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농협카드가 고객들 사이에서 '꼼수개악' 논란에 휘말린 'NH올원 시럽카드'를 지난 17일 단종했다. 지난 4월 시럽카드를 출시한 지 불과 반년 만이다. 시럽카드는 출시와 동시에 알짜카드란 입소문을 타고 고객들 지갑 속에 빠르게 파고 들었다. 출시 후 신용카드만 15만장, 체크카드까지 포함하면 총 34만여장이 발급됐다.
매달 최대 10만원까지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는 소식에 자연스레 출시 직후부터 체리피커(혜택만 골라 찾는 소비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시럽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급증하자 NH농협카드는 슬그머니 쿠폰을 쪼개 나눠줬다. 쿠폰을 쪼개면 받는 혜택이 줄어들진 않지만 중복할인 등이 불가능한 가맹점이 있어 쿠폰 사용이 불편해진다. 이런 뜻에서 고객들은 시럽카드가 '꼼수개악'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NH농협카드는 혜택이 너무 좋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적자를 우려해 끝내 단종이란 결단을 내렸다.
생각보다 이르긴 했지만 시럽카드의 단종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 알짜카드를 만들어 고객을 모으는데 성공하지만 수많은 고객이 혜택만 쏙쏙 챙겨가자 손실을 우려해 혜택을 슬그머니 줄이다 혼쭐이 난 카드사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NH농협카드는 이미 실패로 판명이 난 전략을 들고 나온 셈이었다.
카드업계 내부에서도 이제 알짜카드로 히트 상품을 만들어 승부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 나온다. 고객이 정보에 빨라 알짜카드를 내놓으면 출시 초기 발급 실적을 올리기엔 좋지만 나중엔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알짜카드를 사용했던 고객은 혜택이 줄면 카드사에 나쁜 이미지만 갖게 된다.
시럽카드 단종은 알짜카드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미 알짜카드에 혼난 카드사들은 O2O(온·오프라인 연계)플랫폼 개발이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카드 개발로 전략을 바꿔나가는 추세다. 이에 맞춰 금융권에서 근무해본 경험이 없는 개발자들의 역할과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카드사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권이 기술과의 결합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전략을 짜지 않으면 카드사들도 자연스레 결제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시럽카드가 남긴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