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원화 스테이블 코인,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다

[투데이 窓]원화 스테이블 코인,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다

소윤권 엔버스 대표
2026.04.15 02:00

우리는 지금 '결정하지 못하는 능력'만 세계 최고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시작하지 않는다. 마치 출발선에 서서 "준비됐나요?"만 반복하는 선수 같다. 문제는, 다른 나라 선수들은 이미 운동장 한 바퀴를 돌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 질서는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중동을 둘러싼 긴장은 단순한 전쟁 뉴스가 아니다. 에너지 결제 구조, 나아가 달러 패권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다. 달러 패권의 균열이 우리에게 위기인지 기회인지 기민하게 판단하고 움직여야 할 시간이데, 우리는 여전히 "원화 스테이블 코인, 해도 될까요?"를 물으며 서성대고 있다. 이러다가는 아예 통화 패권 게임의 참여 기회가 사라질 판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더 이상 실험 대상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일부다. 지금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돈처럼 쓰이는 것'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다. 다시 말해, 블록체인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본 언어는 달러다. 이 구조가 굳어질수록 원화는 점점 더 '번역이 필요한 통화'가 된다. 번역 비용이 붙는 통화는 경쟁력을 잃는다. 결국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우리에게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늦어지고 있을까. 단순히 입법 속도가 느려서일까? 그렇지 않다. 여기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정책 당국 간 '시선의 불일치'다. 어떤 곳은 스테이블 코인을 혁신으로 보고, 어떤 곳은 리스크로 본다. 문제는 이 두 시선이 조율되지 않은 채 동시에 작동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책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돈다. 한쪽은 액셀을 밟고, 다른 한쪽은 브레이크를 밟는 형국이다.

둘째, 통화 주권에 대한 과도한 방어 심리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하면 기존 금융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협이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이미 국내 시장까지 파고드는 상황에서 방관은 보호가 아니다.

셋째,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구조다.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 법체계 어디에도 완전히 들어맞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어느 기관도 명확하게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결과는 뻔하다. "조금 더 검토해보자"는 말이 반복된다. 그런데 시장은 검토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넷째,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스테이블 코인을 단순한 코인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제, 자산, 금융이 결합된 '플랫폼 통화'다. 따라서 이걸 놓치면 우리는 단순히 하나의 상품을 놓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 금융 구조 자체를 놓치게 된다.

이제 정책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말이 아니라 실행이어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원화의 디지털 복사본'이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만들면 아무도 쓰지 않는다. 대신 실물자산(RWA), 콘텐츠, 금융 서비스와 결합된 '쓸모 있는 통화'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사용하고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또한 시작은 국내지만, 목표는 글로벌이어야 한다. 동남아, 중동, 글로벌 디지털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원화는 국경 안에서는 강하지만, 국경 밖에서는 조용하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으로 그 침묵을 깰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시작하고, 보완하고, 다시 확장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성된 법'이 아니라 '작동하는 실험'이다. 샌드박스든, 특례든,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제도가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만의 차별화다. 달러를 따라가면 답이 없다. 우리는 콘텐츠, 실물자산, 금융을 결합한 구조로 가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그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기회의 문 앞에 서 있다. 문제는 계속 노크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밀든 당기든 우리가 직접 문을 열어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이제는 정말 시작해야 한다.

소윤권 엔버스 대표

소윤권 엔버스 대표.
소윤권 엔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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