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낙하산 트라우마, 이유 있는 불신

[기자수첩]낙하산 트라우마, 이유 있는 불신

권다희 기자
2016.11.08 15:52
권다희 기자
권다희 기자

"A씨가 여기로 온다는 얘기가 사실인가요."

한때 정치권 인사 A씨의 행장 선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던 모 은행 내부에선 소문이 현실이 될까 불안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얼마 후 A씨가 이 은행 대신 다른 은행으로 갈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자 이번엔 두 번째 소문의 대상이 된 다른 은행 내부에서 혹시 모를 가능성에 불안감을 보였다. 소문의 주인공인 A씨는 결국 금융권행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국내 금융권의 씁쓸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들끓기 직전까지 연말 은행권 최대 화두는 최고경영자(CEO) 인사였다. 위에서 누구를 보낼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역설적이게도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CEO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은행들은 오히려 한숨을 돌렸다. 당분간 무리한 낙하산 인사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번주 성패가 갈릴 우리은행의 다섯 번째 민영화 추진과 관련해서 시장이 눈여겨 보는 대목도 민영화 이후의 지배구조다. 정부가 과점주주들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정부 산하기관인 예금보호공사가 최대주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외풍에 시달리지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남아 있다. 오죽하면 한 국회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정부 지분이 단 한 주도 없는 은행금융지주의 인사에도 지금까지 직간접 개입이 있었는데 정부 지분이 21%나 있는 우리은행이 자율 경영이 되겠나. 보이지 않는 손을 차단해 달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같은 의원의 질의에 "자율경영 의지를 정부가 누차 강조했고 여러 장치를 통해 반영했다. 신뢰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부의 거듭된 강조에도 시장이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그간 벌어진 일들이 누적된 탓이 크다. 시장과 조직 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후보군에서 CEO(최고경영자)가 선출되는 게 상식인데 최순실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만 하더라도 이 상식을 깨는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지 않았던가. 상식이 계속해서 지켜질 때 금융권 인사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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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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