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전 8패' 탄핵 남발의 피해는 누구에게 [우보세]

'8전 8패' 탄핵 남발의 피해는 누구에게 [우보세]

김훈남 기자
2025.03.17 05:00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 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2025.03.13. park7691@newsis.com /사진=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2025.03.13. [email protected] /사진=

0대 8. 프로 스포츠였다면 감독 경질론이 나왔을 법한 성적표를 야권이 받아들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공직자를 상대로 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탄핵안)은 총 29건. 이 가운데 헌법재판소 심리에 들어간 13건 중 결론이 나온 8건이 모두 기각됐다. 현재까지 야당의 '전패'다.

한법 제65조에 따르면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등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의결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탄핵소추 절차를 까다롭게 한 것은 단순히 이들의 직위가 높아서가 아니다. 이들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등 임명 절차가 까다로운데, 탄핵이 잦으면 직무정지와 공석에 따른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정치권 등 외풍에 휘둘려선 안 되는 자리인 만큼 신분을 보장하고 소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물론 파면 여부는 헌재가 결정한다. 직무 수행 과정에 다소 문제가 있거나 한쪽 진영의 비난을 샀더라도 주요 공직자에 대해선 파면을 해야 할 만큼의 '중대한' 위법 행위나 위헌적 행위가 증명돼야 파면이 가능하다. 설령 당사자가 정치적으로 비난받을 짓을 했더라도 중대한 사안이 아니면 파면하지 않는단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탄핵소추가 8번 연속 실패한 것은 위헌 또는 위법 행위가 증명되지 않았거나, 증명됐더라도 충분히 중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졸속 탄핵 남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졸속으로 남발되는 탄핵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작게는 탄핵의 청구인인 국회 측의 법률대리인 비용으로 4억원 넘는 혈세가 들어갔다. 헌재의 심리 기간 주요 공직자의 직무 정지로 인한 무형의 피해는 계산이 안 된다.

탄핵 대상은 사비로 법률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고 한다. 인사청문회가 신상털기가 돼버린 이후 유능한 장관 구하기가 '별 따기'라는데 이제 탄핵 변호사 비용까지 공직자 인선에 발목을 잡을 판이다. 이런 추세면 결국 유능한 사람 대신 야심있는 사람만으로 채워진 행정부가 나라를 책임지게 된다.

지나친 탄핵은 집권을 노리는 민주당에도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한덕수 총리까지 탄핵소추되자 되레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효과로 나타났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비상계엄 이후 여당의 지지율이 상승한 원인을 놓고 "한 총리의 탄핵안이 통과돼 '대통령 대행의 대행 체제'가 되면서 국민들이 야당의 탄핵 힘자랑에 대해 체감하게 됐다"고 풀이했다. 야당의 폭거를 알리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을 야당 스스로 뒷받침한 셈이다.

탄핵소추안 남발은 주민센터 민원실 근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낭비되는 세금과 사회적 비용은 그것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다. 사회의 갈등을 푸는 게 정치의 본령이다. 오히려 갈등을 만들고 이를 헌재에 떠넘기는 지금의 국회는 과연 정치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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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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