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與 "MBC 민주당 전유물 만들려는 시도" vs 野 "이진숙 법인카드 유용 의혹 검증해야"

여야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이례적으로 사흘째 진행했다.
야당에서는 이 후보자가 MBC 재직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관한 자료 제출이 미흡해 불가피하게 청문회를 연장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방송4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의 자진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둘러싸고 여야 간 수 싸움이 절정으로 치달은 결과란 분석도 나온다.
과방위는 지난 25일 밤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이틀 전인 24일에 이어 26일에도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내용의 '인사청문 실시계획서 변경의 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과방위는 26일 오전 11시부터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가 장관급의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사흘 동안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장관급이나 장관급 후보자를 대상으로 사흘동안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경우도 보기 드물다. 대부분 장관 인사청문회의 경우 하루, 길어야 이틀 청문회로 마무리된다. 여권에 따르면 국회는 정홍원·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이홍훈 전 대법관 등 일부 대법관 검증 당시 사흘 청문회를 진행한 사례가 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07.26.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4/07/2024072612070584029_2.jpg)
과방위가 국무총리나 대법원장도 아닌 장관급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사흘째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는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우선 청문회 연장 실시를 주도한 야당은 이 후보자가 MBC 재직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관한 자료 제출이 미흡하기 때문이란 이유를 제시했다.
앞서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부터 이 후보자의 대전MBC 사장 재직 시절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에 대한 자료가 충분히 제출되지 않았다며 인사청문회를 하루 더 실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야당에서 요청 중인 자료는 △자녀 입학 △출입국 기록 △외환 거래 △주식 매매 △가상 화폐 매매 관련 자료 등이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25일 밤 "노 의원이 24일 인사청문회에서 요구했던 자료 제출이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며 청문회 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면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3일에 걸쳐 하고 있는데 이해 말씀을 구하겠다"며 "그동안 국회는 인사청문회에 나선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때로는 하루만 버티면 된다 생각해왔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제도를 없애든지 인사청문회 제도가 있는 한 요식 행위 절차로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관련 법안을 뜯어고치겠다"고 했다.
반면 여당은 이 후보자와 방통위를 괴롭히기 위한 목적으로 인사청문회를 연장하고 인격 모독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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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하루를 더 늘릴 명분과 필요성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를 지치게 만들겠다는 '가학적' 의도만으로 방통위 전체를 녹초로 만들고 있다"며 "급기야 25일 밤 11시 20분, 방통위 국회 담당 과장이 과로로 쓰러져 119가 출동하는 참사마저 벌어졌다. 가해자는 최 위원장이고 피해자는 방통위 구성원과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07.26.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4/07/2024072612070584029_3.jpg)
이례적인 장기 인사청문회는 근본적으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 자진사퇴에 이어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등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여야 힘겨루기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5일 오후부터 민주당 등 야권에서 추진하는 이른바 '방송4법' 처리를 막기 위해 4박5일 간의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현행법상 회의 정족수를 규정하지 않아 2인 체제로만 운영되고 있는 방통위 정상화를 명목으로 회의를 여는데 필요한 최소 인원을 4명으로 정하고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의를 여는데 필요한 위원 수가 4명으로 늘어나면 야권 추천 방통위원 2명의 반대만으로도 방통위 회의 개의가 불가능해진다.
방통위법 개정안을 제외한 3개 법안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회 숫자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등 외부로 확대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야당은 방통위가 현행 2인 체제에서 주요 정책을 의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 이어 이 부위원장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임명하기 전 위원장 직무대행 역할을 하는 이 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켜 야당이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선임을 막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방문진은 MBC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 부위원장은 26일 오전 방통위 상임위원직을 사퇴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유례없는 3일간 체력전으로 후보자는 쓰러지길 기다리고 탄핵 대상이 아닌 부위원장은 초법적 탄핵으로 제거하고 방통위 기능정지를 통해 민주당이 무엇을 노리는지 명확해지고 있다"며 "MBC를 민주당 전유물로 만들려는 시도를 국민들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대전MBC 사장 재직 당시 법인카드 내역 현장 검증을 위해 오는 27일 대전MBC를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