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M&A에 보험이 필요한가

[유효상 칼럼] 왜 M&A에 보험이 필요한가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6.03.24 06:00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2025년 전 세계 M&A 시장은 2024년의 침체를 완전히 벗어나 '대형 딜(Mega-deal)' 중심의 강력한 회복세를 보였다. M&A 거래액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급증하며 5조 달러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고, 이러한 흐름은 2026년에도 구조적 변화와 함께 지속될 전망이다. 전 산업군(IT, 바이오, 에너지, 금융 등)에서 AI 역량 내재화를 위한 M&A가 필수 전략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내 M&A 시장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말 한국예탁결제원 발표에 따르면, 2025년 상장법인 중 M&A를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회사는 150개사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역동적인 거래 현장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조연'은 단연 '진술 및 보장 보험(Warranty & Indemnity Insurance, W&I)'이다. M&A 성사에 가장 큰 걸림돌을 치우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M&A 활성화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M&A 계약에서 가장 방대하고도 치열한 협상이 벌어지는 조항을 꼽으라면 단연 '진술과 보장(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 R&W)'이다. 매수인이 서명하는 순간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 많게는 수조 원의 자산이 이전되지만, 재무상태, 법적 권리, 잠재적 부채, 세금 문제, 노무 리스크, 환경 문제 등 그 자산의 실체를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바로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R&W 조항이다. 매도인은 계약 체결일 및 종결일 기준으로 대상 회사의 현황에 관한 수십 가지의 사실을 '진술(represent)'하고 '보장(warrant)'한다. 만약 그 내용이 허위이거나 부정확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 R&W 조항의 핵심이다.

매도인은 "팔고 나면 끝(Clean Exit)"을 원하고, 매수인은 "사후 발생할 모든 문제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라"고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도인 입장에서는 최대한 자신의 책임을 줄이기 위해, 계약서에 '중요한 범위 내에서(in all material respects)' 또는 '매도인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To the best of Seller's knowledge)'와 같은 한정 문구를 삽입하려 한다. 반면 매수인은 포괄적이고 무조건적인 보장을 원한다. 그래서 어느 쪽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느냐는 딜의 가격만큼이나 절실하다.

그러나 글로벌 복잡성은 증가하고 기업들의 사업 구조도 다각화되면서, 단기간의 실사(due diligence)만으로는 M&A에 따른 모든 리스크를 검증하기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M&A 현장에서 R&W 조항에 대한 중요성은 계속 높아지는 이유다.

실제 M&A에서 R&W 조항 위반은 생각보다 훨씬 자주 발생한다. 위반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 빈도수가 많은 영역은 세무 리스크(과거 세금 신고 누락, 이전가격 조정 위험, 부가세 환급 분쟁), 재무제표 부정확(미인식 부채, 수익 인식 오류, 재고 과대평가), 소송·규제 위반(미공개 소송 계류, 공정거래·환경 규제 위반 이력), 지식재산권 분쟁(특허 분쟁, 오픈소스 라이선스 위반, 소프트웨어 저작권 문제), 노무·고용 이슈(미지급 퇴직금, 성과급 분쟁, 불법파견 문제) 그리고 계약 위반(주요 거래처와의 계약 위반)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반 사항들은 딜 종결 후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난 뒤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매수인이 운영을 통합하고 실제 사업을 영위하면서 비로소 숨겨진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이때 매수인이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양 당사자 간 관계가 이미 적대적으로 변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PE(사모펀드)가 매도인인 경우, 펀드 청산 후 M&A를 위한 법인(SPC)이 해산되거나 매각 대금이 투자자(LP)들에게 모두 분배된 뒤에는 실질적인 배상 주체를 찾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이는 매수인 측이 R&W 위반 시 실질적인 구제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I 보험(미국에서는 통상 R&W 보험으로 표현)이 탄생했다. M&A에서 진술·보장 조항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보험사가 보상하는 상품이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주체를 협상 당사자에서 금융시장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제3자인 보험사가 M&A 관련 리스크를 떠안음으로써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다. 매도인은 우발 채무에 대비해 매각 대금의 10~20%를 은행에 묶어두는 '에스크로(Escrow)' 설정 없이 대금 전액을 즉시 회수할 수 있다. 매수인은 매도인의 배상 능력 걱정 없이 보험사로부터 확실한 손해배상 실행력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인수 후에도 기존 경영진과 협력해야 하는 경우, 직접 소송 대신 보험 청구를 통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W&I 보험의 구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매수인용(Buy-side Policy)'은 매수인이 계약 당사자가 되어, 매도인을 상대로 한 청구 과정 없이 보험사로부터 직접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 방식이 압도적으로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매도인용(Sell-side Policy)'은 매도인이 매수인의 청구에 노출될 리스크를 담보하는 방식으로, 초기에 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찾아보기 어렵다.

글로벌 보험사들의 통계에 따르면, W&I 보험이 가입된 M&A 딜의 약 15~20%에서 어떤 형태로든 보험금 청구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험료는 통상 보험한도액의 2~4% 수준에서 형성된다. 보험한도액은 통상 M&A 거래가의 10~20% 정도로 설정되며, 자기부담금은 거래가의 0.5~1%가 일반적이다.

W&I 보험은 199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2000년대 이후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급격히 보편화되었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도 2015년 이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모펀드 주도 거래의 90% 이상이 R&W 보험을 활용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거래 규모를 불문하고 W&I 보험이 딜의 기본 인프라가 되었다. 아시아 시장은 싱가포르, 홍콩, 호주를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최근 일본과 한국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국내에 도입된 이후, 최근에는 대형 M&A의 '테이블 스테이크(Table Stakes)'로 자리 잡았다. 테이블 스테이크는 원래 포커 게임에서 유래된 용어로,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판돈'을 의미하지만, 비즈니스와 전략 분야에서는 어떤 시장이나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기본 요건'을 말한다. 이를 갖췄다고 해서 경쟁 우위를 점하는 것이 아니라, 없으면 아예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필수 조건'이라는 뜻이다.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가들 역시 W&I를 적극 환영한다. 회계사는 실사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우발 채무에 대한 책임 부담을 덜 수 있고, 변호사는 딜의 속도(Speed)와 안전성(Safety)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W&I 보험은 실사에서 발견된 위험(Known Risks)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주지 않으며, 가입을 위한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고, 상당히 높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고 별도 자문료도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환경 문제나 예측 가능한 세무 이슈와 소규모 손실도 보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리스크를 보험사로 전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매수인이 실사를 소홀히 하거나, 매도인이 불성실하게 고시할 수 있다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가 발생할 수 있다. 인수 후에도 매도인 측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 양측이 공모하여 손실 규모를 부풀려 보험금을 청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성공적인 M&A의 본질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하고 불확실성을 '통제 가능한 변수'로 전환하는 데 있다. 수조 원의 자산이 오가는 긴박한 협상 테이블에서 모든 잠재적 위험을 완벽히 제거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리스크는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경영의 대상이며, 보이지 않는 위협을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의 영역'에 두는 유연함이야말로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한 기업들이 갖춰야 할 진정한 핵심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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