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등기이사' 이재용, 박수는 미뤄두고…

[기자수첩]'등기이사' 이재용, 박수는 미뤄두고…

김성은 기자
2016.10.26 05:54

"왜 지금이었을까요?"

지난달 중순 삼성전자가 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내이사(등기이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추천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기자들이 제기한 궁금증 중 하나였다.

'갤럭시노트7(노트7)' 발화 논란으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제품 결함을 공식 발표한 이후였고 글로벌 리콜이 진행중이던 때였다. 그룹이 한창 긴장했을 때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구원투수'라는 평가들이 잇따랐다.

등기이사 선임은 회사 전반의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이사회 멤버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이처럼 중차대한 일을 발표에 임박해 결정했을리는 만무하다.

적어도 3개월 전에 결정적 논의들이 이뤄졌다고 가정하고 시계를 조금만 더 뒤로 돌려보면, 당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7을 앞세워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었을 때다.

마침 2분기 영업익이 8조원대를 넘어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8월 중 주가는 170만원 턱밑까지 올라갔다. 노트7 이슈 발화이슈만 불거지지 않았더라면 이 부회장이 호시절에 박수 받으며 등기이사직에 올랐을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지난달 말 들어 상황은 급반전됐다. 1차 리콜 발표 이후 사태가 신속하게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교환품에서조차 발화이슈가 불거지면서 일은 걷잡을 수없이 커져 버렸다.

삼성전자 초유의 위기라는 말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예정됐던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 날짜는 어느덧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이 부회장은 그룹이 중대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책임감이 한층 더 무거워지는 자리에 앉게 됐다. 위기를 기회로 발판삼아 본격적인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어깨에 가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번 주총에 이례적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회장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는 노트7 단종 결정 이후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제품 발화 원인 분석이다. 원인에 대한 규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차기 스마트폰 갤럭시S8의 운명도 장담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고객 신뢰도 하락을 회복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기계적 원인 분석도 중요하지만 사고 발생에 영향을 끼친 조직문화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조급증, 경직된 상하관계, 유연치 못한 업무처리 등 문제점이 제기됐다. 사고가 문화에서 비롯됐다면 같은 문제가 다른 부서에서 또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기술적 문제를 고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다.

노트7 이슈 외에도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프린터사업부 매각 작업 마무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수는 위기국면 돌파 이후로 미뤄둬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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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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