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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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된 논란이었다. 매달 50만원씩 미취업 청년들에게 주는 '서울시 청년수당' 얘기다. 지난달 3일 청년 2831명에 첫 지급이 됐는데 일부가 고액 연봉을 버는 가정의 자녀에게 갔다. 연봉 2억원이 넘는 가정의 자녀까지 50만원을 받았다는 소식에 논란이 불 같이 번졌다. 서울시는 지원대상 설계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고액 연봉 가정 출신 자녀에게도 청년수당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선정 기준' 때문이다. 서울시는 청년수당 대상자 선정시 가구소득(50%), 미취업기간(50%), 부양가족(12%, 가산점)등을 기준으로 했다. 그러다 보니 고액 연봉 가정 출신도 백수 기간이 길면 청년수당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미취업 기간이 짧아도 가구소득이 낮으면 청년수당 대상자가 된다. 청년수당의 선정기준이 모호한 것은 '사업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뜻이다. 50만원을 주는 이유가 '어려운 청년'을 돕겠다는 것인지, '취업 성공'을 돕겠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어려운 청년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 증권사 번스타인은 최근 '패시브 투자가 마르크스주의보다 자본주의에 더 나쁘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펀드매니저 재량에 따라 종목을 선택하는 액티브 투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생산적인 곳에 자본을 분배하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최근 확산된 패시브 투자는 이같은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내용이다. 올 들어 국민연금이 패시브 전략을 표방하며 액티브 펀드를 인덱스 펀드로 돌리자 증시에서 중소형주가 맥을 못 추고 있다. 하반기 들어 외국인이 코스피200 위주의 대형주를 매수하는 가운데 국민연금같은 큰 손이 인덱스 투자로 돌아서자 중소형주는 수급적 열세가 불가피하게 됐다. 그 결과 7월 이후 코스닥은 700대에서 650대까지 하락했다. 코스닥 하락의 주 원인은 기관 매도인데 기관 중에서도 연기금과 투신이 주요 매도 세력이었다. 상반기 연기금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벤치마크 복제율을 높이고 인덱스 투자를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인덱스에 비해 형편없자 비용과 투자
"그간 담합 업체에 포함 안 된 회사가 있긴 한가요? 과징금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불신'이에요". 최근 국내 전선업계가 처한 현실에 대해 한 대형업체 임원이 한 말이다. 전선업체 임직원들은 요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말한다. 구리(동) 가격 하락에다 건설경기 위축 등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보다 신뢰 추락이 더 이들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최근 몇 년째 전선업계는 담합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지난 2012년 공정위원회의 제재 조치에 따라 한국전력과 관련 업체들 간 손해배상 소송이 대법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많은 전선업체에 부과된 수십억∼수백억대에 이르는 과징금 납부도 '현재진행형'이다. 국내 전선업계 담합이 만연하게 된 것은 과점 구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대형 3~4개 기업이 절대적인 힘을 가지는 시장이다. 여기에 다수의 일반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규모의 업체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하청을 받는 정확한 소규모 업체 수는 파악하기조차 힘들다는 게 업계
"정부가 한 달 만에 예비안전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업계 의견은 듣지 않고 미국에서 규정을 통째로 '수입'해 온 겁니다. 그리고는 전부터 만들어진 제품을 다 리콜하라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최근 만난 국내 한 가구제조업체 관계자는 이처럼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이 최근 예비안전기준을 근거로 국가 통합인증인 KC마크를 받은 국내 유통 서랍장 27개에 대해 리콜을 권고한 것에 대한 성토다. 사태의 발단은 '이케아' 였다. 미국에서 이케아의 말름 서랍장이 넘어지면서 여기에 깔린 어린이 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권고에 따라 이케아는 지난 6월 미국에서 2900만개, 캐나다에서 660만개의 서랍장을 리콜했다. 그런데 이케아는 국내에서 말름 서랍장을 버젓이 팔면서도 글로벌리콜 대상국가에 한국을 제외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과 국표원이 결국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게 됐다. 국표원은 이케아를 포함, 국내 유통 중인 서랍장의
"새로 선사를 선택하게 되면 운임이 싼 외국 선사로 갈 것 같습니다." 김치 등을 한진해운 미주노선으로 수출하는 식품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이 업체는 지난 20년간 한진해운과 거래해왔지만, 최근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으로 컨테이너선의 발이 묶이게 되자 식품 하역을 못해 피해를 입었다. 다음번 실어 나를 배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는 현대상선 대체선박을 활용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대체선박은 운임이 비싸다. 정기선이 아닌 만큼 돌아오는 길은 빈 배일 가능성이 커서 운임이 비싸지는 것이다. 이 업체는 다음번 신선식품은 스위스 MSC의 배에 실을 예정이다. 화주가 40년 운송 노하우를 갖고 있던 한진해운에서 쉽게 현대상선으로 옮겨갈 수 없는데는 이런 이유들이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수출 물품을 실어나르는 국적 선사 하나를 잃으면 어떻게 될까. 국내 업체들은 30~40년간 국적 선사란 이유로 한진해운과 장기 운송 계약을 맺었지만, 새로 선사와 계
"동양생명을 인수할 때와는 확실히 다를 겁니다."(금융당국 관계자)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하 알리안츠생명)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중국 안방보험이 달라졌다.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할 때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피하며 최대한 잡음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면 알리안츠생명 노조와는 날선 대립도 피하지 않는 모습이다.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 최종 인수에 앞서 인력감축과 퇴직금 누진제 폐지 등 고용조건을 업계 수준으로 맞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실시한 명예퇴직으로 200여명의 직원이 퇴사했지만 추가 인력감축과 퇴직금 누진제 폐지 등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 사측은 최근 노조에 정리해고를 통보했고 노조는 이에 반발하며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안방보험과 알리안츠생명 노조의 갈등은 사실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안방보험은 올 초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키로 결정하면서 가장
노동계와 청년층의 거센 반발에도 노동개혁을 밀어붙이는 프랑스. 과연 프랑스 상황이 어떤지 취재하러 갔다가 의도하지 않은 '저출산' 문제에 대한 답을 얻고 왔다. 프랑스는 현재 유럽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1993년 1.65명이던 합계출산율은 2012년 2.01명까지 상승했다. 1990년대까지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가 아이를 키우고 싶은 나라로 탈바꿈하게 된 배경이 뭘까. 프랑스에 파견나간 한 공무원은 "프랑스 정부의 현실적이고 꼼꼼한 정책 덕분"이라고 했다. 초등학생 두 명을 키우고 있다는 그는 "여기서 생활해보니 노동도 노동이지만, 저출산 대책이 주는 시사점이 더 크다"며 저출산 정책을 살펴보라고 했다. 그가 들려 준 이야기는 이렇다. 프랑스는 14살 여자아이에게 커서 아이를 몇 명 낳고 싶냐고 물어보고, 낳고 싶지 않았다면 왜 그런지 이유를 들었다고 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은 환경이 무엇일까를 장기적으로 고민하며 출산의 기반을 만들어갔다는 것이다. 프랑스
KT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 준비법인이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기자들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지분을 5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대해 안효조 K뱅크 준비법인 대표는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믿고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고 모든 전략을 세워왔다”며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결과는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대표의 기대가 꺾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은행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가 절충안을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19대 국회에 상정됐던 은행법 개정안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는 IT(정보기술) 기업에 대해 지분을 5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율을 최대 50%에서 33.3%로 낮추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분 33.3%로도 대주주가 될 수
20대 첫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의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특히 새누리당의 태도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 6일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우리 당은 야당 대표의 연설을 경청하겠다"고 말한 뒤부터다.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동안에 집단 고함도, 야유도 없었다. 이전까지 본회의의 분위기를 떠올리면 놀랄 만큼 조용했다. 특히 7일 박 위원장의 연설 내용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박 위원장은 "대통령이 독선과 불통으로 분열과 갈등만 키우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직접 비판했고 "신(新) 보도지침과 언론통제로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이정현 대표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의석에서는 "좀 너무하다"는 탄성이나 "말도 안 된다"는 웅성거림이 있었을 뿐 의사 진행에 방해가 될만한 야유와 고함은 없었다. 연설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이 대표는 본회의 직후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고 평했고
"남 지사님 대학 때 디스크 앓아본 적 있어요? 제가 대학때 보면 부잣집 아들들은 다 디스크더라고요. 저 사람도 부자니 디스크 앓았을 줄 알았지. 다 디스크 때문에 (군대를) 안 가. 디스크는 부자병이구나 했지. 남 지사는 어려서부터 대권에 꿈이 있었던 모양이네."(일동 웃음) 5일 국회의원 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모병제 희망모임 제1차 토크' 진행을 맡은 정두언 전 국회 국방위원장이 '병역비리'를 꼬집으며 한 말이다. 발표자들은 상류층 자녀 군면제 의혹 등 '병역비리'의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모병제'를 통해 너도나도 입대하려 힘쓰는 '입대비리(?)'를 하게 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여느 군 관련 토론회와 달리 '토크쇼'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당적을 달리 하는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표와 정두언 전 국방위원장이 진행하는 거침없는 '토크'는 좌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남경필 지사는 아버지의 재산과 지
"안될 줄 알았다." 5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9월 총회 현장. 학원운영 제한시간을 밤 10시로 통일하는 안을 유보하겠다고 발표하자 교육청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다. 현재 학원 교습시간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이 조례로 제한하고 있다. 안건을 발의한 서울은 초·중·고교생 학원 종료 시간을 모두 밤 10시로 묶어둔 상태다. 하지만 대전, 강원,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제주 등은 고등학생 대상 학원 운영 시간을 자정까지 허용하고 있다. 기자와 함께 총회 장소에서 대기하던 한 교육청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협의가 결렬될 것"이라며 확신에 찬 표정을 보였다. 실제로 결과는 뻔했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사교육 유발 요인은 학원이 아닌 어려운 교육과정"이라는 이유조차도 새로울 것이 없었다. 사실 교육계에서 학원 영업 시간 제한은 논란이 오래된 주제 중 하나다. 영업 시간 제한에 찬성하는 이들은 학생들의 행복추구권을,
올 여름엔 아버지와 북유럽을 돌아 러시아까지 여행을 다녀왔다. 마지막 여행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화려한 도시 경관을 마주한 부녀는 넋을 잃었다. 이곳은 표트르 대제가 왕권 강화를 위해 1703년에 터를 닦은 계획도시다. 도시 전체가 서유럽 못잖은 호사스러운 조각, 그림들로 꾸며져 있다. 입이 떡 벌어지는 외형만큼이나 왕가의 사치로 엄청난 희생을 치른 곳이기도 하다. 화려한 절대군주 시대의 유물을 보려고 몰려드는 관광객을 보고 아버지는 "조상 잘 만나 관광으로 먹고 산다"고 감탄했다. 가이드는 "당대에 살았더라면 어땠을지 생각해보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잠자코 있던 누군가가 “여긴 남은 거라도 있지, 수십조 쏟아부은 4대강은 뭐냐”고 자조했다. 일순간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왕정 시대와 요즘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왕이든 정부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무언가를 만들 때에는 명확한 정책의도와 목표가 있어야 한다. 또 실행 후엔 목표에 상응하는 결과물이 나와야 후대에 평가라도 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