을 내비쳐온 만큼 ICJ 제소도 예정된 수순이다. 다만 ICJ 제소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매체들의 보도가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가 속도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 당분간 국제 여론전에 주력하는 한편, 한국 법원의 일본기업에 대한 자산매각 상황을 지켜보면서 ICJ 제소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오는 23~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한일 외교전의 치열한 장(場)이 될 전망이다.
일본의 추가 보복이 나올 수 있는 분기점은 21일 참의원 선거가 꼽힌다. ‘한국 때리기’가 아베 정권의 득표 전략 일환이라면 여권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을 때 보복 조치의 숨고르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갈등구도를 강화해 국면돌파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