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년간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태양광이었다. 정부가 풍력 등을 곁들인 '균형 잡힌' 목표를 제시해 왔음에도 시장의 선택은 늘 한쪽으로 기울었다. 매년 신규 설치되는 설비의 90% 이상을 태양광이 차지해 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태양광은 지난 15년 사이 모듈 가격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고 효율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인허가 문턱이 낮고 주민 수용성 확보도 유리하며, 소규모부터 대규모까지 사업화가 자유롭다. 무엇보다 터빈과 같이 움직이는 부품이 없어 운영 및 금융 리스크가 현저히 낮다는 점은 자본시장에서 태양광을 가장 매력적인 자산으로 만들었다. 냉정하게 말해 앞으로도 한국 재생에너지의 주력은 태양광일 수밖에 없다.
남은 과제는 단 하나, '발전단가(LCOE)'다. 글로벌 시장에서 태양광은 이미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으나 한국은 예외다. 최근 국내 RE100 기업들이 체결하는 태양광 PPA 단가는 kWh당 180원 선이다. 한전의 산업용 전기요금과 비교하면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고, 20년 고정 단가의 가치를 고려하면 경제성은 충분하다. 다만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원가 경쟁력을 위해 단가가 더 내려와야 한다.
흔히 단가 하락의 열쇠를 모듈에서 찾지만 이는 과거의 문법이다. 모듈은 이미 범용재가 되어 총사업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진짜 병목은 '땅값'에 있다. 기술 발전으로 1MW급 발전소 필요 부지는 15년 전 5000~6000평에서 2000~3000 평으로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총사업비 약 15억 원 중 놀랍게도 6억~9억 원, 즉 절반 넘는 비용이 땅값으로 투입된다. 모듈값이 크게 하락해도 전기료가 쉽게 낮아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다.
땅값은 결국 수급이 결정한다. 공급의 핵심은 '태양광 타당 부지'다. 인허가가 풀리고 지형이 적합해야 함은 물론, 계통 여유 용량과 연계 거리가 적절해야 한다. 최근 정부의 이격거리 규제 해제 예고로 기대감이 높지만, 부지 형상이 아무리 좋아도 계통이 막혀 있다면 그 땅은 '죽은 땅'이나 다름없다.
결국 공은 한전으로 넘어간다. 계통 부족이 제때 해결되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다. 계통이 막히면 적합지 땅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발전단가와 RE100 기업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 대규모 BESS의 신속한 계통 연계, 송배전망의 물리적 보강, 지능형 계통 운영은 한전의 당면 과제다. 지금의 속도로는 우리 기업의 절박함을 채우기에 역부족이다.
이제 길은 명확하다. 여러 에너지원 사이에서 기계적 균형을 맞추느라 골든타임을 놓칠 여유가 없다. 지금은 태양광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한전 역시 태양광을 어떻게 더 많이, 빨리 계통에 수용할지에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 땅값이 안정되고, 값싼 청정에너지가 우리 기업들의 혈맥을 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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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에너지 자립으로 나아가는 길, 결국엔 태양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