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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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의 2층짜리 벽돌조 사저는 주인의 현재 처지를 대변하는 듯했다. 바로 옆 철근콘크리트조 고층건물들 탓에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어둑어둑했다. 수년간 사람이 살지 않아 음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따뜻한 봄 햇살이 내리쬐던 날씨가 무색했다. 사저 환경이 원래 이랬던 건 아니다. 동네 토박이들을 만나보고 주변 건물의 등기를 떼봤다. 박 전 대통령이 처음 여기로 이사 온 1990년에는 주변에 사저와 비슷한 높이의 저층 주택밖에 없었다. 햇볕도 잘 들었을 터다. 공교롭게 이후부터 고층 건물이 하나둘씩 지어졌다. 사저에 입주한 다음 해인 1991년 사저 남쪽에 5층짜리 상가 건물이 들어섰다.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내던 2005년에는 동쪽에 11층짜리 아파트가 자리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패배하고 이명박 정권 2년 차를 보내던 2009년에는 서쪽에 7층짜리 아파트가 신축됐다. 그나마 북쪽에 일반 건물이 아닌 초등학교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나올 것이다. 보완할 시간이 없어서 재청구를 하지 못했다.” “청와대 압수수색에 성공했다면 민정수석이 어떻게 직권을 남용했는지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는데…” 지난 6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끝으로 임무를 마무리한 박영수 특별검사가 기자들에게 남긴 말이다. 박 특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 수사에 마침표를 찍지 못한 데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그러나 특검이 애초부터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특검 내부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를 두고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 법조계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만큼 특검이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120여 명 규모로 꾸려진 특검에는 파견 검사, 검찰 수사관 등 50여 명의 검찰 ‘식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검은 결국 공을 검찰로 넘겼다. 박 특검의 ‘핑계 아닌 핑계’를 접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그렇게 자신이 있었으면 기한 내
“이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개인적으로 강하게 반대하지만 판결을 수용합니다. 우리 민주주의와 국민 단결을 위해 모든 결과에 대한 승복을 선언합니다.” 미국 역사에서 ‘위대한 패배자’로 일컬어지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이 2000년 12월 13일 연설한 내용 중 일부다. 당시 진행된 미 대선에서 고어는 전국 투표 결과로 조지 W 부시에 54만표를 앞섰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간발의 차이로 뒤졌다. 그런데 부시에게 패한 플로리다주에서 문제가 생겼다. 재검표 결과 고어의 득표 중 다수가 무효로 처리된 것이 드러났다. 소송전이 이어졌고, 연방대법원은 재검표 중단 명령을 내렸다. 고어는 이 결정에 불복할 수 있었지만,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당시 미국은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여론이 양분되는 등 상황이 극도로 불안정했다. 이에 고어는 개인보다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결단을 내렸다. 불복 절차를 통해 혼란을 계속 이어가는 것보다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3년 전 한진해운의 중국 상하이법인을 찾았을 때다. 세계 1위의 물동량을 자랑하는 상하이항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선사간의 치열한 경쟁을 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기자를 안내해주던 한진해운 직원은 상하이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곳은 냉정하다. 글로벌 수위 기업 중 어느 한 곳이 망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야 나머지가 살아남으까." 그는 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한국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꼽히고 있다며 넌지시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타국처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결국 글로벌 선사들의 희망사항은 현실이 됐다. 그때 이 말을 했던 직원도 정말 한진해운이 망할지는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한진해운의 파산은 꽤 오래전부터 진행된 스토리의 끝일 수 있다. 한진해운이 망한 지금 글로벌 선사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졌을까. 아직 실적으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한진해운이 빠진 만큼 점유율은 소폭 올랐다. 1월 북미항로의 경우 현대상선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1.64%포인트 올랐지만 한
"돈을 벌 만한 곳이 없을까요?" 건설부동산부 기자라는 이유로 자주 받는 질문이다. 고용 불안과 저금리 등이 맞물리면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경매'는 물건에 따라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주된 투자처 중의 하나다. 하지만 경매 환경은 점점 녹록지 않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 진행 건수는 8942건. 지지옥션이 통계를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숫자다. 경매 물건의 60%가 은행 연체로 나온 물건인데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연체율이 낮아진 결과라고 업체측은 분석했다. 물건이 줄어들면서 경쟁은 더 치열하다. 올 들어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율)은 오름세다. 지난 1월 71.7%에서 2월은 72.1%로 0.4%포인트 올랐다. 3월(7일 기준)은 76.8%를 기록해 80%를 내다보고 있다. 다시 말해 감정가의 80%는 줘야 낙찰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
“30년 내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뇌를 능가할 것이다.” 지난주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기조연설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슈퍼 인텔리전스 컴퓨터의 출현을 예고하며 한 말이다. 그의 말이 현실로 와 닿는 건 지난해 한국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알파고 쇼크’의 기억 때문이다. 구글의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 세기의 대국은 국내 ICT 업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무엇보다 AI가 현실 사회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SK텔레콤, KT 등이 순차적으로 AI 기반의 음성비서 스피커를 잇따라 출시했다. LG전자 역시 곧 출시할 프리미엄 스마트폰 G6에는 구글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가, 삼성전자 차기 전략폰 갤럭시S8 역시 자체 음성 비서가 각각 탑재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각각 AI 개발 로드맵을 공개하고 AI 시대를 준비 중이다. 금융, 유통업계도 속속 AI를 입힌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AI를 앞세운 과도한 마케팅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은 증시 이곳저곳에 상처를 냈다. 표적이 된 롯데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면세점, 항공, 여행, 화장품주 등이 특히 하락 폭이 컸다. 문제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이 실체보다 과도하다는 점이다. 중국이 사드 보복 강화 차원으로 한국행 관광을 금지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3일, 장 시작과 동시에 관련주들이 급락했다. 국방부가 사드 배치를 발표한 건 지난해 7월이다. 반년 넘게 중국의 '사드보복'이 증시를 흔들고 있다. 사드 배치에 의한 불확실성은 이미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지만,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관련 업체 주가가 급락세를 반복하고 있다. 주가는 기대감에 오르고 불확실성에 떨어진다. 주가를 예상하기 어려운 이유는 센티멘트(감정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투자의 기본은 기업 펀더멘탈(기초체력) 이라지만, 증시에선 '보이는 게 다가 아닌'게 분명하다. 주가는 기업 실적과 항상 정비례하진 않는다. 특히
1955년 개봉해 한 시대를 풍미한 영화 '이유없는 반항'은 2가지 명장면을 남겼다. 하나는 주인공 '제임스 딘'이 멋지게 담배를 피는 모습, 또 다른 하나는 자동차 경주다. 제임스 딘과 사랑의 라이벌 관계인 '버즈'는 여주인공을 놓고 내기를 한다. 각자의 차로 절벽을 향해 달리다 먼저 차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지는 게임, 이른바 '치킨게임'이다. 둘의 치기 어린 대결은 결국 버즈의 사망으로 끝난다. 1950년대 미국 갱들의 주도권 싸움 과정에서 담력을 겨루는 방법으로 생겨났다는 '치킨게임'. 요즘은 국제정치학적 용어로 더 많이 등장한다. 한국에서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중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세계 전략이 부딪히는 가운데 나타난 상황이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 중국 제품 불매 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수입맥주 시장 1위인 중국 '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들이 한 것이 관광이었습니까? 쇼핑이었습니까?" "유커들 때문에 찬밥 신세였던 국내와 다른 나라 관광객들 소중함도 생각해봐야겠죠."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추진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한 데 대해 한 여행사 임원이 한 말이다. 한국 관광의 질적인 개선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중국 관광객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시아나 일본, 신흥국 시장 중심으로 다변화 할 수 있는 기회란 설명이다. 또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관광 패턴이 바뀌어야 한다. 면세점 등의 프로모션 행사는 대부분 중국 단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동남아 등 다른 국가 관광객들은 혜택을 전혀 못 받고 있다"며 "그런 정책들을 하나하나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항공권을 구매해서 방한하는 여행객을 위해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거나 저가 여행 상품, 쇼핑 중심의 단체 관광 등을 개선하는 질적인 성장의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현수막을 만들어 오셨습니다. 외부세력은 없습니다.” 지난 3일 학교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문명고국정교과서연구학교지정철회대책위원회(이하 문명고 대책위)’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김태동 교장이 일부 언론을 통해 문명고 사태를 일명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규정하고 나서자 학부모들이 선을 그은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교원·시민단체들이 이번 사태에 함께 두 팔 걷어붙이고 피켓시위에 나선 것은 사실이지만, 문명고 반대집회의 주체가 ‘내부세력’인 것만은 분명하다. “연구학교를 신청한 우리가 급진(急進)” “국정교과서 오류는 7건”이라고 주장한 김 교장의 ‘황당 훈화’를 녹음해 본보에 알린 것도, 반대 교사의 보직을 해임한 학교 측의 불이익 조치를 기자에게 제보한 것도 모두 문명고 구성원이었다. 반대 집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명고 대책위는 학생들의 학업이 방해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경산오거리에서 촛불집
현대차가 최근 간담회에서 자사의 '아이오닉' 전기차 고객 활용 사례 동영상을 보여줬다. 매우 만족해하는 사례 속 주인공은 경기 판교 단독주택에 사는 한 주부였다. 차고에 별도 충전기를 설치해 밤새 충전을 한 뒤 다음날 여유롭게 활용했다. 정작 이 영상을 본 취재진들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과연 저 사례 속 주인공처럼 마음 놓고 충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회의적 반응이었다.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대다수가 주차할 자리를 찾기도 벅찬 현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차 시대'가 개화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오는 15일 국내 첫 매장을 열고, 중국 전기차 판매 1위 비야디(BYD)까지 진출 채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도 조만간 다가올 '전기차 쇼크'에 분주히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러다 보니 소비자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전기차 민간공모 신청에는 밤새 줄이 이어질 정도다. 그렇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은행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예금을 받겠다고 하지 않듯이 은행도 자산운용은 건드리지 말아라."(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은행은 축구장에서, 증권은 농구장에서 경기하라는 것이 전업주의다. 지금은 전업주의가 아니라 농구, 축구, 배구를 함께하는 종합운동장 격인 겸업주의 도입이 절실하다."(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최근 '운동장론'으로 설전을 펼친 황 회장과 하 회장은 닮은 점이 많다. 서울대 무역학과 1년 선후배인데다 금융권에서 흔치 않은 '스타 CEO(최고경영자)'들이다. 황 회장이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 2곳과 우리금융, KB금융 등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CEO를 지냈고, 하 회장은 옛 한미은행장으로 출발해 한국씨티은행장을 역임했다. '야인(野人)'이던 두 사람의 현업 복귀 무대 역시 금융 관련 협회장이었다. 황 회장과 하 회장 모두 강한 카리스마와 대내외를 가리지 않는 거침없는 언변을 자랑해 온 탓에 각 업권에선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데 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