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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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지난해 TV드라마와 원작 웹툰으로 인기였던 최규석 작가의 '송곳'에 나온 대사다. 부당 해고, 노동조합 탄압 등 한국 내 굵직한 노동 문제를 주제로 삼은 이 만화는 현실 사회를 그대로 녹여낸 고발적 메시지로 매회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호평 받았다. '풍경'에 대한 이 대사는 만화 속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노동상담소를 운영하는 구고신 소장이 노동 강연에서 뱉은 말이다. 그는 "노동운동 10년 해도 사장 되면 노조 깰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게 인간"이라며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라고 했다. 지금은 약자(노동자)로서 강자(기업)를 상대로 대등해지기 위해 분투하지만, 그 자신이 강자가 되면 이러한 노력은 금세 잊혀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경계하고, 여러 각도의 풍경을 이해하고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강자가 돼 갈 수록 이런 생각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이해 충돌 문제는 지금보다 쉽게 해결될 수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협치’를 전면에 내세워 출범한 20대 국회 얘기다. 출범 직후부터 크고 작은 불협화음으로 우려를 키우더니 결국 사상 초유의 국정감사 파행 사태에 이르렀다. 29일로 국정감사 나흘째를 맞았지만 여야의 대립으로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는 개의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그나마 감사가 진행 중인 상임위도 야당만의 ‘반쪽’ 국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감은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라는 것으로 국회의 의무다. 헌법에도 규정돼 있다. 이를 당리당략 때문에 파행시키는 것은 직무유기다. ‘국감 보이콧’을 고수하는 새누리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끼리 한다’고 수수방관하는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 눈에는 똑같은 존재다. “정치권이 민의를 얼마나 업신여기는지를 이번에도 여실히 확인했다”는 날선 비판은 여야 모두에게 향해 있다. 이대로라면 ‘역대 최악’ 타이틀은 20대 국회가 따 놓은 당상이다. 이런 국회를 보면서 얼마 전 취재차
#"우리 회계사들은 뼛속까지 을(乙)입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의 말이다. 공부 잘 하는 친구들 가운데서도 가장 똑똑한 '최고급 인력'들만 모였다는 회계업계지만 실제 업무에선 '갑(甲)'과는 거리가 멀다는 고백이다. 그래서 젊은 회계사들은 법인을 떠나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의 삶을 선택한다. #"신용평가사의 '등급장사'는 영업정지나 인가취소까지 한다는데, 정작 평가대상이면서도 평가에 개입하려는 기업은 어떻게 제재하나요." 지난 22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에 대한 한 신평사 실무자의 평가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등급장사도 구매자와 판매자를 모두 감시해야 하지만, 기업들의 신평사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은 미약하다는 것. #"IR 강령이요? 증권사 매니저한테 주문 안 준다는데 같은 회사 애널리스트로 부담이 없을까요? 곧 떠날 임원이 '매도' 보고서를 장려한 것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지만요."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말
"무노동 유임금도 국회의원의 특권이라는 댓글 지적이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국회의원들이 일 안하고 가져가는 세비부터 먼저 토해내게 해야 한다는 원망의 말도 들립니다." 지난 5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욕먹을 각오로 얘기한다"며 국회의원의 특권을 이같이 소개했다.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난 26일, 이 대표는 김재수 농림해양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단독처리에 반발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촉구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여당 대표의 단식 돌입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감 보이콧'으로 화답(?)했다. 그러면서 이번주부터 시작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도 꼬여버렸다. 야당 위원장인 상임위는 '반쪽 국감'이 됐고, 여당 위원장인 상임위는 국감 개시도 못했다. 이를 보도한 기사엔 "저렇게 일 안하고도 세비는 챙길 것"이라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김영우 국방위원장의 돌발선언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국방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말을 줄기차게 해왔다"
양대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곧 혁신안을 내놓는다. 혁신안은 조직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지난 6월에 혁신안 발표를 약속하면서 산은은 2021년까지 인력을 10% 축소하고 2019년까지 지점 8개를 통합하기로 했다. 수은 역시 2021년까지 정원을 5% 감축하고 2018년까지 본부 2개와 지점 4개를 줄이기로 했다. 문제는 조직 숫자를 줄이는 것이 원래 의도했던 혁신의 취지인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수은은 이미 발표한 대로 본부 조직을 줄이기 위해 업무 유사성이 떨어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여신 조직을 합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이는 여심심사 강화라는 사회 요구에 오히려 역행하는 조치일 수 있다. 산은은 지난 6월에 부행장 자리를 10명에서 9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부행장 자리는 이미 지난해말 9명으로 축소됐다. 혁신안을 포장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했던 조치까지 포함해 발표했던 것이다. 수은이나 산은 모두 숫자에만 연연할 뿐 근본적인 혁신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산
스위스에서 또 다시 상징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스위스 국민들은 25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국가연금 지급액을 10% 늘리자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반대 의견은 전체 투표자의 59.4%를 차지했다. 연금 모범국가로 꼽히는 스위스는 국가연금과 기업연금, 개인연금 등 3종류의 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스위스 노총은 저소득층을 위해 국가연금 수급액을 올려야 한다며 국민투표를 주도했다. 하지만 스위스 국민들은 ‘당장의 과실’을 따먹는 걸 거부했다. 미래세대를 위해 ‘연금의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연금 수급액을 늘릴 경우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합리적인 판단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4월 총선 이후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총선 공약으로 국민연금의 공공투자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공공투자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까지 운영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위는 지난 19일 한국노총과 정책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2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700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다. 불구속 기소를 기대했던 롯데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롯데그룹은 그야말로 '초비상상태'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된 이래 이미 수조원대 투자가 중지됐고 호텔롯데 상장을 비롯해 그룹 지배구조 개선작업도 '올스톱'됐다. 유통업계 경쟁사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하며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롯데는 옴짝달싹을 못하고 있다. 신 회장 부재가 더욱 곤혹스러울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2인자'의 부재다.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은 수사에 대한 압박감으로 애석한 죽음을 선택했다. 검찰 수사에 어려움이 더해졌거니와 수장없는 롯데의 막막함도 커졌다. 신 회장이 기댈만한 오너 일가 구성원도 없다.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구속됐고 경영권 분쟁 상태인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역시 기소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신 회
새누리당이 좀 서운할 것 같다. 야당의 '국정 훼방'에 나름 극약처방에 가까운 국정감사 보이콧 카드를 내놨는데 국민들은 태연자약하다. 국회가 국정 발목을 잡는다는 호들갑스러운 여론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냥 야당끼리 하라는 반응도 있다. 어차피 청와대 거수기 노릇할 바에 국감에서 정부 감싸기나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대통령이야 국회가 돌아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없지 않다. 해외 순방에 나서 정상 외교를 진행할 수도 있고 행정부 차원의 국정 과제 성과를 챙길 수도 있다. 국회와 대결구도를 가져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무엇으로 국민들에게 '나, 일 좀 합니다'라고 할 것인가. 대통령 눈에 들어 장관으로 발탁되지 않는 이상 국회의원의 할 일을 해야 한다. 법안 처리와 국감, 예산 심의 등 국회의원의 할 일은 그야말로 야당과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 즉 야당과 잘 협의하고 잘 합의하는 것이 여당 국회의원 일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야당의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겁니다. 역사적으로 또렷이 자료가 있는데 직접 겪어본 사람이 없으니까 무시해왔습니다." 2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긴급진단 한반도 지진, 우리는 안전한가' 특별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지진 전문가의 말이다. 청중들은 조선시대에만 1000회 이상 지진 기록이 있다는 강연을 듣고도 믿기 힘든 듯 했다. 한 참석자는 쉬는 시간 전문가를 찾아 "한반도에서 지진이 그렇게 많았습니까?"라고 되물었다.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 강진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한반도에는 지진 불감증이 만연해 있었다. 생전 겪지 못한 강진에 국민과 정부가 우왕좌왕한 이유다. 지진 후 국내 지진 전문가들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 세미나와 학회에서 강연 요청은 물론 언론 인터뷰와 기고 청탁까지 각종 러브콜이 쇄도한다. 몸값이 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전문가들이 별로 없어서 그렇다. 손에 꼽을 만큼 많지 않은 지질자원연구원 등 기관 소속 연구원이나 지질학 전공 대학교수들은 유래 없이 바쁜
한국은 세계 5위(2014년 통계)의 제지생산 강국이다. 산림자원이 풍부한 스웨덴, 캐나다 등 전통의 제지 강국들을 제치고 이뤄낸 쾌거다. 한국의 제지 생산량 성장률은 연평균 4%대로 '톱10'에 든 국가들 중 가장 높다. 제지의 주원료인 펄프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도 기술 개발을 통해 폐지 재활용률을 세계 톱 수준인 92%까지 끌어올린 결과다. 향후 글로벌 제지업계를 이끌어나갈 제지 강국 기대주로서 한국이 세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이유다. 이 같은 대외적 성과와는 반대로 국내에서 제지업종을 바라보는 시각은 싸늘하다. 국제산림관리협회(FSC)가 인증한 친환경 펄프를 주원료로 쓰고 한번 쓴 폐지는 재자원화 과정을 통해 생산 공정에 투입하지만 '환경파괴산업'이란 꼬리표는 여전하다. 더구나 정보기술(IT) 기기의 발달로 신문용지, 인쇄용지 등 제지 수요가 점점 줄고 있다는 점에서 사양산업으로 분류된 지 오래다. 정부는 한술 더 떠 학교 교과서의 디지털화를 추진한다며 기존의 서책형 교
‘전 세계 250만대 전량 전면 교체’ 글로벌 휴대폰 사상 초유의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가 빚어진 지 20여일이 흘렀다. 한국에선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배터리 문제가 해결된 새 제품으로의 교환 작업이 한창이다. 일부 매장에선 여전히 재고가 없어 교환에 애를 먹고는 있지만 어쨌든 속도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동안 제조 혁신을 통해 하드웨어(HW) 사업에서 세계 일류화를 경험했던 삼성전자가 배터리 발화 이슈로 홍역을 치를 것으로 관측한 이는 분명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기대만큼 삼성전자가 잃은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조(兆) 단위로 추정되는 천문학적인 손실이다. 갤럭시노트7(국내 출고가 98만8900원)의 정확한 부품원가(BOM ·bill of materials)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갤럭시S7’ 32GB 모델의 BOM이 249.55달러(27만8497원, 시장조사기관 IHS)임을 감안할 경우 갤럭시노트7은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 S펜, 홍채인식 등의
김수천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17기)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51)로부터 사건 청탁과 함께 1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다. 김 부장판사에게는 '레인지로버 판사'라는 오명이 씌워졌다. 특히 김 부장판사가 재판에서 가짜 네이처리퍼블릭 상품 제조사범들을 엄벌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대목이 법조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정 전 대표는 김 부장판사가 제조사범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 3건을 맡게될 것을 미리 알고 현금 1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고 한다. 실제로 김 부장판사는 청탁받은 재판 3건 중 1건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제조사범들을 전부 실형에 처했다. 김 부장판사는 "네이처리퍼블릭이 처벌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양형사유로 들었다. 이후 사례금 500만원을 더 받았다고 한다. 김 부장판사가 구속됐을 당시 대법원은 '제2의 김수천'을 막겠다며 대책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