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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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 이후 현장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양대 노총과 고공농성 노동자 등 노동계뿐 아니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영계와도 적극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다. 노동자 출신 장관으로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고 노사 모두와 대화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김 장관의 소통 행보가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일방 통과 이후에야 본격화됐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파업으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한 과도한 배상 요구를 제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원·하청 구조 속에서 노동자의 실질적 권리를 보장한다는 의의가 있지만 경영계는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우려한다. 김 장관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영계와 적극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이미 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사후약방문식 소통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경영계는 되묻고 있다.
K뷰티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근래 2년간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이다. 2023년 초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국산 화장품을 극찬하는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늘어나면서 K뷰티 열풍이 본격화했다. 이후 2년이 지난 올해에는 오프라인 시장으로도 유통망이 확장돼 미국 내 대형 마트 체인인 코스트코를 비롯해 뷰티 편집숍인 세포라 등에서도 어렵지않게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 화장품 브랜드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 K뷰티가 열풍이 불고 있다지만 주력 유통망이 아마존이라는 단일 채널로 굳어지면서 인기가 지속될 지를 두고 한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 채널 내에서 국내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 부담이 커졌고, 이로 인해 신규 브랜드들이 성장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과거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급격히 매출 규모를 키우다 대외 변수 여파로 고꾸라졌던 사례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바이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원자력과 함께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했다. 해당 산업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정부가 분야별 주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국가핵심기술을 '유출 시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규정한다. 외부로 빠져나가면 단순한 기업과 산업계 손실을 넘어 국가 경쟁력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조선업 부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는 기술력 확보가 곧 국가전략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를 다루는 현장의 보안 의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후발주자인 바이오 산업은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나날이 중요해지는 기술력 경쟁에 기업 차원의 보안 시스템 강화 노력이 줄을 잇고 있지만, 유출 시도 역시 점점 더 교묘하고 조직적으로 진화 중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정보보호 체계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특히 가해자 입장에선 기술유출에 따른 처벌마저 계산된 선택이라는 점이 뼈아프다.
"우리는 한국의 선박을 사랑한다. " 지난 25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한국 조선업을 향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특유의 '트럼프식 수사'를 더하며 'K-조선'을 치켜세운 그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여러 협력 방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의 시선은 미 해군과의 협력에 쏠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미 해군 재건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한화오션을 시작으로 HD현대중공업도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미국 MRO 전문 조선사인 비거 마린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출사표를 던졌다. 업계의 시선은 한발 더 나아가 있다. 단순 MRO를 넘어 미 해군의 군함 건조 시장 진출을 노린다. 미국은 1조750달러(약 1533조원)를 투입해 295척인 해군 함정을 2054년 390척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국과 미국의 첫 정상회담 이후 양국 산업협력은 한층 가속화, 공고화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조선소를 미국에 세워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앞으로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배를 구매할 것"이라고 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조선 분야뿐만 아니라 제조업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정부가 꼽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경제·통상 분야 안정화 △산업측면에서 새로운 영역 개척 등이다. 모두 산업과 직결된다. 이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양국 주요 기업인이 대거 참석했다. 논의가 길어져 발언 시간 제약만 없었다면 1박2일 워크숍으로 이어질 만큼 활발했다는 후문이다. 미국발 관세 파고를 처음 막아낸 게 조선업이었다면 두 번째 시험대는 에너지 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알래스카 프로젝트 합작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를 사실상 압박했다.
"K금융엔 기대를 갖지 마시고 빨리 빠져나가시라. 대한민국 금융은 미래가 없다. " 최근에 만난 한 전직 은행장은 이제 막 금융부 출입을 시작한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금융권 원로인 그의 비관적 전망 속엔 한국 금융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그는 "K금융은 관(官)에 길들여져 있어 순치돼 있고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개개인 역량은 뛰어난데 우물 안 개구리"라며 "규제를 풀어주면 우리나라 잠재력을 감안할 때 10년 내 글로벌 수준으로 따라가겠지만 풀어줄 리가 없다"고 했다. 한국 은행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개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새 정부의 '관치금융' 압박에 대한 위기감이 은행권 내부에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과징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이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교육세율 인상, 부실채권 처리 전담법인(배드뱅크) 출범, 10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등 청구서가 대기 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은행은 올 상반기 약 15조원에 이르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이를 자축하기는커녕 잔뜩 숨죽이며 움츠러들었다.
박단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정부 강경 투쟁의 선봉장이었다. 전공의 집단 사직의 시작과 지속에 전공의 대표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사직 전공의에게 부채 의식을 갖는 의대 교수도 상당수는 박단을 지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싫어한다. 사석에서 여러 의대 교수들이 '그가 대책 없이 막 나간다'는 식의 비판을 했다. 이제 겨우 전공의 2년 차 '젊은 의사'가 총대를 메고 '살아있는 권력'에 맞섰는데도 말이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의대 교수를 가리켜 '착취 사슬 중간 관리자'라고 표현한 글을 SNS(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의대 교수, 병원이 전공의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려 과잉 채용했고 이것이 겨우 1만2000여명의 전공의 사직이 '의료대란'으로 이어진 진짜 원인이라는 글이었다. 어느 사회든 모난 돌은 정을 맞기 마련인데, 폐쇄적인 의사 사회에서 그것도 대통령까지 만난 전공의 대표가 '착취 관리자'라 부르니 의대 교수들은 당황스럽고 화도 났을 것이다. 전공의가 돌아올 자리를 위해 병원을 떠나지 않고 지킨다는 '명분'에도 금이 갔다.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가 연이은 악재로 휘청이고 있다. 정부가 스타트업 창업자의 벤처투자 연대책임 금지제도 보완에 나섰음에도, 헬스바이옴, 켐코 등 여러 스타트업에서 유사한 분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여기에 '미담의 주인공'으로 포장되었던 스타트업 창업자의 횡령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업계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AI(인공지능) 기반 점자 번역 기술로 주목받았던 센시의 창업자는 가족의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진솔한 스토리를 내세우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회사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 임팩트' 기업의 성공 사례로 꼽혔고, 벤처캐피탈(VC)은 물론 SK텔레콤, 카카오 등 대기업의 투자까지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 창업자는 회사의 투자금 일부를 유통한 뒤 잠적했다. '믿었던 도끼'의 배신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큰 상처를 남겼고, 투자자들은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건은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의 신뢰에 깊은 금을 내고 있다. 특히 경영 실패로 인해 이미 연대책임 소송을 겪고 있는 창업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나는 북한이 아주 많은 콘도를 지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해안가가 많잖아요.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취임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력)라고 지칭한 이후 나온 발언이다. 북한 문제를 안보 이슈이자 동시에 개발·투자의 기회로 본다는 의미다. 당시 북한 해안가에 대한 장소가 거명되진 않았지만 북한이 국제 휴양지로 개발 중인 원산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내 호텔 건설을 제안했다. 그의 거래주의적 사고방식은 최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평화 협정에서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두 국가의 평화 협정 체결을 중재했다. 협정에는 아르메니아 남부를 통과해 아제르바이잔으로 이어지는 약 43㎞의 '트럼프 루트'를 만들어 미국이 99년간 독점 관리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과거 비핵화 협상 결렬 전례를 감안해 핵동결·군축을 대가로 원산 등 북한의 개발을 추진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하는 셈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고율 상호관세를 때리며 자유무역 질서를 뒤집어 놓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간 기업들에까지 전에 없던 질서를 요구하는 모양새다. 정부 권력을 이용해 기업들을 향해 통제의 손길을 뻗치면서다. 트럼프 정부는 엔비디아와 AMD에 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대가로 해당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거래를 체결하는가 하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면서 US스틸 경영에서 주요 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황금주'를 얻어냈다. 미국 희토류 생산업체 MP머티리얼즈엔 4억달러 규모의 우선주 투자를 약속했다. 반도체 보조금으로 경영난을 겪는 인텔의 지분 10%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는 방안을 논의 중이란 소식도 전해졌다. 지금까지의 공통점은 철강·반도체·희토류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분야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국가 안보 측면에서 공급망 자립이 필요하다고 판단, 국내 챔피언 기업을 키우는 데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국가 안보에 중요한 인공지능(AI), 바이오 기술, 항공우주 등 다른 산업에서도 정부 개입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안 그래도 민간 AC(액셀러레이터) 업계가 힘든 상황인데 공공 AC인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이 정부 예산을 바탕으로 직접 투자까지 한다. 이는 민간 AC의 고유한 업무인 초기 스타트업 투자·육성 역할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 최근 만난 AC 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AC 등록·말소 건수가 증가하고 신규 진입도 감소하는 등 AC 업계의 지속 가능성이 악화하고 있는데,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민간 영역 침범이 이 같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창업생태계에서 공공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흐름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나친 개입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앞서 언급된 창조경제혁신센터 건도 업계에서 지적하는 하나의 사례다. 이외에도 어떤 지방자치단체는 벤처진흥 관련 컨트롤타워를 설립했다거나 어떤 곳은 몇백 억대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했다거나, 어디 지역은 특정 산업에 특화된 단지를 만들었다는 등 공공의 역할 확대를 자랑하는 소식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공공 영역에서 추진한 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는 얼마를 집행했다거나 몇 개 기업을 육성했다는 등 '지표 맞추기' 치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번에는 예산이 삭감돼 바이오헬스 제조업 조사는 제외했습니다. " 최근 '2024년 한국 의료서비스 해외 인식도 조사 보고서'를 발간한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의 말이다. 진흥원은 2021년부터 의료기기, 의약품, 화장품 3개 산업을 대상으로 이 조사를 시작했고, 2022년부터 의료서비스 분야까지 4개 분야로 조사 대상을 확장했다. 해외 주요 국가의 한국 의료서비스 인식을 관찰하고,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계의 해외 진출, 외국인 환자 유치 등에 필요한 맞춤형 전략을 도출하려는 게 조사 목적이다. 그런데 올해 보고서에선 기존에 수행하던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 제조업 분야의 해외 인식도 상세 조사 내용이 제외돼 있었다. 이에 기업별 인지도 등의 자료도 빠지게 됐다. 처음 조사 시작 때는 예산이 2억원이었는데 이번 조사에선 7000만원으로 65%나 급감한 탓이다. 이전 정부인 윤석열 정부가 2023년 2월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의약품 수출 규모를 2027년 160억달러(약 22조1500억원)로 2배 확대하는 등 '글로벌 6대 바이오헬스 강국'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실제 관련 분야 투자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