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정부로부터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돼 국회로 되돌아갔던 상법 개정안이 재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폐기되자 더불어민주당의 향후 입법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내에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내용을 추가해 더 강화된 상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돌입함에 따라 숨고르기를 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 결과 부결·폐기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게 골자다.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등의 조항이 담겼다.
민주당 등 진보 진영에서는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회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를 강화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재계와 보수 진영에서는 상법 개정시 주주들의 배임죄 고소·고발이 남발돼 기업 의사결정의 효율이 떨어지고 외국계 헤지펀드 등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정했던 만큼 대선 국면에서도 이를 공약으로 내걸고 입법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또 상법 개정안을 새로 발의하는 대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비슷한 내용의 다른 상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 만큼 이를 토대로 법사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국내 개인 주식투자자 숫자가 1500만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이 주식시장 공정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데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라며 "대선 국면에서도 민주당이 이를 쟁점화하고 상법 개정 재추진을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추진 과정에서 강화된 상법 개정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당초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정했을 때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 적용 △대규모 상장사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의 내용도 포함시켰었지만 이 조항들은 기업의 우려와 반발이 크다는 이유로 전략적으로 제외했었다. 즉 제외됐던 조항들이 입법 재추진 과정에서 다시 추가될 수 있다.
실제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만약 상법 개정안이 재표결을 통해 부결·폐기될 경우 "집중투표제 실시, 독립이사제 개편 등을 포함해 (상법 개정안 입법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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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재계 반발이 큰 조항들을 상법 개정안에 무리하게 포함시켜 급하게 재추진하는 것이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을 것이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더300에 "대선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굳이 추가 조항을 넣어서, 재계 반발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시기적으로도 급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대선 전에 새 상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까지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상법 개정안 폐기 이후 입법 재추진 시기와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회의 전에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내 지도부는 (상법 개정안 부결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며 "결론이 나온 뒤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