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20대 국회의 ‘타락한 진영의식’을 극혐했다

국민은 20대 국회의 ‘타락한 진영의식’을 극혐했다

이원광 기자
2020.04.16 04:41

[the300][대한민국4.0, 새로운 21대 국회]③ 20대국회는 식물국회...‘민생·비전’ 실종됐다

20대 국회에 대한 국민 시선은 싸늘했다. 목표와 성과 없이 싸우는 정치에 대한 환멸이 드러났다. 국민들은 20대 국회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국회에 대한 피로감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경고다. ‘선을 넘은’ 피로감은 대체로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사회 문제로 표출된다.

대화와 협상을 기반으로 한 건강한 경쟁이 절실하다는 속마음도 읽힌다. 국민들은 20대 국회를 물들인 ‘타락한 진영의식’을 극혐(극도로 혐오)하는 동시에, 21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를 분명하게 밝힌 셈이다.

◇“20대 국회,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머니투데이 의뢰로 4·15총선 공식 선거운동기간 직전인 지난달 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대 국회의 가장 아쉬운 점’을 조사한 결과,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응답자가 전체 25.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성과 파행’(23.5%), ‘민생 외면’(17.3%), ‘미래 비전 없음’(15.3%), ‘공약 불이행’(5.7%), ‘기타’(5.8%), ‘없거나 잘모름’(6.6%) 순이다.

대체로 전 세대에 걸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40대에서만 ‘농성과 파행’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는데,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와 불과 0.5%포인트(p) 차였다. 극단적 진영 논리에 갇힌채 한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식물 국회’에 대한 비판이다.

두 번째로 많은 응답자(23.5%)가 ‘농성과 파행’을 꼽은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2012년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으로 물리적 충돌이 사라졌다는 안도감도 잠시, 농성과 파행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20대 국회를 지배했다. 농성과 파행은 다시 물리적 충돌을 소환하며 20대 국회를 8년전 상태로 돌려놓았다.

◇타락한 진영의식→농성, 파행→민생 ‘올스톱’

지난해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 상황이 대표적이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법안 제출과 회의 진행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곳곳에서 농성을 벌였고, 끝내 여야는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여야의 갈등은 곧 ‘파행’을 의미했다. 이들 법안을 논의하는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물론, 각 상임위원회도 멈춰섰다. 일부 상임위의 여야 간사들이 뜻을 모으다가도 원내 지도부의 ‘지령’이 떨어지면 ‘식물 국회’는 음지에서 다시 자란다.

상임위의 비정상적 운영은 곧 ‘민생 외면’(17.3%)과 ‘미래 비전’(15.3%)의 실종을 의미한다. 민생 법안을 처리해야 할 상임위가 파행을 거듭하면, 해당 법안은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폐기 수순을 밟는다. ‘민생 외면’은 필연이며 ‘미래 비전’을 논의할 여유는 없다. 20대 국회가 미래를 다루지 못하고, 눈앞의 현안을 처리하는 데에도 힘이 부쳤던 근본적 이유다.

◇‘21대 국회’를 향한 국민 명령은?

국민들은 21대 국회에 “건강한 진영 의식을 바탕으로 제발 일 좀 하라”고 명령한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리얼미터가 ‘21대 국회에 가장 기대하는 점’을 조사한 결과, ‘민생법안 추진’을 바라는 응답자가 29.8%로 가장 많았다.

‘보수, 진보 간 갈등’(22.9%), ‘국민 통합’(16.9%)이 뒤를 이었다. 보수, 진보 간 갈등과 국민 분열이 ‘일하는 국회’를 막아서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국민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타락한 진영 의식’을 극복하고 먹고 사는 문제에 천착하라는 응답자가 10명 중 7명에 달하는 셈이다.

이 외에도 개헌을 통한 권력 구조 개편(14%), 대화의 활성화(8.2%), 기타(4.9%), 없거나 잘모름(3.3%)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번 조사는 머니투데이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달 28~30일 진행됐다. 전국 18세 이상 성인 7만3698명에게 전화를 시도해 최종 1000명이 응답했다. 응답률은 8.1%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3.1%포인트(p)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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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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