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지배구조 혁신이 경쟁력일까

[유효상 칼럼] 왜 지배구조 혁신이 경쟁력일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6.04.14 06:00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2025년부터 금년까지 이어진 3차례 상법 개정은 1962년 상법 제정 이후 가장 큰 폭의 변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을 '주주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 집중투표제 강화, 다중대표소송 요건 완화 등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걸친 규제가 대폭 강화되었다. 그중에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이는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이해충돌 상황에서 이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소액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함을 의미하며, 기업 경영의 근본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상법 개정 이후 처음 맞이한 금년 주총에서는, 과거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단일 이슈 중심의 제안이 주를 이루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대상으로, 보다 구조적인 개선 요구가 급증했다. 이사의 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되면서, 경영진이 과거처럼 "미래 성장을 위한 결정"이라는 추상적인 논리만으로는 주주를 설득하기 어려워졌다.

SK하이닉스는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대규모 주주환원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총장에서는 "100조 원 현금 확보 목표가 주주 환원보다 우선하는 근거가 무엇인가"라는 날 선 질문들이 쏟아졌다.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며 압박했다. 비록 표 대결에서는 회사 측이 방어에 성공했으나, 주주들은 "IR 소통 부재 자체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위반"이라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자사주 소각 규모는 역대급이었다. 삼성전자(15조 원), SK㈜(5조 1000억 원), 현대자동차(4조 5000억 원) 등이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으며, LG생활건강도 2027년까지 2000억 원 규모를 소각키로 했다.

상장기업들은 이사회 규모를 축소하고 정관을 변경하는 등 지배구조 대응에도 적극적이었다. 50대 그룹 269개 상장사의 주총을 분석한 결과, 전체 이사 수는 1733명으로, 전년(1780명) 대비 2.6% 감소했다. 이사회 축소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집중투표제의 영향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대부분 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개정 상법의 취지를 반영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뒤, 의결권 행사 방향 사전 공개 범위를 지분율 10%에서 5% 이상 기업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총 300여 건의 반대 의견은 대부분 임원 보수한도와 이사회 임기 관련 등 비교적 가벼운 안건에 집중됐다. 효성중공업은 이사 정원 축소(16명→9명) 안건이 국민연금의 반대로 최종 부결됐다.

이처럼 거버넌스 환경이 변화하면서 앞으로는 소수주주들과 행동주의펀드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 범위도 이사회 구성과 M&A 의사결정 등 경영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이사회는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 보호 관점을 명시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새로운 책임을 지게 되었다. 이는 지배주주나 경영진이 소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했을 때,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계열사 간 부당지원, 일감 몰아주기, 합병비율 불공정 등 전통적으로 지배구조 문제로 지적되어 온 사안들이 이제는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으로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수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프로세스 구축이 필수가 되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의 강화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감사위원회 위원 중 1인 이상을 다른 이사와 분리하여 선출해야 한다. 이는 대주주의 감사위원 선임 영향력을 축소하고 감사 기능의 실질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과 맞물려, 이제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와 소수주주의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는 기업 지배구조의 무게중심이 오너 일가나 경영진에서 기관투자자나 소액 주주 등 외부 주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주요 의사결정에 앞서 외부 감사위원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설명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환경 변화를 반영한 전자주주총회 제도의 도입도 중요한 변화다. 주주들이 온라인으로 주총에 참여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에 거리와 비용 등의 이유로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던 개인투자자와 외국인 주주의 참여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소수주주가 이사 해임을 직접 청구하거나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는 요건이 완화되었다. 이제 기업 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법적 강제력을 동반한 요구로 격상되었다고 봐야 한다.

충실의무 확대와 함께 주주대표소송 요건도 완화됐기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나 소수주주 연대가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 개인이 소수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상황도 현실화됐다. 따라서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 전원이 이해충돌 거래, 중요 의사결정의 근거와 절차, 정보 공개 방식 등에 대해 훨씬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법 개정 이후 이사회 결의 과정의 기록화와 의사결정 근거 문서화는 필수 리스크 관리 수단이 되었다.

그간 국내 기업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는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개정법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요건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감독 책임을 부여하면서 명칭도 독립이사로 변경했다. 지금까지의 관행대로 독립이사를 맡은 인사들이 이사회 결의에 수동적으로 동참했다가 소송에 휘말리는 사례가 향후 현실화될 수 있다. 우수한 역량과 책임 의식을 갖춘 독립이사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현행 이사회 구성과 운영 방식이 개정 법령에 부합하는지 전면 점검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사회 내 독립이사 비율 및 독립성 요건 충족 여부 확인, 감사위원회·보상위원회·ESG위원회 등 위원회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 제고, 이사회 안건 준비, 심의, 결의 과정의 문서화 기준 마련, 이사회 결의사항에 대한 사후 평가 및 피드백 체계 구축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이라면 지배주주·사내이사·독립이사 간 역할과 권한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해 두는 것이 향후 소송 리스크를 줄이는 핵심 조치가 된다.

또한 이사회 결의 사항, M&A 의사결정, 계열사 간 거래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검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최고법무책임자(CLO) 또는 최고컴플라이언스책임자(CCO) 역할을 강화하고, 이들이 이사회에 직접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일련의 상법 개정은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주주 중심 경영'이라는 하나의 방향성을 가리키고 있다.

상법 개정과 밸류업 프로그램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부응하듯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자자들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에 반응한다. 향후 개정된 상법이 보장한 소수주주의 권리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선택적으로 적용되면 투자자들은 떠나고 다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이번 변화를 이사회 운영, 주주 관계, 공시 문화 전반을 재점검하는 지배구조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법이 요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지배구조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더 깐깐해진 상법 앞에서, 현명한 기업이 할 일은 규제를 피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법 개정이 지향하는 방향과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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