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주거환경 개선이 절실합니다. 정비구역을 해제하면서 서울시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아 답답합니다.”
얼마 전 서울시가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한 옥인1구역 재개발 조합장의 말이다. 옥인1구역은 6·25 직후 피난민이 모여 살며 형성된 지역이다. 낡은 주택이 얽히고설킨 채 슬럼화가 진행돼 골목길마저도 제대로 없다. 조합은 조만간 법원에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또 다른 재개발 조합인 사직 2구역 조합 관계자도 “요즘엔 한숨 쉴 일만 많다”며 “(서울시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도 낡은 집은 물론 폐가가 밀집했다. 가파른 비탈길 때문에 자동차 진입도 어렵다. 골목 한쪽 벽면에서 세 걸음만 걸어도 반대편에 닿는 곳도 있다. 주민들은 길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화재가 나면 소방차는 들어오지도 못한다고 걱정했다.
해당 지역들은 서울시가 ‘역사문화가치 보전’을 위해 정비구역을 직권해제한 곳이다. 지역 주민들은 서울시가 ‘역사와 문화’에만 초점을 맞춰 재개발의 필요성은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탁월한 역사·문화유산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직권해제 대상지 일부 외곽엔 국가 지정 문화재인 한양도성(사적 제10호)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내부 지역엔 국가 지정 문화재가 하나도 없다.
서울시는 역사문화와 관련된 ‘가치’를 지키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며 일부 손실을 보전하는 지역과 달리 전액 보전하기로 했다. 정비구역 지정 후 역사문화가치 보전을 위해 직권해제한 까닭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주민 간 갈등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할 구체적 청사진을 수립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주거환경은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 계승하는 일 못잖게 중요하다. 주민의 삶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꿈꿨던 재개발은 지금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사는 것이었다. 후대를 위해 옛 문화의 가치를 지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좀 더 쾌적한 주거 여건을 제공하는 데도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