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금융엔 기대를 갖지 말라"

[기자수첩]"K금융엔 기대를 갖지 말라"

박소연 기자
2025.08.27 05:10

"K금융엔 기대를 갖지 마시고 빨리 빠져나가시라. 대한민국 금융은 미래가 없다."

최근에 만난 한 전직 은행장은 이제 막 금융부 출입을 시작한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금융권 원로인 그의 비관적 전망 속엔 한국 금융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그는 "K금융은 관(官)에 길들여져 있어 순치돼 있고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개개인 역량은 뛰어난데 우물 안 개구리"라며 "규제를 풀어주면 우리나라 잠재력을 감안할 때 10년 내 글로벌 수준으로 따라가겠지만 풀어줄 리가 없다"고 했다.

한국 은행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개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새 정부의 '관치금융' 압박에 대한 위기감이 은행권 내부에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과징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이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교육세율 인상, 부실채권 처리 전담법인(배드뱅크) 출범, 10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등 청구서가 대기 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은행은 올 상반기 약 15조원에 이르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이를 자축하기는커녕 잔뜩 숨죽이며 움츠러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이자놀이'의 결과로 비춰질까 염려해서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국내 예대금리차의 경우 정작 홍콩, 싱가포르, 미국보다 낮다. 은행의 역대급 실적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도 큰 원인인데, 정부가 은행에 책임을 떠넘기며 가계대출을 틀어막는 데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은행의 하반기 경영 전망은 불확실성으로 점철돼 있다. 정부의 각종 '생산적 금융' 청구서 규모가 가늠되지 않는데다 새로운 금융당국 수장의 정책방향도 주요 변수다. 한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미국 경기가 어떻게 될지 등 경제적 변수는 대비할 수 있는데 정책적 변수 대응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금융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의 제도권 도입이 화두가 되는 등 빠르게 변화하는데 국내 은행은 정부발 변수로 손발이 묶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이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게 맞지만, 산업으로서의 자율성이 과도하게 침해된다면 경쟁력 약화에 따른 피해는 국민과 기업에게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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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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