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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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쓰이는 관용어구 중 가장 오염된 단어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말 아닐까. 이 단어는 그 자체로 가치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말로 보이지만 그 용례를 살펴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흔히 조직이나 회사에서 인물평을 하다 누군가 "A는 자유로운 영혼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이 말에는 평소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 튀는 사람을 일컫는 모난 돌과 같은 부정적인 평가가 묘하게 결합돼 있다. 생각해 보면 영혼은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육체 속에 깃들어 생명을 부여하고 마음을 움직인다고 여겨지는 무형의 실체'인 영혼이 회사원 사이에서는 오용되는 것이다. 구속된 영혼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자유로운 영혼들은 곧잘 고문관, 문제사원으로 낙인찍힌다. 이들에게 조직은 특별한 관심과 배려가 아니라 차별과 배제를 선사하는데 기업의 인사팀이 이들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는 것이 그것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부족한 한국의 조직세계에서 조금이라도 튀는 행동을 하면 자유로운 영혼이 돼버린다.
올해 들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기염을 토하고 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제가상과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했고 OST '골든'(Golden)은 K팝 최초로 그래미상까지 수상해 새 역사를 썼다. 한국문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과 노래가 세계 무대에서 큰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주제가를 작곡하고 직접 부른 한국계 미국인 이재는 수상소감에서 한국에서 연습생 시절 경험과 좌절을 떠올리며 "K팝 아이돌을 꿈꿨지만 거절당했다. 하지만 노래와 음악으로 버텨 꿈은 현실이 됐다"고 말해 큰 감동을 줬다. 케데헌의 쾌거를 보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캐나다인 매기 강과 미국 감독 크리스 아펠한스가 공동으로 연출하고 주제가는 미국인이 만들고 불렀으며 미국 자본으로 제작돼 글로벌 OTT 플랫폼으로 유통된 이 작품의 흥행에 왜 한국인들이 이토록 환호하는가. 그렇다면 케데헌은 K컬처인가. 최근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4'를 보며 비슷한 질문을 떠올렸다. 전 시즌을 통틀어 최고의 점수를 기록한 필리핀 가수 그윈 도라도는 '세월이 가면' '환상' '그때 헤어지면 돼' 등 한국 발라드를 완벽한 발음과 가창력, 감성으로 소화해 심사위원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광화문이 빛으로 물들고 있다. '광화'라는 말이 유래한 '빛이 사방을 비춘다'는 성어 광피사표(光被四表)의 뜻을 이제야 문자 그대로 실현하는 것 같다. 유수 언론사 건물의 벽은 이미 대규모 전광판으로 빛난다. 이에 질세라 크고 작은 건물의 벽에도 속속 전광판이 들어선다. 광화문광장은 이제 곧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처럼 형형색색의 장식으로 빛날 것 같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9월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을 확대운영한다고 밝혔다. 2016년 서울 코엑스 일대가 1기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됐고 2기에는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 명동관광특구, 부산 해운대해변이 지정됐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영국 런던 피카딜리서커스,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처럼 '빛나는' 공간을 만든다는 취지다. 규제완화로 도시의 벽은 광고매체로 전환되고 있다. 건물은 회색빛 외피 위에 발광하는 인터페이스를 입고 있다. 건물과 미디어 체계가 협력하면서 도시의 감각을 다시 설계한다. 초대형 전광판은 건물주의 광고판이 됐다. 도시의 벽 위에 설치된 광고판은 행인의 주의를 끌어들임으로써 자본을 빨아들인다.
방탄소년단(BTS)이 월드투어 공연 '아리랑'의 북미와 유럽 전회차 매진사례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북미 12개 도시 31회, 유럽 5개 도시 10회 등의 공연을 할 예정이었는데 팬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1회차를 추가해 34개 도시 82회로 사상 최대규모가 됐다. 도장깨기 콘셉트도 주목받는다. 미국 엘파소 선볼스타디움, 폭스버러 질레트스타디움, 볼티모어 M&T뱅크스타디움, 스탠퍼드 스타디움, 알링턴 AT&T스타디움 등은 K팝 아티스트 사상 최초라는 기록과 함께 웬만한 팝스타도 설 수 없는 무대여서다. 영국 BBC가 입장권 수익만 최소 10억달러(약 1조4487억원)로 추산한 게 맞다면 테일러 스위프트, 밴드 콜드플레이에 이어 2020년대 전 세계 3대 투어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무엇보다 3월20일 발매 예정인 앨범 '아리랑'은 1주일 만에 선주문량이 406만장을 넘어섰다. 342만장을 기록한 정규4집 '맵 오브 더 소울(MAP OF THE SOUL) : 7'을 넘어선 자체 최단 신기록이다. 새로운 기록들은 3월21일 광화문 공연으로 더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2월)16일에 전라도순찰사 권율이 왜적이 다시 (행주산성을) 침범하려고 계획한다는 소문을 듣고 급히 진을 옮겨 파주로 와서 도원수와 연이어 진을 쳤습니다. 양천 이남의 군사는 충청감사 허욱과 전라병사 선거이인데 또 수원의 독성으로 후퇴해 지키고 있습니다. " 1593년 2월25일 '선조실록'에 기록된 류성룡의 급보 내용이다. 행주대첩이 있던 2월12일로부터 4일 후의 상황인데 대패한 왜군이 다시 보복전을 감행한다는 소문에 권율 장군은 행주산성을 버리고 서울에서 더 먼 북쪽의 파주로 군대를 옮겼다. 또한 한강 남쪽의 양천과 금주산(호암산성)에 주둔하던 충청감사 허욱과 전라병사 선거이까지 수원의 독성으로 후퇴배치했다. 권율 장군의 판단에 따른 결정인데 영의정 류성룡의 생각은 달랐다. 류성룡은 "대개 명나라 군대가 후퇴해 주둔한 뒤 많은 사람이 동요해 질서 없이 모두 후퇴하니 이것은 좋은 계책이 아닌 듯합니다. 신은 거듭 권율을 독려해 행주산성으로 돌아가 지키게 하고 싶었으나"라고 말했다. 이어 "(행주산성이) 목책과 군영의 보루가 이미 불타서 군사들이 의지할 것이 없으므로 부득이 임시로 파주의 뒷산에 머물러 이빈·고언백 등과 함께 고기비늘처럼 이어서 진을 치게 했습니다"라고 했다.
AI(인공지능)의 발전속도가 눈부시다. 이제 AI는 산업은 물론 과학연구의 방향과 효율성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AI 인프라와 활용능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평가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정부가 '제네시스미션'(Genesis Mission)을 발표했다. AI와 국가 과학데이터를 활용해 과학적 발견과 기술혁신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는 국가전략 선언으로 이는 과거 맨해튼 프로젝트나 아폴로 프로젝트에 비견될 만하다. 과학기술 패권경쟁이 새롭게 막을 올린 것이다. 이와 맞물려 주목받는 국제 협력체가 '트릴리언 파라미터 컨소시엄'(TPC)이다. TPC는 초거대 AI모델, 즉 조단위 파라미터를 갖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동개발하기 위해 미국, 유럽, 아시아의 연구기관, 슈퍼컴퓨팅센터, 대학, 산업계가 참여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다. 단순히 모델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컴퓨팅·인재를 결합한 새로운 과학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이 컨소시엄의 목표다. 이처럼 과학연구의 패러다임은 AI 개발과 맞물려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1. 혁신의 요람인가, 희망고문의 실험실인가. 규제샌드박스는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상징적인 제도다. '일단 허용해 혁신에 한 걸음 다가간다'는 전제 아래 낡은 법령에 가로막힌 신산업이 세상에 나오도록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위해 생겨났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루센트블록 사태'는 이 제도의 치명적인 결함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혁신을 위해 조성된 실험공간이 실험이 끝난 뒤엔 오히려 기업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분쟁의 출발점'이 됐다는 비판이다. 문제의 핵심은 실험이 종료된 후 '출발선'에 관한 문제다. 루센트블록과 같은 핀테크·부동산 조각투자 기업들은 규제샌드박스라는 틀 안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유효성을 검증했다. 하지만 그 검증결과가 제도화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은 정책설계의 주체가 아닌 '참고용 데이터 제공자'로 전락했다. 이는 혁신의 통로가 정교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정책적 공정성의 훼손이다. 2. 한국형 샌드박스의 맹점 : 실험 이후 법적 진공상태. 현재 한국의 규제샌드박스는 실험의 단계까지는 매뉴얼을 갖고 있다.
투자 유치는 스타트업의 실력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핵심 기준으로 활용된다. 어디에서 얼마를 조달하여 어느 정도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느냐는, 사업의 내용을 세세히 들여다 보지 않더라도 기업의 성장 궤도를 가장 직관적으로 나타내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토대로 어떤 기업이 '잘 나가고 못 나가는지' 암묵적으로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우 투자 유치가 스타트업 창업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처럼 간주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부트스트랩 전략에 기반한 자생적 성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트스트랩이란 '자기 자신의 부츠 끈을 잡아당겨 스스로 일으킨다는' 표현에서 유래되었으며, 대규모 투자 없이 기업 자체적으로 수익 창출을 통해 경영을 이어나가는 방식을 지칭한다. 쉽게 말해, 스스로 벌어 성장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고도의 기술 개발을 요하는 현재의 창업 생태계 및 시대적 맥락에서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의아하고 막연할 수 있지만, 창업자의 사업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 추구하는 경영 철학에 따라 부트스트랩 전략이 오히려 더 적합할 수 있다.
1957년 10월4일 소련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직경 58㎝짜리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탑재한 R-7 로켓이 밤하늘을 가로질렀을 때 서구사회가 느낀 전율은 단순한 놀람을 넘어선 공포였다. 기술적 우위에 취해 있던 미국은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에 직면했고 이는 인류를 달로 보낸 우주경쟁의 시발점이 됐다. 그로부터 70여년이 흐른 지금 인류는 다시 한번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번 주인공은 인공위성이 아니라 인공지능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인공지능의 파고는 과거 스푸트니크보다 훨씬 치열하고 그 영향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파괴적이다. 과거의 스푸트니크 모멘트가 항공우주라는 특정 첨단기술 분야에 국한된 사건이었다면 지금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인류문명 전반을 재구성하는 범용기술이 탄생한 사건이다. 1950년대 우주기술은 군사과학 분야에 국한됐을 뿐 그 혜택이 민간 영역으로 흘러들어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반면 인공지능은 다르다. 인공지능은 모든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기초를 바꾸는 근간 기술이다.
연초에 개인적으로 참여한 미국 CES에서 한국 기업들이 혁신상(Innovation Awards) 347개 중 206개를 수상하며 2년 연속 최다 수상국의 위상을 누렸다. 60%가 넘는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국의 피지컬 AI와 첨단 제조기술이 글로벌 리더십을 인정받은 상징적인 표시였다. 2025년 세계를 휩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골든글로브어워즈에서 최우수 주제가상을 거머쥐었다. 이 작품은 K팝과 한국 문화요소를 결합한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을 다시 증명하고 K팝이 글로벌 고유명사가 돼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는 '커넥트(Connect) 이노베이트(Innovate) 프로스퍼(Prosper)'라는 주제로 AI 거버넌스, 공급망 안정, 지속가능한 성장 프레임워크를 주도하며 국격을 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모두 대한민국이 정치와 경제, 기술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전분야에서 최고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미 세계 모든 사람은 '오징어 게임'을 봤고 최고 기술의 반도체와 방산, 이제는 김밥과 만두까지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며 'K브랜드'는 일시적이고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세계의 문화·경제적 파워로 자리잡았고 그 위상은 많은 국가의 부러움을 사는 것이 사실이다.
시대를 빛낸 스타들이 떠나고 있다. 텔레비전과 연극무대에서 활약한 배우 이순재, 한국영화의 중흥기를 빛낸 배우 김지미, 연극과 뮤지컬, 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실험에 도전한 배우 윤석화, '한국영화의 페르소나'로 불린 국민배우 안성기. 대중문화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대중문화에는 2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대중이 좋아하는 문화(popular culture)다. 다른 하나는 매스미디어에 의해 생산되고 유통되는 문화(mass culture)다. 매스미디어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현상이다. 20세기와 더불어 출판은 텍스트를 매개로 책과 신문, 잡지의 전성기를 열었다. 필름은 이미지를 매개로 사진과 영화의 시대를 이끌었다. 라디오는 사운드를 매개로 방송의 시대를 몰고왔다. 매스미디어의 총아는 텔레비전이었다. 텔레비전은 출판, 필름, 라디오를 모두 통합하면서 대중의 눈과 귀를 완벽하게 장악한 대체 불가능한 미디어였다. 우리를 떠나는 배우들은 20세기 후반 대중문화를 상징한다. 이들은 대중문화와 함께 성장했고 그것이 구축한 스타시스템의 핵심에 있었다.
CES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나열하는 전시회가 아니다. 글로벌 AI·ICT 혁신 기술이 시장과 연결되어 실제 가치로 구현되는 '혁신 기술의 글로벌 유통 플랫폼'이다. 지난해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의 가능성을 탐색했다면, CES 2026은 AI가 생성과 추론 중심의 AX(AI 대전환) 1. 0을 넘어 현실에서 실행·행동하는 'AX 2. 0 시대'의 개막을 선언한 자리였다. 전시의 핵심 흐름은 가시권에 들어온 피지컬 AI, AX의 산업·일상으로의 본격 확산, 핵심 기반인 AI 코어의 진화라는 세 축으로 요약된다. 최대 화두인 '피지컬 AI'는 '자율주행', '로봇', '제조' 분야 모두 한 단계 진화했다. 자율주행은 레벨 4 시대가 눈앞에 왔음을 증명했다. 아마존의 무인택시 '죽스(Zoox)'가 복잡한 교통 환경에서 사람보다 안정적으로 주행했고, 현대차 역시 레벨 4 자율주행을 시범 운영했다. 구글 '웨이모' 6세대는 절반의 센서로 효율성을 극대화했고, 엔비디아는 '알파마요' 플랫폼을 벤츠와 협업해 최초로 '추론하는' 자율주행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