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의 경제 갑론을박
경제 상황이나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상 갑론을박하며 서로 엇갈리게 의견을 내놓고 있어서 일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되거나 잘 모르는 영역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제 갑론을박은 경영, 경제에 관한 주요 이슈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팩트에 기반하여 알기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경제 상식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경제 상황이나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상 갑론을박하며 서로 엇갈리게 의견을 내놓고 있어서 일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되거나 잘 모르는 영역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제 갑론을박은 경영, 경제에 관한 주요 이슈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팩트에 기반하여 알기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경제 상식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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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가히 '경영권 분쟁의 전성시대'다. 기업 뉴스에서 관련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과거 분쟁이 재벌가의 '진흙탕 싸움'이나 감정적 대립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고도로 설계된 자본의 논리와 주주 행동주의가 결합한 구조적 전환점에 서 있다. '봉건적 지배'와 '자본의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은 현재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경영권 분쟁과 주주 행동주의가 가장 뜨거운 나라 중 하나다. 단순히 체감상 그런 것이 아니라, 글로벌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지배구조 연구소인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Diligent Market Intelligence)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주주 행동주의 공격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순위에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워낙 자본시장이 크고 행동주의 펀드의 본고장이라 압도적 1위다. 일본은 정부 주도의 기업 거버넌스 개혁이 한국보다 먼저 시작되어 현재 분쟁이 정점을 찍고 있다. 한국은 2022년 이후 분쟁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유럽 국가(영국, 독일 등)를 제치고 아시아의 '분쟁 핫스팟'으로 부상했다.
2026년 2월 현재, 트럼프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포함한 다자 무역 체제에서 사실상 이탈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 년간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다자주의 무역 질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8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 그리어 대표는 WTO 체제가 미국의 이익에 반하고,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사실상 종식을 선언했다. 동시에 WTO 기반의 다자간 자유무역 대신,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반영한 새로운 무역 질서인 '트럼프 라운드(Trump Round)'를 제시했다. 개별 국가와 양자 협상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지난달에는 66개 국제기구(유엔 산하 31개, 비유엔 35개)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1월 말에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 기후 협약을 탈퇴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유럽연합(EU)과 인도는 20년간 이어진 협상 끝에 FTA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측 모두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관계 강화에 나선 결과다.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증시에 상장된 회사(시가총액 5000만 달러 이상 기준)는 총 202개사이다. 전년(150건) 대비 약 35% 증가한 수치다. 그중 테크 기업은 70개 정도로 전체의 33%를 차지하며 시장 회복을 견인했다. 작년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상장으로 입성한 스타트업은 35개 회사다. 파두 사태 이후 강화된 기술 심사 및 실적 전망 검증 등으로 인해 2024년 42개 대비 다소 감소했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21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반도체 9개, AI 8개, 방산·우주항공 4개 순이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을 제외하면 84개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기술특례로 상장한 비율은 전체의 42%를 차지하여 여전히 코스닥 시장의 핵심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IPO 숫자는 '성공적인 엑싯(Exit)'이 얼마나 좁은 문인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에서 창업을 의미하는 신규 '비즈니스 신청(Business Applications)'은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연간 약 500만 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부의 시계가 유례없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이나 인터넷 혁명 시기에도 거부(巨富)는 탄생했지만, 지금의 AI 열풍이 만들어내는 '부의 가속도'는 차원이 다르다. 2022년 ChatGPT 출시 이후 불과 3년 만에, 20대와 30대의 젊은 창업자들이 수십 년의 업력을 가진 거물들을 제치고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부의 지형도가 이토록 짧은 시간에 급격히 재편된 적은 없었다. 2026년 1월 현재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가 억만장자(Billionaire, 순자산이나 보유 주식 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개인)가 되기까지는 약 13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페이팔의 모태가 된 1999년 엑스닷컴(X. com) 창업부터 페이팔 매각, 스페이스X 창업, 테슬라 상장 등 험난한 과정을 거친 2012년에서야 그는 비로소 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AI 시대의 창업자들은 이 과정을 극적으로 단축했다. OpenAI 전 CTO 미라 무라티(37)는 작년 2월 '싱킹머신스랩(Thinking Machines Lab, TML)'을 설립하여 아무런 비즈니스모델도 없는 상태에서도 단 4개월 만에 안드리슨 호로위츠 등으로부터 20억 달러를 투자받으며 기업가치를 14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2026년 1월 22일,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 AI 기본법 시행 국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유럽연합(EU)이 한국보다 앞서 법안을 발표했지만, 일부 국가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올해 8월로 시행 시기를 늦췄다. 그래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AI 산업에 대한 제도적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시작하는 국가가 된 것이다. 이는 AI 기술의 속도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다는 위기감과 동시에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국가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우리나라의 AI 기본법과 EU AI법(AI Act)는 모두 AI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공유하지만, 한국의 AI 기본법은 기업이 AI를 잘 만들고 안전하게 쓰도록 돕는 '가이드라인형 지원법'에 가깝고, EU AI Act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명확히 긋고 어기면 막대한 책임을 묻는 '강력한 규제법'이라 볼 수 있다. AI 기본법의 정식 명칭은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다. 주요 핵심 내용은 '고영향 AI(High-Impact AI)' 규제, 생성형 AI의 '워터마크 의무화', AI 산업 '진흥과 안전'의 조화다.
매년 가을,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애플 이벤트(Apple event)' 무대에 서는 팀 쿡 CEO의 손목에는 언제나 애플워치가 채워져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그의 발끝일지도 모른다. 그는 종종 아이패드로 특별 디자인된 나이키 스니커즈를 신고 등장하는데, 이는 단순한 패션 취향을 넘어선 고도의 전략적 행보다. 팀 쿡은 2005년부터 20년째 나이키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선임 사외이사(Lead Independent Director)'이자 보상위원회 의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시가총액 세계 1위를 다투는 기업의 수장이 왜 귀한 시간을 쪼개 나이키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일까. 한국적 정서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공급망 관리의 달인'으로 알려진 쿡의 전문 지식을 나이키에 전수하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두 거대 기업의 생태계를 통합하려는 거대한 전략이 숨어 있다. 애플은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헬스케어와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고, 나이키는 단순한 신발 회사에서 피트니스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2025년 1월 7일, 비트코인 가격이 전광판에 '6자리 숫자($100,000)'를 찍었을 때만 해도 시장은 영원한 우상향을 노래했고, 달러·원 환율은 1300원대에서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비트코인 8만 달러대와 4분기 달러·원 환율 1450~1480원이라는 기묘한 조합 앞에 서 있다. 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돌이켜볼 때, 전문가들이 내놓았던 예측과 실제 결과가 가장 크게 어긋났던 분야는 크게 비트코인, AI 산업의 구도, 그리고 글로벌 거시 경제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예상치 못한 기술적 돌파구'와 '정치적 변수'가 결합하면서 많은 분석가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연초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이 이른바 '심리적 저항선'인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강력한 상승장을 연출하자, 많은 자산운용사와 분석가들은 2025년 말 비트코인이 20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안착과 트럼프 행정부의 친 암호화폐 정책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일본 최초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사나에의 경제 정책인 '사나에노믹스(Sanaenomics)'는 과거 아베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가 미처 달성하지 못한 '지속 가능한 물가 상승과 임금 인상의 선순환 구조' 및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설계되었다. 기본적으로 아베노믹스를 계승하지만, 재정건전성의 대표적 지표인 '프라이머리 밸런스 흑자 달성'을 사실상 포기하고 '명목 GDP 성장'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다. 재정을 무제한으로 동원하여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매우 공격적인 정책이다. 또한 국가 주도의 전략 산업 투자를 전면에 내세우며 '강한 일본'의 경제 체질을 구축하겠다는 야심도 드러내고 있다. 다카이치 정부 출범 직후 닛케이지수가 10% 이상 상승한 것도 재정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재정 적자가 심각한 일본이 또다시 천문학적인 투자로, 재정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일본의 금년 예상 순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60% 정도로 G7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금년에 3차례 상법 개정에 이어, 이번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의 개정을 통한 '의무 공개매수 제도(Mandatory Tender Offer Rule, MTO)'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의무 공개매수 제도란 상장회사의 경영권이 제3자에게 넘어갈 경우, 인수자는 최대주주의 주식과 함께 소수주주들의 주식도 동일한 가격으로 일정 비율 이상을 공개매수 방식으로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주 간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고, 주주평등의 원칙을 실현하자는 취지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에 도입되었다. 지난달 유럽 사모펀드인 EQT파트너스는 소프트웨어 상장기업 더존비즈온 대주주 지분 37. 6%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대금은 1조 3000억 원으로, 계약일 종가에 28%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그러나 일반주주에 대한 공개매수는 전혀 없었다. 대주주만 웃돈을 받고 주식을 팔고 소수주주는 배제된 것이다. 또한 지난 10월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지분 63%를 인수할 때도 일반주주에 대한 공개매수 없이 지배주주만 86%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았다.
지난주 오픈AI CEO 샘 알트먼은 '코드 레드(비상 경영)'를 선언하고 회사 역량을 ChatGPT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구글, 메타, 앤트로픽 등 경쟁사의 약진으로 AI 선두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오픈AI가 추진하던 다른 사업들은 연기될 전망이다. 쇼핑과 건강 등을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 광고 사업, 맞춤형 리포트를 생성하는 '펄스(Pulse)'가 대표적이다. 2022년 11월 30일, 큰 기대 없이 조용히 세상에 나온 ChatGPT는 예상을 깨고 불과 3년 만에 글로벌 AI 기술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았으며, 오픈AI는 인공지능 혁명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그 사이 5000억 달러(약 735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인류에 가장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일반 인공지능(AGI) 개발'이라는 비영리적 이상과 '비즈니스 경쟁에서 승리하여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야 한다는' 영리적 목표 사이의 근본적인 딜레마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를 훌쩍 넘어 1500원 선까지 넘보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과거에는 환율 급등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했지만, 지금은 고환율 '뉴노멀(New Normal)' 시대로의 진입을 시사하며 한국 경제에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평균 환율은 1415원 정도로 외환 위기 당시인 1998년 1394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276원보다 높았다.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와 높은 대외 신인도에도 환율이 국가부도 위기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환율은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하락하는 듯했으나 그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통상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원화 약세 압력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 열린 금년 마지막 금통위에서도 고환율에 대한 부담으로 4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11월 30일 IMF는 한국의 금년 GDP 성장률을 달러 기준으로 마이너스(0. 9%)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더욱 심각한 건 지난달 기준으로 원화의 실질 가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점이다.
한국의 10대 주력 산업 경쟁력이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이미 뒤처져 있다는 충격적인 설문결과가 나왔다. 지난 17일 한국경제인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100으로 가정할 때, 금년 기준으로 중국은 102. 2로 우리보다 높았고, 5년 후인 2030년에는 한국과 격차가 더 벌어져 112. 3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미국(112. 9)과 맞먹는 수준이다. 현재 시점에서 중국의 경쟁력은 철강(112. 7), 일반기계(108. 5), 이차전지(108. 4), 디스플레이(106. 4), 자동차·부품(102. 4) 등 5개 업종에서 한국을 앞질렀으며, 반도체(99. 3), 전기전자(99. 0), 선박(96. 7), 석유화학·석유제품(96. 5), 바이오헬스(89. 2)는 한국이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2030년에는 반도체를 포함한 10개 업종 모두 중국이 앞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첨단 인공지능 기술 또한 최근 몇 년간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며 오랫동안 이 분야를 주도해 온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으며, 일부 영역은 대등하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