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금지법' 시행 초읽기…전문가들 "2차 티켓 시장, 부작용 아닌 인프라"

'암표 금지법' 시행 초읽기…전문가들 "2차 티켓 시장, 부작용 아닌 인프라"

안재용 기자
2026.06.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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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식·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주최 '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의 쟁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발표하고 있다./사진=감상희 기자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식·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주최 '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의 쟁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발표하고 있다./사진=감상희 기자

공연·스포츠 경기 입장권을 부정하게 유통하는 '암표' 행위를 하는 경우 판매금액의 최대 50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암표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2차 티켓을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또 해당 법안의 실제 시행 과정에서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 과도한 판단·모니터링 책임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주희 동덕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대식·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의 쟁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2차 티켓 시장은 없애야 할 부작용이 아니라 설계해야 할 인프라"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회는 지난 1월 본회의에서 재판매 목적으로 부정하게 표를 구매하거나 상습적 또는 영업 목적으로 구입가보다 비싸게 파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해당 법안은 부정 판매 행위자에게 판매 금액 50배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부정 판매로 얻은 이익에 대해 몰수나 추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에 따르면 입장권 판매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는 부정거래 방지를 위해 부정거래가 의심되는 글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입법예고에서는 부정구매·부정판매 확인을 위한 자료 제출 범위, 과징금·포상금·과태료 부과 기준 등이 신설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차 티켓 시장 육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글로벌 추세를 보면 1차와 2차 티켓 시장이 함께 성장을 하고 있다. 티켓팅 산업 자체가 사실은 콘텐츠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핵심 채널"이라며 "티켓 재판매는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로마 시대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암표라는 현상의 출발점은 바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이고 그래서 구조와 맞닿아 있다"며 "문제가 구조라면 해법도 사실은 구조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2차 티켓 시장을 암표와 동등하게 봐서 없애야 하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2차 티켓 거래를 산업으로 보고 있다. 암표가 아니라 제도화된 유통 산업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많은 글로벌 2차 티켓 유통사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혁신하면서 세계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며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제 KPOP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시장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 글로벌에서 성장하는 2차 티켓 시장 성장세에서 한국이 배제돼 있다는 것은 좀 안타깝게 보고 있다"고 했다.

또 김 교수는 "정가 8000원짜리 티켓이 5만 원에 재판매가 된다. 콘서트는 100만 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런 것들이 과연 티켓 재판매 플랫폼 때문인가"라며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는 현상이 구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차 티켓 시장을 제도화했을 때 장점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제도권 안으로 가져왔을 때 음성적 시장에 빼앗기던 거래 수익이 정부 입장에서는 조세 수입으로 갈 수 있다"며 "유통사·기획사 입장에서도 데이터를 가지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2차 티켓 시장을 없애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도 했다. 김 교수는 "뉴욕에서도 80년간 (티켓) 재판매를 없애려고 했는데 암표가 사라지지 않았다. (규제에도) 음성적으로 계속 거래가 됐다는 것"이라며 "뉴욕주가 규제를 하니 다른 주에 가서 거래를 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식·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주최 '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의 쟁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의 참가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김상희 기자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식·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주최 '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의 쟁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의 참가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김상희 기자

암표 근절이라는 목적은 타당하지만 시행령이 티켓 판매 플랫폼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 누구나 고질적인 암표 매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실질적으로 사업자 그러니까 통신 판매를 하게 되는 중개 플랫폼에 이런 의무를 부과하는 게 사실상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한번 고민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우선 국내 통신판매 중개업자에 대해서만 강력한 규제와 집행을 한다는 것은 역차별의 이슈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시행령에) 글이 부정판매에 해당한다고 하면 삭제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정말 위험한 기준이다. (플랫폼이) 어떻게 판단하겠는가"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부정판매와 부정구매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추상적이고 이에 대한 판단은 대표적인 사법부의 영역"이라며 "판단을 잘해서 (글을) 삭제 조치한 건 의무를 이행한 것인데 판단을 잘못해서 부정판매 또는 구매가 아닌데 (관련 글을) 삭제를 한 것에 대한 리스크는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정판매 또는 구매가 맞는데 조심스럽게 판단해서 삭제하지 않은 경우는 또 의무를 위반한 것이냐는 이중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실제로 겪는 문제는 이제 암표보다는 안전하지 않은 거래에서 발생하는 그런 피해들"이라며 "소비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재판매 금지가 아니라 안전한 거래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민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실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통신판매 중개업자에게 과도한 역할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상당히 많다"며 "입법 취지를 유지하되 일반 이용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신판매 중개업자의 부정구매, 판매 판단 및 삭제 조치 의무 조항은 좀 삭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라고 했다.

김소정 변호사는 "암표 거래는 사회적 문제로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지만 공익적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모든 규제가 헌법상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과징금이 판매 이익이 아니라 판매 금액 전체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 문제이고 2회 이상 판매하는 것이 과연 상습성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점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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