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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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작가 출신 방송인 기안84(본명 김희민)의 인기가 갈수록 상승한다. 그는 배우나 아이돌 출신이 아니지만 방송·콘텐츠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특히 2030 청년들에게 그의 생활방식과 태도는 웃음을 넘어 강한 공감의 대상이다. 왜일까. 이는 오늘의 청년들이 처한 구조적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그의 인기배경을 '기안84만의 특이한 캐릭터'에서 찾는다. 그는 성공모델 대신 허술함과 어설픔, 날것의 일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인물이다. 성공한 웹툰작가이자 방송인이지만 정리되지 않은 집과 편의점 음식, 무기력한 태도를 숨기지 않는다. 이러한 솔직함은 경쟁에 시달리는 2030세대에게 위안을 준다. 오늘의 청년들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자조 속에서 살아간다. 출발선부터 다른 흙수저 현실, 끊어진 계층이동의 사다리,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도록 강요받는 N포구조, 영끌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자산격차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이런 조건에서 기안84의 '완벽하지 않은 일상'은 성공의 공식을 제시하지 않지만 흔들리고 실수하며 살아가는 모습만으로도 청년들에게 위로를 준다.
2016년 1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됐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이 제도는 소액으로도 초기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당시 큰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도입 첫해엔 13개 중개업자가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며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는 듯 보였고 일부 성공사례와 함께 전문투자자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그러나 벤처혁신기업의 직접금융 창구로 기대를 모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현재 모습은 성장정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2025년 12월 말 기준 자금조달에 성공한 기업은 1093개사, 누적 조달금액은 2346억원, 누적 일반투자자 수는 9만9319명에 그친다. 규모와 성장성, 참여자 측면에서 벤처·창업기업의 대표적인 시장기반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최근 한국예탁결제원이 개최한 제도 도입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성장한계의 원인으로 코넥스나 코스닥 상장, M&A(인수·합병)로 이어진 비율이 1%에 불과해 투자회수에 성공한 경험이 축적되지 못했고 유통시장이 미비해 투자금 회수가 사실상 단절된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여러 조사에서 나타나듯 한국 사회의 반중감정은 매우 높다. 특히 청년세대에서 그 강도가 두드러진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정서를 이유로 중국과 교류 자체를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전략적으로 회피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다. 최근에는 계엄사태를 거치며 중국 문제가 국내 정치와 결합하고 혐중(嫌中)에 가까운 태도로까지 확산하는 양상도 보인다. 그러나 과연 한국 사회가 중국을 이런 방식으로 인식하는 게 바람직한지 냉정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회가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G2로 불릴 만큼 거대한 국가다. '대국'(大國)이니 '사대'(事大)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트럼프, 푸틴, 시진핑처럼 강대국 지도자들이 자국의 내정과 국익을 전면에 내세우며 '낯선' 방식으로 국제질서를 재편하는 시대이기에 그 작동방식을 더 정밀하게 해독해야 한다. 이매뉴엘 월러스틴이 말한 '우리가 알던 세계의 종언'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한국은 그 격변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전환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차이나 리터러시'(China Literacy)다.
많은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가 수습기관을 구하지 못하는 '수습대란'을 겪고 있다. 회계사로 등록하고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간 실무수습이 필수여서 수년간 시험준비에 인생을 투자한 사회초년생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상실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정부가 시장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선발인원을 대폭 확대한 데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구조적 문제도 존재한다. 데이터 분석기술의 발전은 저연차 회계사가 담당하던 데이터 수집과 계산, 거래내역과 회계장부의 대사와 같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자동화했다. 또한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자연어 처리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계약서 내용을 분석하고 리스크를 식별하는 것과 같은 지능형 자동화 단계로 진화했다. 에이전트 AI가 본격화하면 AI가 스스로 감사업무의 일부를 수행하고 분석한 후 판단결과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글로벌 회계법인들은 회계감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AI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 과거 저연차 회계사들이 담당한 단순 감사업무를 AI가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대형 회계법인에 입사해 선배들에게 도제식으로 배우던 기존 수습모델은 더이상 지속되기 어려워졌다.
미국에선 매년 7~8건의 스파이 사건이 발생한 냉전기 막바지 1980년대를 '스파이의 시대'(Decade of the Spy)로 칭한다. 특히 1985년은 미국 언론이 '스파이의 해'(Year of the Spy)로 부를 만큼 대단한 사건이 많았다. 해군 준위로 무려 17년간 통신암호를 소련에 제공해 100만건 이상의 비밀 전문을 노출한 존 워커, CIA에서 30년간 중국 전문가로 근무하며 중국으로 정보를 빼돌린 래리 우타이 친 등 많은 거물급 스파이가 1985년에 체포됐다. 1991년 냉전이 끝나면서 줄어든 스파이 활동은 2020년대 들어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하고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에 전운이 감돌자 급격히 증가했다. 최근 상황을 보면 2020년대가 다시금 '스파이의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2022년 7월 영국 방첩기관 MI5와 미국 FBI 국장이 역사상 처음으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위협을 경고했다. MI5가 조사 중인 영국 내 중국 스파이 사건이 5년 전보다 7배 늘었고 FBI는 약 12시간마다 새로운 중국 관련 방첩 조사에 착수한다면서 경각심을 촉구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거대한 북극 빙하와 오로라로 둘러싸인 미지의 땅에 불과하던 그린란드는 지금 미국과 중국 패권경쟁의 최전선이 됐다. 사건의 발단은 희토류다. 지난해 미중 관세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국은 희토류 수출중단을 보복카드로 검토했고 최근 일본을 상대로는 실제 수출통제 조치를 단행하며 전략광물 무기화의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러한 공급망 위기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편입'이라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그린란드에는 세계 최대규모의 희토류가 매장됐기 때문이다. 그는 최대 25%의 관세부과를 예고하며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을 압박했다. 중국의 직접적인 표적이 되자 공급망 다변화에 사활을 건 일본은 미국의 전략에 기민하게 동조하며 '미국-일본-그린란드'로 이어지는 새로운 자원동맹 구축에 나섰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에 분노한 나토 동맹국이 내놓은 대응카드는 초라했다. 병력을 급파해 무력시위를 벌였지만 고작 수백 명의 특수부대와 지원인력만으로 미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할 의사는 애초부터 없었다.
금과 은은 오랜 기간 본원통화의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19세기 후반 금본위제가 대세로 자리잡기 전까지는 금과 은이 동시에 통용됐다. 1840년 아편전쟁 이전에는 중국 등을 중심으로 은이 더 넓게 사용됐다. 은이 금에 패배한 것은 역설적으로 금에 대한 은의 상대적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에서 대규모 금광이 발견되고 골드러시가 일어나자 금 공급이 크게 늘었다. 실물시장에서 저평가된 금은 대규모로 유통됐고 은은 금고로 들어갔다. 고평가된 금(악화)이 저평가된 은(양화)을 밀어내고 본원통화의 왕좌를 차지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재연됐다. 금본위제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금본위제 아래에서 세계 경제는 안정성장을 구가했다. 금본위제가 제대로 운용되기만 하면 각국의 무역수지는 자동적으로 해소됐다. 국제무역의 지불수단인 금이 무역수지 적자국으로부터 흑자국으로 유출됐다. 무역적자 국가에서 본원통화인 금 보유량이 줄어들자 그에 기반해 발행되는 화폐의 공급도 감소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야당의 거부로 멈췄지만 후보자에 대한 국민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후보자를 둘러싼 논문, 입시, 자산, 부동산 의혹이 낯설지 않아 많은 국민은 자연스럽게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떠올린다. 이혜훈 아들 장학금 의혹에 대해 조국 대표는 "내 딸과 똑같은 잣대로 검증하라"고 촉구했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인사검증과 임명을 넘어 '조국사태2'로 향하는 익숙한 경로처럼 보인다. 인물은 바뀌었지만 구조는 그대로여서다. 조국사태는 '가족 리스크'가 어떻게 정치인의 공적 생명을 위협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까지 일가족이 연쇄적으로 수사와 재판에 휘말렸고 결국 처벌로 이어졌다. 조국사태는 단순한 도덕성 논란을 넘어 권력과 특권이 사적 영역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당시 2030세대가 분노한 이유는 법률위반 여부보다 위선과 불공정, 이중잣대가 더 컸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던 엘리트가 자녀문제에선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모습은 노력하면 올라갈 수 있다는 최소한의 믿음을 무너뜨렸다.
대한민국 에너지 시장이라는 불펜엔 시속 100마일의 강속구를 뿌릴 준비를 마친 에이스가 넘쳐난다. 정부와 업계 자료를 종합하면 2026년 현재 계통접속을 기다리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전국적으로 수십 기가와트(GW) 규모에 달한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수십 기에 해당하는 잠재력이자 국가 탄소중립의 명운을 짊어진 핵심자산이다. 그러나 이들은 마운드에 서기도 전에 동력을 잃어간다. 마운드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인 전력망이 운영의 경직성이라는 구조적 병목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본질적인 한계는 최근 '에너지 고속도로' 이니셔티브로 촉발된 선로의 물리적 부족에만 있지 않다. 기구축된 전력망 자산운영의 유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시스템 철학의 부재가 더 뼈아프다. 실시간 기상데이터에 기반해 특정 구간의 선로용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동적 송전용량'(DLR) 기술은 국내에서도 10여년 전에 검토와 실증을 마쳤다. 문제는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운영의 관성이다. 우리는 여전히 1년 내내 최악의 기상조건을 상정해 선로 수용치를 보수적으로 제한하는 '정적 송전용량'(SLR) 방식과 계통 운영자의 과거 경험에 크게 의존한다.
한국의 명목 실효환율이 장기간 하락 추세에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환율변동을 넘어 국가통화의 위상을 보여주는 신호다. 명목 실효환율은 원화의 가치를 달러가 아니라 주요 교역국 통화를 기준으로 가중평균해 산출하는 지표로 원화의 상대적 대외가치를 보여준다. 이 지표의 하락은 원화가 글로벌 교역과 금융네트워크에서 얼마나 신뢰를 받고 선택되는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이지만 통화의 국제적 활용도 측면에서는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이는 한국이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못하는 이유와도 직결된다. MSCI는 주식시장 규모가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가 자유롭게 자금을 넣고 빼고 환전할 수 있는 통화·결제·외환인프라를 평가한다. 자본이 원활히 나가지 못하는 시장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한국은 그동안 자본유출을 우려해 통화와 외환시장 개방을 엄격히 제한했다. 그 결과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은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인식을 남겼고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만들었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전력공급 제약과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남부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와대가 이에 대해 검토한 바 없으며 기업이전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쟁은 일단락된 모습이다. 이 논의는 우리 산업정책과 지역성장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사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것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라는데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 지역주민의 수용성을 고려하면 송전망 건설이 쉽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AI 등 첨단산업 기업엔 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무탄소 전력이 많이 생산되는 동남권과 서남권이 합리적인 입지로 보일 수 있다. 한편 최근 각국은 첨단산업을 둘러싼 패권경쟁 속에서 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보호무역 기조확산으로 기업들은 입지선택에 더욱 민감해졌다. 해외든, 국내 비수도권이든 기업들은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라 국영·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의 '발에 의한 투표'(voting by feet)를 막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패권 경쟁의 심화 속에서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의제로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방위산업, 이차전지, 바이오 등 전략산업의 핵심기술은 더 이상 개별 기업의 경쟁수단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산업주권과 안보를 구성하는 전략자산으로 인식된다. 한국은 이러한 전략산업 전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며 기술 기반 성장구조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기술이 고도화되고 산업 간 융합과 글로벌 협력이 확대되면서 기술의 생성·축적·이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안 위험 또한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구인력의 이동확대, 기술이전과 해외진출의 일상화, 개방형 연구환경의 확산은 기존의 규정 중심·사후 대응형 기술보호 방식이 경제안보 관점에서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최근 5년간 발생한 해외 주재원의 기술자료 불법 반출, 연구원의 기술 기반 창업 및 해외이전, 대학 내 그림자 연구실(Shadow Lab)을 통한 연구성과 이전사례는 기술유출이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기반 전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