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스닥, 혁신 기업 '정거장' 아닌 '종착지'

[기고]코스닥, 혁신 기업 '정거장' 아닌 '종착지'

이동훈 코스닥협회 회장
2026.04.24 05:20

코스닥시장에는 불편한 진실이 하나 있다. '성공이 곧 이별의 신호'가 되는 구조다. 코스닥에서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들이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코스피 이전상장을 선택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현상이다.

기업들이 이전상장을 선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과 안정적인 수급 기반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책의 방향도 명확하다. 코스닥에 남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시장 환경을 재설계해야 한다.

최근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과 기관투자자 자금 유입 확대는 그래서 긍정적이다. 연기금 기금운용평가에도 코스닥 관련 지수가 반영되면서 우량 코스닥기업을 장기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우선 규제 환경부터 달라져야 한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역할이 다른 시장인 만큼 기업 규모와 성장 단계에 맞는 맞춤형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 상장 이후에도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 위에 실질적인 잔류 유인을 설계해야 한다. 코스닥 지수 연계 투자 비중 확대, 세제 인센티브, 공시·규제 체계의 합리적 차별화 등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실익이 돌아가는 체계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코스닥의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정책이 없다면 이전상장을 선택할 유인은 언제든 다시 작동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책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코스닥시장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기업의 선택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코스닥은 단순한 자금조달 창구가 아니라 혁신기업이 성장하고 도약하는 플랫폼이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진입한 기업이 코스닥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이것이 다시 후속 기업의 상장과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속에서 시장은 발전해 왔다. 선도기업이 시장에 남아 성과를 축적할 때 투자자의 신뢰가 유지되고 후속 기술기업의 도전도 이어진다.

반대로 선도기업이 시장을 떠날 때의 비용은 생각보다 크다. 단순히 시가총액 하나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투자자의 신뢰가 흔들리고 후속 기업의 상장 매력도가 낮아지며 시장 전체의 역동성이 약해지는 연쇄 효과로 이어진다. 코스닥 생태계는 선도기업의 잔류로 강해지고 이탈로 약해지는 구조다.

결국 선도기업이 코스닥에 남는 것은 혼자 감수하는 희생이 아니다. 시장이 함께 성장하면서 기업 자신도 더 큰 투자자 기반과 높은 신뢰를 누리게 되는 생태계 전체가 공유하는 이익이다. 남는 선택이 합리적이 되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라면 그 환경 위에서 잔류를 선택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코스닥은 더 이상 거쳐 가는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혁신기업이 성장하고 머무는 시장이 되어야 한다. 정책과 기업의 선택이 함께 바뀔 때 비로소 그 전환이 가능하다.

이제 정책 당국은 코스닥에 남는 것이 이익이 되는 제도를 만들고 기업은 시장에 남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선택임을 증명해 주어야 할 때다. 우량 기업이 긍지를 가지고 머무는 역동적인 코스닥을 만드는 일 그것은 자본시장 정책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과제다.

이동훈 코스닥협회장
이동훈 코스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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