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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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려온 전화, 발신자는 없다." SK텔레콤 '유심(범용가입자식별모듈) 해킹' 사고가 세상에 드러난 지 한 달. 정부와 통신사, 보안전문가들이 각기 다른 해석과 주장을 내놓지만 정작 이 사태의 핵심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가장 먼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것은 '어떻게 뚫렸는가'다. 철통보안을 자랑하던 국내 최대 통신사의 방화벽이 뚫렸다. 그것도 단발성 침입이 아닌, 3년 전부터 내부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침해당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충격은 배가 됐다. 이 침입이 고도화한 사이버 공격의 결과인지, 내부자의 조력이 개입됐는지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흔적조차 거의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이나 중국의 APT(지능형지속위협) 조직이 배후일 가능성도 나오지만 단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또 하나, 범인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2696만건에 달하는 유심정보가 유출됐지만 정작 해킹 이후 불법인증이나 금융사기 등 구체적인 피해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런 정보는 다크웹이나 범죄조직에서 활
"항공업 특성은 '규모의 경제' 실현", "기재 확보와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 갖춘 회사로 키울 것". 최근 에어프레미아 인수에 성공한 김정규 회장의 발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항공업계가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치열해지고 있다. 김 회장이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하자마자 합병 카드를 꺼내 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는 서비스를 최소화하되 항공권을 싸게 파는 '박리다매' 구조로 수익모델을 만들었다. 자연스레 운항 비용이 많이 드는 장거리 노선보단 일본·중국·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 위주로 운항해 왔다. 하지만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계기로 항공업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통합 LCC'가 국내 LCC 판도를 뒤집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외 LCC들이 장거리 노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하이브리드 항공사'란 이미
"선거가 없다고 생각하고 금리를 결정하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 말이다. 금리 결정이 정치적 해석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한 발언이다. 동시에 정치와 경제가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도 들린다. 이달 금융통화위원회는 대선을 닷새 앞두고 열린다. 어떤 결정이 나와도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민감한 시점이다. 일각에선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전례가 근거다. 최근 25년 동안 총 5차례의 대선에서 선거 직전 금통위가 금리를 조정한 적은 없다. 정치적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한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가장 가까운 사례는 2022년 대선이다. 선거 2주 전 열린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25%로 유지했다. 그 직전 두 차례 금통위에선 연속 인상이 있었지만 이 때만 예외였다. 선거가 끝난 뒤 다시 금리 인상이 재개됐고 이듬해까지 7차례 연속 금리인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수백만원씩 할인해 팔고 있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길어져 수출이 줄고 재고가 쌓이면서 결국 출혈대응을 하는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올 들어서만 생산라인 가동을 세 차례 중단했다. 차를 싸게 팔아도 살 사람이 없으니 만들 이유도 없는 것이다. 최대 수출처이자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었던 미국은 그나마 시장이 열려 있었지만, 전망이 투명하진 않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이 조기 종료될 가능성까지 흘러나온다. 일본 혼다는 2030년까지 계획했던 전기차 투자 규모를 당초보다 3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커녕 더 악화하거나 지지부진한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이미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주요 업체들이 원가 이하로 가격을 낮추며 점유율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 여파는 글로벌 시장 전체로 번지고 있다. 한국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
"선거에서 호감도가 얼마나 중요합니까. 고무적이죠."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호감도가 비호감도를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발표되자 캠프 관계자들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대선 삼수생'인 이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은 대선 기간 국민 호감도를 높이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 이 후보는 한 아이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하자 웃으며 "여기 안 계셔"라고 답하는가 하면 홍삼을 들고 온 한 시민에겐 "이것은 징역 5년"이란 자학개그로 웃음을 끌어냈다. 이 순간들은 기사와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바닥 민심에 닿았다. 지지율이 현재 지표라면 호감도는 향후 후보의 지지층의 확장성을 가늠하는 미래 지표다. 호감도가 낮으면 추가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각 캠프 관계자들이 후보의 이미지 개선 전략을 밤 새워 준비하는 이유다. 이른바 '커피 원가 120원' 공방 역시 호감도를 둘러싼 싸움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발언
1951년생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이번 대선 후보 가운데 최고령이다. 1963년생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와는 12살, 1985년생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는 34살 차이가 난다. 그러나 김 후보와 함께 일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김 후보는 고루하지 않다.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김 후보는 누구보다도 청년 실무자들에게 많은 권한을 준다는 평가를 들었다. 김 후보가 당 비상대책위원장에 1990년생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을 발탁한 건 고령에 따른 오해와 불리한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승부수다. 당 최초의 30대 비대위원장 선출은 적지 않은 메시지를 던진다. 더구나 한때 친이준석계로 분류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도 참여했던 인물이다. 보수진영에선 김용태 위원장이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걸고 있다. 그러나 우려도 없지 않다. 또 다시 청년 정치인이 '얼굴마담'으로만 소모될 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후보 이름을 가려두고 자본시장 공약을 보면 누구의 공약인지 구분이 어려울걸요?" 본격적인 대선 경선이 시작되면서 주요 후보들의 자본시장 공약이 공개되자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지만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공통된 공약을 내놨다는 측면에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박스피(박스권+코스피)를 탈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직접적으로 기재하진 않았으나 지난해 창당 당시 발표한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에서 임기 내 '코스피 5000, 코스닥 2000 돌파'를 목표로 세웠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에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상법개정으로 주주 충실의무를 도입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기업지배구조 선진화를 내걸었다. 다만 상법개정에 대응해 정부가 마련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점이 차이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
"영원한 적은 없다."(도널드 트럼프의 미-사우디 투자포럼 연설 중) 중국과 관세 휴전 뒤 13일(현지시간) 시작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국제 정치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의 '적국'으로 여겨지던 시리아와 관계 개선을 공식화하는 등 미국이 더는 전통적 외교 가치나 동맹의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자국 이익에 따라 외교 전략을 변화하겠다는 트럼프식 실리외교 기조를 드러내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도 미국과 20년간 전쟁을 벌인 탈레반과 협상하면서도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협상에서 제외하는 등 가치동맹을 등한시했는데, 이는 집권 2기에서 한층 강화했다. 러시아,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이란 등 전통적으로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세력과 직접 협상에 나서는 등 "누구와도 거래한다"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력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는 등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를 지지하
'침체의 늪.' 국내 석유화학 4사가 올해 받아든 첫 성적표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설마 했지만 역시나 올해도 석유화학 기업들의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끝이 보이질 않는다', '돌파구가 마땅치 않다' 등의 토로가 쏟아진다. 배터리, 친환경 소재 등 신규 사업 발굴에 나서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지만 쉽진 않은 상황이다. 희망을 걸었던 건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었다. 자구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기업들이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비상계엄, 탄핵 정국을 거쳐 대선에 이르는 동안 후속대책 논의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 사이 국제유가 급등락과 주요 교역국의 경제 둔화가 이어졌고 기업들은 악전고투해야 했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 산업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가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으로 지정된 정도다.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달 한국화학산업협회가 이와 관련해 진행한 컨설팅 보고서를 산업통상자원부
요즘 세종 관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대선 이후 정부부처 조직개편이다. 여러 정당이 공약을 내놓고 있는데 특히 집권 가능성이 높은 더불어민주당의 개편안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대략적인 방향성은 알려진 상태다. 핵심은 쪼개기와 힘빼기다. 기획재정부나 검찰청처럼 힘있는 부처는 기능을 쪼개고 권한이 작은 여러 부서들로 나눠 권력을 분산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같이 정책에 힘을 실어야 부처는 격상을 검토한다. 산업·통상·자원(에너지) 업무가 통합된 거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개편 방향도 눈에 띈다. 산업부, 통상부, 기후에너지부 등 3개로 분리하겠다는 구상인데 현장에선 의문을 갖는다. 통상의 역할을 강화하고 에너지 정책은 기후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효과가 날지는 미지수라는 것. 1948년 상공부로 시작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통적으로 산업과 무역의 업무를 맡아왔다. 1977년 상공부에서 자원 부문을 분리해 동력자원부를 신
우리나라의 패션물가는 주요국 대비 비싼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지수 100)을 기준으로 품목별 물가수준을 지수화한 결과 의류·신발은 161, 식료품은 156, 주거비는 123으로 나타났다. 특히 옷 가격이 비싸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국내 의류값이 비싼 원인에 대해 소비자들이 대형 의류 업체에서 만든 브랜드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그 만큼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 브랜드 의류들은 여러 유통 구조를 거치면서 비싼값에 팔린다.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여러 번의 안전성과 기술력 테스트를 거치면서 가격이 올라갔다고 설명해왔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품질에 대한 믿음으로 비싼 돈을 지불하며 옷을 구매해온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이런 소비자들의 신뢰를 져버린 사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자체 품질 검사에서 구스다운(거위털) 제품에 덕다운(오리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둘러싼 추가 공사비 대금 문제가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의 판단을 받게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기업의 집안싸움이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전은 지난 7일 한수원이 UAE원전건설사업운영지원용역계약(OSS) 관련으로 한전에 약 11억달러(약 1조5692억원)를 청구하는 중재를 LCIA에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추가 공사비를 누가 부담하느냐를 두고 벌어진 갈등의 결과다. 김동철 한전 사장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지난 1월 31일 협상 시한을 5월 6일로 명시한 비밀 협약에 합의하는 등 양사엔 3개월 남짓의 시간이 있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각자의 주장만 하다 끝난 셈인데 정부는 협상 과정에 끝내 보이지 않았다. 양사 간 계약 사항에 따른 문제로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정부의 논리도 이해가 가나 공기업의 다툼을 조율하는 1차 책임은 정부에 있지 않을까. 권한 밖 법적 중재가 아닌 정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