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두고 부처 간 불협화음이 제기되자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일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제대로 된 조선산업의 밑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이 발언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지난 31일 발표된 정부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실효성’은 없었다. 대우조선해양을 연명시키는 것 외엔 조선업에 대한 청사진은 없었다. 대우조선 문제의 해법을 운에 맡긴 채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만 무성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살리기로 했으면 우선 급한 건 대우조선의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해결 하는 것이다. 살리기로 했으면 방안이라도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이 또한 모호하기 그지없다.
대우조선의 구조조정도 막연하다. 정부가 내놓은 ‘2018년까지 경쟁국보다 원가 경쟁력이 열위인 분야는 줄이고, 해양플랜트는 공급능력을 축소하고 저가수주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일 뿐 해결책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에도 수주절벽이 이어지고,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기 시작하면 또 다시 유동성 위기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또다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된다. 그러니 조선업계에서는 대우조선 하나 정리하면 될 일을 가지고 다른 조선사들에 연대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물론 정부도 할 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대우조선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량실업, 성장률 저하 등 부작용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구조조정은 없다. 정부 뿐만 아니라 채권단과 주주, 대우조선 경영진과 노사, 조선업계나 심지어 정치권까지 제각각 입장과 이해가 다르므로 모두를 위한 구조조정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국 조선업의 새판을 짜기 위한 진통을 회피한 결과 대우조선 문제는 더욱 수렁 속으로 빠졌다. 극적으로 조선업이 살아나 땜질처방으로 봉합한 댓가를 치루지 않기만 바라는 상황이 안타깝고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