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걸린 여러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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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한 IT 대기업 A사의 개발팀 직원들이 사용할 업무용 AI(인공지능)를 개발했다. 그런데 개발팀의 바람과 달리 AI를 회사 전체에 곧바로 도입하지는 못했다. 경영진 입장에선 AI를 사용할 때 직원들의 생산성이 얼마나 상승하는지, 품질에 변화는 없는지 따져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개발팀의 과제는 '어떻게 AI를 개발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AI의 생산성과 품질 효과를 평가할지'로 옮겨갔다. # AI 스타트업 C사는 올해 하반기 상장을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다. 그런데 최근 배포된 기술특례상장 심사 가이드라인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평가 항목에 AI 애플리케이션이 생산성 향상 등 실질적 효익을 달성하도록 지원하는지 여부는 물론 실제 업무환경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과업을 완수하는지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C사는 AI의 효율성을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지가 올해 사내 최대 화두가 됐다. 기업들의 AI에 대한 관심이 '평가'로 확장되고 있다. 필자가 진행해온 산학공동 연구사례에서도 이러한 경우가 자주 나타난다.
A씨는 획기적인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B·C씨에게는 그야말로 '대박'으로 느껴졌다. A씨는 투자하면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자신했다. 솔깃한 B·C씨는 수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기라는 의심이 들었다. 결국 경찰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경찰은 실제로 사업을 시도했다는 A씨 말만 믿고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지방검찰청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B·C씨는 너무나 억울해 항고했다. 고등검찰청은 몇 가지를 추가 수사하라며 사건을 지검에 돌려보냈다. 지검은 보완 수사 과정에서 비슷한 피해자가 더 있다는 점을 밝혀내 A씨를 구속기소했다. 2024년 한 언론에 보도된 실제 사건이다. 2022년 한국의 고소 사건 인원은 35만7612명으로 일본(7571명)보다 47배나 많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고소 제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비교적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이 드는 민사소송과 달리 비용 부담 없이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형사 고소의 경우 수사기관이 제 역할만 해준다면 신속한 권리구제가 될 수 있고 '고소-항고-재항고(또는 재정신청)'라는 단계별 불복 수단이 정교하게 마련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일본 구마모토현 공장은 착공부터 완공까지 불과 1년 7개월이 걸렸다. 구마모토현은 신속한 행정 처리와 보조금 지급으로 뒷받침했고 지역 고등학교와 대학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전용 학과를 신설하며 호응했다. TSMC와 거래하던 수십 개 협력사들도 공급망 효율성을 고려해 구마모토로 모여들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 정부는 토지·용수·전력 등 핵심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파격적 세제 혜택을 제시했다. 공장 가동에 대비해 인근 대학들과 함께 장·단기 반도체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지역이 대형 선도기업, 이른바 앵커기업을 유치해 핵심 산업 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중심으로 협력기업과 교육기관·연구소가 모이며 지역 고유의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유치를 위해 필요한 유인책을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고민하고 실행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닮아있다. 지난달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산업 연구개발(R&D) 혁신방안'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역, 나아가 광역 단위 산업 생태계의 중요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가 R&D(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이른바 '예타'를 직접 겪어본 연구자라면 누구나 비슷한 감정을 공유할 것이다.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연구개발 과제가 기획 단계에서만 2년 이상 소요되는 현실 앞에서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끼지 않은 연구자는 드물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비용-편익(B/C) 비율'이나 '계층분석법(AHP) 지표'가 국가 전략 연구의 운명을 좌우하는 장면을 보며 연구 전문가로서 답답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R&D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크다. 성공 여부를 사전에 계량화하기 어렵다. 또한 실패 가능성 자체가 지식 축적의 일부가 되는 특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타 제도 하에서는 연구의 질보다 형식적 절차와 설명 논리가 우선했다. 많은 연구자가 실험실이 아닌 기획서와 보고서 작성에 시간을 쏟아야 했다. 이러한 이유로 R&D 예타 폐지는 연구 현장의 오랜 염원이었다. 다만 예타 제도의 폐지를 마냥 환영만 하기는 어렵다. 예타는 18년 전 국가 재정의 건전성과 대규모 사업의 무분별한 집행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현대사회에서 전기가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아침을 깨우는 스마트폰부터 밤하늘을 수놓는 도시의 불빛까지, 우리가 누리는 현대 문명의 풍요는 원자력이라는 거대한 엔진이 뒷받침해 왔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엔진이었던 원자력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며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됐다. 하지만 눈부신 풍경 이면에는 우리가 오랫동안 미뤄온 숙제가 남아 있다. 바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남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다. 전기를 사용하는 혜택을 누렸다면 그에 따르는 책임 또한 온전히 우리 세대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현재 의료·연구·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경주 처분시설에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원전 연료로 사용된 후 배출되는 고준위 방폐물은 상황이 다르다. 높은 열과 방사능을 지닌 이 폐기물은 지하 500m 이상의 깊은 암반에서 10만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생태계로부터 격리해야 한다. 지금 이순간에도 2만여 톤에 달하는 고준위 방폐물은 각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에 '임시'로 보관되고 있는데, 이 저장 공간은 이미 포화 상태에 직면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자리잡을 곳은 단순한 땅이 아니다. 그럴듯한 오피스군(群)을 적당히 채워넣는 개발사업을 할 곳은 더더욱 아니다. 서울의 향후 도시 경쟁력을 좌우할 국가적 프로젝트가 추진돼야할 곳이다. 이전의 논의는 이곳에 얼마만큼의 업무시설을 채울 것인가에 머물러 있지만 세계 주요 국제업무지구의 개발 흐름을 보면 이미 방향이 분명하다. 업무와 주거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직주복합이 정답이다. 홍콩 유니온스퀘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뉴욕 허드슨야드, 런던 카나리워프, 도쿄 토라노몬·롯폰기 힐스 등 글로벌CBD의 공통점은 고밀 업무시설과 상당한 규모의 주거를 결합했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초기에는 업무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주거 비중을 확대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려면 양질의 주거가 필수이고 상주인구가 있어야 야간과 주말 공동화를 막을 수 있다. 상업·문화시설의 지속가능한 수요를 확보하고 직주근접을 통해 교통 혼잡과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최근 조성되는 국제업무지구의 경우 주거 연면적 비율이 30~50%에 이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통계는 숫자로 그려낸 사회의 자화상이다. 2024년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9. 1명으로 2011년 이후 최고치였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됐다. 2023년 우울증 진료를 받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2018년 대비 75. 8% 늘었다. 이 기간에 불안장애 진료를 받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93. 1% 증가했다. 우리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에 관한 최근 동향은 더욱 암담하다. 서울에서 자살 시도나 자해 학생 수는 코로나19(COVID-19) 시기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믿기 힘든 증가세이다. 충동적 자살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자살 위험이 불안정한 균형 위에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학생 자살 소식이 교육감실로 날아들면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하다. 젊은 생명이 어떻게 삶을 마감했는지를 읽어갈 때는 그 참담함이 눈 앞을 가린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사회적 격리의 부작용이 증가 추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과거 탓만 할 수는 없다. 교육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학생들의 마음건강에 둬야 한다.
필자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 국가균형성장특별위원회(균형특위)에 참여했다. 균형특위에서 논의의 핵심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의 자생적 성장 기반을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그 중 핵심은 5극 3특 성장으로, 예산과 권한의 배분까지를 포함해 광범위하고도 기존 균형발전 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책수단을 찾자는 것이었다. 5극 3특 성장전략은 수도권 중심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지방의 자생적 성장을 강화하기 위한 국토구조를 재편하는 전략이다. 전국을 5개의 초광역권(메가허브)으로 재편하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이다. 즉 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 중심의 경제·생활·행정권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또 3개의 특별자치도에 대한 권한 강화 및 특례를 부여해 자생적 성장발판을 마련하도록 돕는 것이 3특(제주·전북·강원) 정책의 목표다. 이를 바탕으로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과 지방소멸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1차적 목적이다. 경제권, 생활권, 행정·재정 기반을 3대 축으로 지역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권역별 성장엔진(전략산업, 혁신거점, 인재양성 등)을 육성하고, 초광역 연계망(GTX·광역철도 등)을 확충하며, 자치분권 확대 및 재정지원 강화함으로써 이 정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의 2025년 동계 학술대회 주제는 '문화콘텐츠와 어뮤즈먼트'였다. 지금까지 콘텐츠 관련 학회의 학술 주제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 문화콘텐츠에 대한 담론이나 산업적인 접근이 주류였는데 이번엔 '놀이와 재미'를 키워드로 생산, 소비, 정책, 사업 전반에 걸쳐 문화콘텐츠의 미래를 논의했다. 어뮤즈먼트, 즉 재미는 문화콘텐츠의 대중문화적 성격이자 핵심이다. 그 재미는 오감을 자극하고 참여와 몰입을 통해 감정적·사회적 만족을 주는 경험에서 비롯된다. 미국 할리우드식 표현으로는 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인 '골든'(Golden)을 흥얼거리고 주인공들의 의상을 입는 것은 이 애니메이션을 오감으로 즐긴 발로다. 우리가 전시와 공연 등에 참여·체험하며 경험하는 카타르시스는 감정적 공감과 사회적 소통을 촉진하는 기반이 된다. 지금은 디지털 문화콘텐츠의 시대다. 우리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손쉽게 문화콘텐츠를 향유하고 소비한다. 과거 공동체의 참여적 놀이형태는 아니지만 디지털 시대 사람들의 일상적인 놀이가 됐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 헌법 제10조에서 명시한 기본권의 핵심이다. 이는 단지 생존하는 것을 넘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자신만의 삶을 설계하며 인간답게 살 권리를 의미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금융이다. 창업하고자 한다면 금융을 통해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자산을 늘리고 싶다면 저축이나 투자상품에 가입할 수도 있다. 오늘날 금융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 행복추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됐다. 이런 생각은 오래전 역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6세기 아테네에서 이루어진 이른바 '솔론의 개혁'이다. 솔론은 빚을 갚지 못한 시민이 노예로 전락하던 현실을 개인의 무능이나 도덕적 해이로 보지 않았다. 그는 이를 공동체 전체가 마주한 위기로 인식하고, 시민이 가진 과도한 부채를 탕감하고 채무노예제를 폐지했다. 시민의 자유와 존엄을 침해하는 금융 질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수출 사상 최초 7000억불, 코스피 4000포인트 돌파, 성장 모멘텀 강화. 지난해 이재명 정부의 경제 성적표다. 이러한 경제 '회복'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경제 '대도약'을 추진할 것이다. 특히 광복 100주년, 2045 대한민국 경제대도약을 위한 국가 아젠다를 발굴하고, 현 정부 내 액션플랜을 수립할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올해를 경제대도약 원년으로 만들기 위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추진한다. 먼저, 거시경제를 적극 관리할 것이다. 재정지출 8. 1% 확대, 공공기관투자·정책금융 20조원 확대 등 적극적 거시정책을 통해 2% 성장을 달성할 것이다. 아울러, 생활물가를 안정시키고 환율, 가계부채, 부동산 등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다. 둘째, 잠재성장률 반등에 총력을 다할 것이다. '반도체 세계 2강' 도약을 뒷받침하고, 방산·바이오·K-컬처를 신성장 엔진으로 키우는 등 '반도체+α'의 국가전략산업을 육성한다. 국가 AI(인공지능) 컴퓨팅센터 연내 착공 등 AI 대전환, K-GX(녹색 대전환) 전략 수립 등 초혁신경제 구현에도 가시적 성과를 만들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촘촘한 철도망 연결로 전국이 일일생활권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국민의 교통기본권에 한 축을 차지하는 철도 안전을 강조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 아니다. 최근 청도역 부근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철도사고 소식에 철도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가 커지는 것도 당연하다. 산업재해를 막고 현장 근로자 생명 보호를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도를 비롯해 전국 건설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점은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1건의 대형사고는 그 이전 29건의 경미한 사고, 300건의 사소한 징후를 무시한 결과로서 전조 증상이 나타날 때 철저히 관리했다면 충분히 사전 예방할 수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기업과 정부 모두 되새겨봐야 한다. 노동집약적 대규모 장치산업인 철도는 시간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시스템적 특성이 있다. 코레일 설립 후 우리나라 간선철도는 철도노선 30%, 전철화는 무려 2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30년이 지난 노후 철도시설물 비중까지 65% 수준으로 늘어나 근로자 안전을 위한 정부의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