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내실화의 역설[MT시평/안수현]

스튜어드십코드 내실화의 역설[MT시평/안수현]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2026.06.1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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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본시장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도입 10년 만에 대폭 변화가 예고되어 있다. 흔히 스튜어드십 코드로 불리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원칙'은 기관투자자가 고객과 수익자의 자산을 충실하게 관리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7개 원칙 중심의 가이드라인을 뜻한다.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과 관련해 주주권을 책임 있게 행사하는 내용이다.

2016년 민간 자율규범으로 제정될 당시만 해도 시장은 냉담했다. 그러나 2018년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도입을 선언하면서 변곡점을 맞이했고, 이후 249개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자본시장의 핵심 규범으로 안착했다.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는 단순한 의결권 행사를 넘어 적극적인 주주관여(Engagement) 활동으로 진화했다.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맞춰 기업의 가치 제고 계획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역할로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은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이 2016년 1.84%에서 2024년 4.59%로 증가하고 주주제안이 활성화되는 등 제도 도입이 긍정적 기여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행점검 체계가 부재하고 공시가 미흡해 실효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제도 내실화를 위해 민간위원회 중심의 이행점검과 사후관리 강화, 공시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방안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은 이해상충 관리 내역, 주제별 주주관여 건수와 모범사례 등 10개 이행 항목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 이 보고서들은 스튜어드 코드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돼 상호 비교될 예정이다. 이런 공적 지원은 자율규율 문화가 미성숙한 국내 토양에서 연성규범이 강제력을 발휘하도록 뒷받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전세계 스튜어드십 코드의 입법모델인 영국의 최근 행보다.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는 2010년 스튜어드십코드를 공표한 이래 7대 원칙을 12대 원칙으로 늘리고 공시 의무를 대폭 강화해 왔다. 특히 2020년에는 주주 관여의 실질적 성과(Outcome)까지 상세히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2026년 개정안에서는 원칙의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성과 공시 의무마저 크게 완화했다. 이는 강화된 규제가 보여주기식으로 변질했다는 시장의 반발 때문이다. 실질적인 주주 관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기관투자자에게 방대한 서류 작업 부담만 지웠다는 것이다. 침체된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의 성장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규제 트렌드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과 우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주주 관여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방향성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영국이 규제설계방식을 전환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규제의 양적 강화로 비쳐지는 것이 아닌 접근 방식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서류 방어가 되지 않도록 기관투자자가 기업과 실질적인 대화를 나누며 주주가치를 제고하도록 주주관여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연하고 실질적인 '인센티브 중심의 접근'이 절실하다. 소규모기관이 대형 연기금과 동일한 행정부담을 지는 구조는 지양해야 하며, 주주관여 성과에 연동된 세제·운용보수 인센티브 제공이 적극 활용돼야 할 것이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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