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한미동맹의 유산, 美 평화봉사단의 발자취]②

"벽안(碧眼)의 선생님은 영어만 가르친 게 아니라,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줬어요."
미국 평화봉사단 1기 단원이었던 에드워드 존 슐츠 하와이대 명예교수와 십수 년 만에 재회한 허범도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의 말이다. 슐츠 교수와 허 전 이사장은 1966년 부산 경남고에서 스승과 제자로 처음 만났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국제교류재단(KF) 글로벌센터에서 이뤄진 슐츠 교수와 경남고 제자들과의 만남을 함께 했다. 60년이 지나 모두 백발이 성성해졌지만, 이날만큼은 수십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젊은 외국인 선생과 혈기왕성한 고교생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1966년 22세였던 슐츠 교수는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을 찾아 경남고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다. 이후 다시 미 본토로 돌아갔으나 1970년 동서문화센터, 1973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서강대 사학과에서 한국사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녔다.
슐츠 교수는 경남고 학생들의 우수한 학습력과 열띤 학구열을 기억했다. 영어를 가르친다기보다는 팝송을 알려주고, 학생들과 함께 노래하며 영어에 더욱 친숙해지도록 도왔다고 했다. 제자들은 슐츠 교수와의 영어 수업 때 배운 팝송을 여전히 기억했다. 지미 데이비스의 'You Are My Sunshine'을 함께 부르며 만남의 기쁨을 표현했다.
슐츠 교수와 처음 만났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허 전 이사장은 "1966년에 당시 한국, 부산에서 외국인을 볼 일이 없었는데 벽안의 외국인, 한국인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교단에 있으니 말 그대로 '컬쳐 쇼크'였다"고 회상했다.
김영철 전 두산에너빌리티(86,000원 ▲2,200 +2.63%)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본부장은 "슐츠 선생님은 아주 소탈하고 학생들을 친밀하게 대했다"며 "낯선 외국인 선생님의 친근함에 새로운 걸 많이 배우고 느끼게 됐다"고 했다.
김 전 본부장과 배기주 전 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ROTECO) 대표이사는 경남고에 이어 슐츠 교수의 서강대 대학원 재학시절 다시 재회했다고 한다. 배 전 대표이는 "우연히 서강대 캠퍼스에서 마주쳤는데, 슐츠 교수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해왔다"며 "그 뒤에도 학교에서 자주 만나고 교류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허 전 이사장은 슐츠 교수와의 인연을 회고하는 편지는 낭독하면서 "우리에게 영어를 가르쳤지만 더 넓은 세상이란 창문도 열어줬다"며 "학생들의 호기심과 열정을 배양하고 더 넓은 세계로 나가는 원동력을 심어줬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슐츠 교수는 대학원에서 한국사 특히 고려사를 연구하고 하와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학자의 길을 걷던 그는 2013년 초빙교수로 서강대를 다시 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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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츠 교수는 지난 14일 서강대를 찾았다. 2013년 당시 자신의 연구실 건너편 방을 사용하며 교류한 조범환 사학과 교수, 당시 학과장이었던 박단 서강대 유로메나 소장과도 재회했다.
박 소장은 "보통의 초빙교수들은 외톨이처럼 지내곤 하지만 슐츠 교수는 당시 동료 교수들의 자신의 기숙사 방에 초대해 술도 한 잔씩 하는 등 함께 어울렸다"고 말했다. 조 교수도 과거 경주 답사 일정을 함께 한 일을 되돌아보면서 "슐츠 교수는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과 한국사에 애정을 보인 인물로 모두에게 기억됐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