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마지막 선택권 '낙태'...범죄가 아닌데, 아직 범죄인 이유

여성의 마지막 선택권 '낙태'...범죄가 아닌데, 아직 범죄인 이유

김지영 기자
2023.07.08 09:20

[the300][MT리포트] 내 아기, 안 키울 권리⑤

[편집자주] 인간은 유일하게 혼자서 출산할 수 없는 동물이다. 하지만 1년 뒤부턴 출생통보제에 따라 병원에서 아기를 낳으면 산모의 이름이 남는다. 그럼 원치 않은 아이를 낳아야 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이름을 안 남기는 보호출산제 도입 법안이 있지만, 자칫 영아 유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간의 자유와 책임, 생명까지 아우르는 딜레마다.

끔찍한 영아 유기 사건들을 계기로 국회를 통과한 '출생통보제'가 1년 뒤 시행되는 가운데 그 부작용을 막을 '보호출산제' 도입 논의가 한창이다.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여성이 출산을 원치 않는 경우에도 사회가 이를 강요하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일각에서 '인공임신중절(낙태)죄'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지 4년이 넘었지만 국회는 아직까지 대체 입법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헌재가 형법 제269조 '자기낙태죄'와 제270조 '의사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건 2019년 4월. 이에 따라 특수상황에서의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이 필요해졌다. 2020년 정부안은 임신 14주 이내일 경우 본인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15~24주 이내는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상담과 24시간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이 정부안은 아직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모자보건법 개정안 중 임신 중절, 낙태와 관련된 의원 발의 법안은 총 7개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남인순·박주민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 안은 사실상 낙태죄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기존 모자보건법에서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라는 허용 범위 조항을 삭제해 사실상 임신 전 기간의 낙태를 허용하자는 취지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 안은 낙태 허용 경우 중 '우생학적 또는 유전적 정신장애나 신체 장애' 문구에서 우생학적을 빼 낙태 허용 기준과 범위를 명확히 하도록 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낙태 제한 주수를 임신 10주로 정하고 예외적으로 임신의 지속이 태아와 여성의 건강에 중대한 위험이 되는 경우 임신 20주의 범위 내에서 인공임신중절시술을 인정하도록 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 안은 주수 제한 등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기존 모자보건법에 규정돼 있던 낙태 허용요건을 형법에 편입시키고 낙태 전 사전 상담의 절차를 세밀하게 규정해 낙태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입법 공백 속에서 아이를 원치 않는 여성들의 낙태는 매년 최소 2만 건씩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2021년 11월 19일에서 12월 6일까지 만 15∼49세 여성 8500명을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2020년 1년간 시행된 낙태는 3만 2063건으로 추정됐다. 2005년 조사에서 34만 2433건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15년 사이 1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2018년 2만 3175건, 2019년 2만 6985건으로 집계됐다.

낙태 문제를 놓고 여성계, 아동계, 종교계와 의학계까지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낙태 허용 기준을 두고도 심장박동수가 감지되는 시기인 임신 6주와 10주, 14주 (정부안), 24주, 전면 허용 등 의견이 갈린다.

홍순철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태아의 생명을 우선하며 "지난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낙태할 권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뱃 속 아기의 생명을 엄마가 결정할수 없다는 판결인데 너무 당연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현재 태아, 영아, 신생아에 대한 생명 존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이는 전세계적인 생명 윤리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허용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산모와 아이에 대한 직접 지원금 등을 늘리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며 "헌재의 결정이 아쉽고 정부안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영 '성적 권리와 재상산 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는 "형법상 낙태죄의 실효가 사라진 상황인만큼 낙태의 '비범죄화'를 전제로 어떻게 권리를 보장하고 보호할 수 있느냐는 논의로 확장돼야 한다"며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의 논의에 국한되면 결국 처벌 대상이 생기고 보건 의료 환경에도 제약이 생겨 취약 여성은 선택지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범죄화를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지원 방향과 국가 책임이 담긴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중장기 계획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체계를 명시하는 게 기본법에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임신중지가 개별적 사건이 성교육, 성 평등 의식, 임신, 출산과 연계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이 새로운 법체계에 담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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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김지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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