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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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문명사회의 대가다"라는 말처럼 현대국가에서 세금은 필수적이고, 국가의 적극적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근로소득세 면세 비중이 높고, 고령화 진행에 따라 사회보험료 저변 확대와 징수 형평성 제고가 필요하다. 지금은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에 따라 세율을 건드리지 않아도 세금이 저절로 늘어나는, 사실상 '조용한 증세'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제도 변화가 그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없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조세와 준조세 부담은 상당한 사회적 반발을 몰고올 수 있으며 결국 사회적 합의 수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급격한 조세부담 증가가 예상되는 부동산 세제도 그렇지만, 준조세인 건강보험료 관련 변화가 손익통산 없이 추진되면 자칫 모순이 심화될 수 있다. 부동산 세제부터 보자. 정부는 초고가 주택 기준을 새로 도입하며 보유와 실거주를 구분하여 차등적으로 과표를 상향하되 실거주자에게도 명목 고정인 공제 상한을 도입할 예정이다. 시장가격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가 동시에 작동하는데 기준선은 고정돼 있으니 세율을 손대지 않아도 대상이 저절로 불어난다.
7월 말경 미일 양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공조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일본은 590억 달러 상당의 실탄을 투입해 대규모 엔화 매수에 나섰고 미국도 50억 달러가 넘는 엔화 매입을 통해 지원했다. 엔화가 달러당 164엔을 위협한 정도로 약세를 보인 데 따른 긴급조치였다. 미일 양국의 공동 개입으로 엔화 환율은 156엔대로 낮아졌다. 표면상으로 보면 두 나라의 외환시장 개입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였다. 양국의 이번 외환시장 개입은 과거와 다른 정책적 함의를 담고 있다. 우선, 외환시장 개입을 재무부가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FIMA 레포(repo)를 통해 일본은행의 엔화 매입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FIMA 레포는 외국통화당국(FIMA)이 환매조건부채권 매매를 통해 연준에 미 국채를 담보로 제공하고 달러를 단기로 차입하는 제도다. FIMA 레포를 활용하면 엔화 매입에 필요한 달러 조달을 위해 미 국채를 매도하지 않아도 된다. 카타야마 일 재무상도 미 국채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한 FIMA 레포의 적극 활용을 시사했다.
최근 자본시장의 주목할 변화로 주주행동주의 저변 확대와 진화를 들 수 있다. 과거 행동주의 펀드는 '소버린 사태' 에서 연상되듯 단기차익을 노리고 경영진을 공격하는 세력으로 보았다. 하지만 2022년 이후 토종 행동주의 등장 등 변천사를 거치면서 '주주관여(Engagement)'라는 보다 고도화된 전략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기관투자자의 운용지침은 물론 대기업의 이사회 구성과 자본배분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주주행동주의의 약진은 그간 스튜어드십코드 제·개정, 상법 개정,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프로그램 등 일련의 제도 변화로 뒷받침됐다. 여기에 주주행동 플랫폼을 통해 소액주주 연합이 가능해졌다. 사모펀드(PEF) 대형화, 행동주의 펀드 간의 글로벌 공조 확대 등으로 활동 반경은 중소형 저평가주에서 대기업과 금융그룹까지 확장됐다. 영국 기업지배구조 연구기관 딜리전트(Diligent)의 '2026 주주행동주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캠페인은 60여 건으로 집계됐다.
오랫동안 투자라는 단어는 많은 이들에게 금기시되었다. 건전하지 못하고 일확천금을 기대한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근면성실에 기반한 제조업을 집중 육성하는 사회에서 투자는 변칙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땀 흘리지 않고 번 돈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우리 사회는 특정 유형의 노동의 가치만 정당한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더 많은 부를 얻고 싶은 욕구는 이러한 암묵적 동의와 사회적 압력을 뚫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어왔다. 긴밀하게 연결된 밀집된 사회에서 특정인의 성공과 부의 축적은 부러움을 넘어선 질투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나도 똑같은 방식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욕구는 특정 분야에 대한 급격한 쏠림을 가져왔다. 하지만 언제나 그 결과는 해당 자산 가격의 급등에 뒤이은 급락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주기적인 주식시장의 급등락이 대표적이다. 수십 년 간의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지속적인 가격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은 부동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토지, 상가, 주택 등 여러 분야를 포괄하는 부동산 투자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왔다.
노동쟁의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이 질문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문제가 노동쟁의의 대상인지에 대해 "아닌 쪽이 더 높다"고 말했다. 정부에 구체적인 기준 마련도 주문했다. 성과급은 물론 AI·로봇 도입, 생산시설의 신설·이전까지 교섭과 쟁의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현실을 보면 이러한 문제의식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현장의 질문은 "무엇이 교섭의 대상이고, 무엇이 정당한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있는가"다. 개정 노조법은 노동쟁의의 정의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추가했다. AI와 산업전환이 고용과 직무를 바꾸는 만큼 노동자가 의견을 내고 협의에 참여할 통로는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적 논의의 대상, 단체교섭의 대상, 정당한 쟁의행위의 목적은 구별되어야 한다. 협의나 교섭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파업의 정당한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도 임금의 지급기준에 관한 문제인지, 기업의 이익 배분 구조를 구속하는 요구인지 구분해야 한다.
중국이 오고 있다. 우리가 중국으로 가던 시대를 지나, 과거보다 훨씬 크고 복잡해진 중국이 기업과 자본, 기술과 사람의 형태로 한국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본지의 특파원 칼럼 '일단 중국에 와보자'는 변화를 직접 확인하자는 제안이었다.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는 그 이유를 압축해 보여줬다. 1천여 기업과 4천여 전시물이 모인 자리에서 눈에 띈 것은 모델 성능만이 아니었다. 인공지능이 로봇과 제조업, 도시와 일상의 구체적 장면으로 확산되는 속도와 폭이었다. 중국을 보는 세계의 시선도 움직이고 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36개국 중 25개국에서 중국 호감도가 미국보다 높았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미국 호감도가 높지만, 중국 호감도는 지난해 19%에서 28%로 올랐고 미국 호감도는 61%에서 45%로 낮아졌다. 격차가 42%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줄었다. 반중정서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익숙한 중국 이미지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은 중국을 주로 '가야 할 곳'으로 보았다.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에 위탁하는 사업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 서울시만 해도 2024년 기준 345개 위탁사무에 9424억원이 투입됐다. 주민자치가 확산되고 행정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전문성을 갖춘 민간에 사업을 맡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체육시설, 사회복지지설 및 물재생시설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 막대한 예산이 제대로 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경기도 내 한 노인복지관 관장은 보조금 10억원을 횡령해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썼고, 한 육아종합지원센터 회계 담당자는 137차례에 걸쳐 10억원이 넘는 위탁금을 빼돌려 외제차를 구입하고, 여행 경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시도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 부당한 비용 집행과 목적 외 보조금 사용을 발견하고 해당 금액을 회수하기로 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비용 집행 이후 형식적으로 영수증만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허위거래, 증빙 위조, 가격 부풀리기나 가족간 거래와 같은 의도적인 부정을 걸러내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대국민 연설에서 자신이 패배한 2020년 대선에 중국이 개입한 정황을 공개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을 재탕하며 선거제도의 신뢰를 훼손하여 재선 실패 시, 불복의 빌미를 만들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하지만, 미국 선거에 외세의 개입 시도가 있었던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다만, "시도가 있었다"는 2020년보다 더 확실한 사례는 트럼프가 승리한 2016년 선거였다. 당시 미국 국가정보장실(ODNI)은 "러시아 정보기관의 개입이 있었다"고 공식 확인했다. 러시아는 사이버 공격을 통해 상대 후보인 힐러리의 보안 위반, 민주당 경선 부조리 등을 수집해 폭로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허위 정보 유포와 여론조작으로 트럼프를 지원했다. 임기 말의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 정보기관 두 곳(FSB, GRU) 제재, 정보요원 35명 추방, 외교 시설 2곳 폐쇄 등 강력히 대응한 것도 근거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영향력 공작(Influence Operation)'은 상대국의 정책 결정이나 여론이 자국에 유리하도록 만들기 위한 정보기관의 비밀공작이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중국발 공급과잉과 유럽의 보조금 삭감으로 연쇄 도산에 빠져들던 2012년, 맥킨지(McKinsey)는 '태양광, 동트기 전 가장 어두운 밤(Solar Power: Darkest before dawn)'이라는 문학적 제목의 리포트를 내놓았다. 시장의 공포와 달리 무대 뒤에서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 중이며, 한계기업의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이 끝나는 2015년 무렵이면 보조금 없이 자생하는 '지속가능한 대규모 성장의 새벽'이 열린다는 예측이었다. 그리고 그 전망은 그대로 적중했다. 그보다 앞선 1995년,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로맨스중 하나로 꼽히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가 개봉했다. 이후 정확히 9년 간격으로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이 이어지며, 무려 18년에 걸쳐 '비포 3부작'이 완성됐다. 스무 살의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만남과 이별, 재회와 다툼, 화해를 지나며 비로소 성숙해진다. 큰 변화는 이렇게 조용히, 그리고 길게 완성된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은 국내 대기업의 미국 진출이라는 의미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HBM(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지만 주식 유통은 오랫동안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해외 투자자는 국내 계좌 개설과 원화 환전, 제한된 거래시간과 결제 절차를 감수해야 했다. 기업은 세계화됐지만 주식의 유통망은 여전히 국경 안에 머물러 있었던 셈이다. 이번 미국 상장은 한국에서 거래되는 보통주를 직접 상장한 것이 아니라 미국주식예탁증서인 ADR 방식으로 이뤄졌다. 미국 투자자가 실제 거래하는 ADS 1개는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 액면분할은 아니지만 투자 단위를 낮춰 미국 투자자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공모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첫 거래일 강세를 보인 것은 SK하이닉스의 기술력뿐 아니라 그동안 충분히 충족되지 못했던 미국 투자 수요를 보여준다. 더 주목할 점은 미국 상장 개시와 동시에 블록체인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 ADR과 연계된 주식토큰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노동투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 필수적이다. 최근 정부와 기업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산업 육성에 정책 역량과 투자를 집중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혁신의 출발점은 대개 중소·벤처기업이다. 대규모 조직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바이오, 핀테크, 기후기술과 같은 첨단산업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 실험과 도전이 중요하다. 이들 분야는 기술기업이 혁신을 주도하고, 대기업은 자본과 네트워크, 글로벌 사업화 역량을 활용해 이를 확산시키는 분업구조가 효과적이다. 그간 우리 경제에서는 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기술탈취 우려로 기술협력 자체를 주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부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K-디스커버리 도입 등을 통해 기술보호 장치를 강화해 온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규제 강화만으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매년 7월이면 정보보호의 날이 돌아온다. 그러나 기념일의 구호와 달리 현장에서 보안은 여전히 '쓰고 나면 사라지는 비용'으로 인식된다. 사고가 없으면 성과가 드러나지 않고, 예산 심의 때마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다. 비용으로만 바라보면 보안은 늘 적게 쓰는 것이 미덕이 되고, 결국 기업은 사고가 터진 뒤에야 대응하는 사후약방문의 굴레에 갇힌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회계장부 속 보안의 자리를 비용 항목에서 투자 항목으로 옮겨야 한다. 보안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비용은 줄여야 할 대상이지만, 투자는 미래의 성과와 회수를 전제로 한다. 이러한 보안 투자로의 가치전환은 '무엇을 막았는가?'에만 있지 않다. '무엇을 더 가능하게 했는가?', '어떤 성과를 새롭게 만들어 냈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잘 설계된 보안은 피해를 줄이는 방어 수단을 넘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보안 체계를 갖춘다는 것은 업무 절차를 표준화하고,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며, 데이터의 흐름을 정돈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