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업계 인수합병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증권사 수가 줄어든다고 중소형사한테까지 온기가 도는 상황은 아닙니다."
한 중소형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18년차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2011년 이후 국내 증권시장은 코스피 지수 1800을 저점으로, 2100을 고점으로 하는 박스권에 갇혀 있다.
그러다 보니 증권사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식 거래대금 규모가 매년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주식 거래대금도 전년대비 11.9% 줄어 53개 증권사가 한 해 벌어들인 수탁수수료가 19% 줄어든 8697억원에 그쳤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한정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그간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만으로는 생존이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기자본 1조원 안팎의 중소형 증권사들은 최근 수년간 해외 부동산, 항공기, 사회간접자본(SOC) 등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하고 과감히 지점 정리에 나서는 등 대체투자와 비용 줄이기에 집중했다.
KTB투자증권이 지난해 중국 리스사로부터 1000억원 규모 항공기를 구입하는 투자를 단행했고 SK증권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702억원을 투자했다. HMC투자증권도 제2 서해안고속도로 민간투자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주관사를 맡는 등 SOC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대체투자 규모가 커지자 빚도 덩달아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업계 우발채무 규모는 23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2011년 3월 말 7조4000억원에서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66%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금리가 인상되고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하다. 신용평가사들은 증권사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과도한 채무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올해 글로벌 경기 등 외부 환경이 개선되면서 국내 증시에도 수년 만에 온기가 느껴지고 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흔히 '골디락스'라고 일컫는다. 증권사들이 위탁매매·자산관리·IB(투자은행) 등 각 사별로 특화된 포트폴리오와 안정적 수익구조에서 '골디락스'를 맞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