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진해운 껍데기만 떠안는 구조조정

[기자수첩]한진해운 껍데기만 떠안는 구조조정

황시영 기자
2016.10.30 15:17

"이미 있는데 왜 돈을 주고 중복된 걸 사야 할까요"

현대상선(21,200원 ▲100 +0.47%)이 정부 방침에 따라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사야할 처지에 놓이자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되물었다.

정부가 한진해운 남은 자산을 현대상선을 통해 인수하겠다고 했지만, 자산 매각은 시작부터 흔들리는 느낌이다.

해운업계는 비핵심 자산인 미주노선은 현대상선이 '울며 겨자먹기'로 가져가고, 핵심 자산인 롱비치터미널은 MSC가 '콧노래를 부르며' 가져가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미주노선 예비입찰에 참여한 5개 업체 가운데 글로벌 원양 선사는 현대상선 한 곳뿐이다. 나머지는 SM그룹, 한앤컴퍼니, 선주협회 등 미주노선 사업을 전혀 해보지 않은 업체들이다.

이들은 인수금액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주노선의 현재 가치가 얼마일지 예비실사로 파악해 볼 요량이다.

이들이 본입찰까지 참여하고 모든 가능성을 뒤엎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된다고 하더라도, 매물에 포함된 65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으로 미주노선 사업은 할 수 없다. 1개 노선 운영에만 컨테이너선 5~7척이 필요해 인수금액을 훨씬 넘어서는 초기투자가 필요하다.

이 업체들을 '허수 지원'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상선은 보유 중인 16개 미주노선과 매물이 상당 부분 겹침에도 불구하고 사야 할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서부 물동량의 30%를 처리하는 롱비치터미널은 MSC가 지분 46%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MSC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롱비치터미널은 중국 국적선사인 COSCO가 "관심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인기다.

정부와 한진의 '알력 다툼' 속에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물류대란은 진정세에 접어들고 있고, 이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한진해운의 종착 터미널이 어디일지이다.

법원이 진행하는 매각 방안의 성공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글로벌 경쟁 선사는 핵심 자산을 취하고 현대상선은 비핵심 자산을 떠맡는다면. 안타깝게도 한진해운 자산매각의 현주소는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와 거리가 먼 것 같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