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채권시장이 느끼는 불안[MT시평/오건영]

국제 채권시장이 느끼는 불안[MT시평/오건영]

오건영 신한금융그룹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단장
2026.05.19 02:00

최근 투자자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금융 시장이 너무나 뜨거운 것이 생소하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물론 주식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8000선에 달하는 등 뜨거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 시장의 중요한 축 중 하나인 채권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채권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지난 해 2.5% 가까이 하락했던 한국 국고 10년 금리는 현재 4.2%를 넘어섰다. 미국 국채 금리 10년물 역시 전쟁 직전 3.9%에서 최근 4.6%까지 치솟았으며 20년, 30년 금리는 5%대를 훌쩍 넘어섰다. 일본 10년 금리 역시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선거 이후 정정 불안을 반영하면서 영국 국채 금리 역시 큰 폭으로 치솟았다. 주식 시장과는 달리 채권 시장이 이렇게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기저에 작용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는데, 주식 시장은 전쟁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강한 성장에 주목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채권 시장은 전쟁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대적인 고유가, 그로 인한 고물가 기조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현재의 높은 레벨보다는 다소 낮아질 수 있지만 중동 지역 정유 시설의 파괴, 호르무즈 프리미엄 등으로 인해 전쟁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어렵다는 점은 과거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물가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 기존 제롬 파월에서 케빈 워시로 교체가 된 이후 연준의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의 인사로 꼽히며 취임 이후 기준금리 인하를 중심으로 한 완화적 통화 정책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케빈 워시이지만 현행 고물가 체제에서 섣불리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이에 향후 연준의 금리를 예측하는 연방기금선물시장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매우 희박하게 보고 있는 반면, 금리 인상 확률을 40%이상으로 높이고 있다.

전쟁 이후에 받게 될 재정 적자라는 청구서 역시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전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미 천문학적인 비용을 썼으며, 200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국방 예산을 요청했다. 또한 부채가 많아진 상황에서 과거보다 높은 금리를 상당 기간 이어가게 되면 미국 행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이 높아진다. 결국 국채 발행을 더욱 늘리면서 이자 상환에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정부 부채 및 국채 발행 증가에 대한 우려는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를 중심으로 한 설비 투자의 확대 역시 채권 시장에는 부담이다. 설비 투자를 통한 미래의 먹거리 확보는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를 낳으면서 주식 시장에는 긍정적이지만 채권 시장에는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효과가 있기에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금리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

모든 경제 주체들은 채권 시장이 느끼는 불안과 그로 인한 금리 상승 요인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금리 상승은 시차를 두고 실물 경제 및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파급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게 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건영 -신한금융그룹의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단장
오건영 -신한금융그룹의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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