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에서 중국인이 사라진다면

[기자수첩]한국에서 중국인이 사라진다면

박진영 기자
2016.10.31 05:30

'유커'(중국인 관광객)라는 단어를 언제부턴가 언론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명동거리와 제주도에 북적이는 중국인 관광객을 마주하는 것은 익숙한 일이 됐다.

중국인들이 처음부터 한국을 많이 방문했던 것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몇 년 되지 않는다. 2007년에서 2010년까지 방한 중국인 수는 100만명대에 그쳤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것은 2012년부터다. 그 해 284만명에서 2013년 433만명으로 늘었고, 2014년에는 613만명이 됐다. 올해는 800만명이 한국을 찾을 전망이다.

중국인이 물려오면서 경제효과도 컸다. 관광업계, 면세 및 유통업계, 화장품 업계 가 유커 덕에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중국 고객이 급격히 늘어난 2012년 롯데면세점은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5조원대 매출이 예상된다. 10%에도 미치지 못했던 중국인 고객 매출 비중이 80%를 넘었다.

화장품 기업도 중국인들의 'K-뷰티' 사랑에 힘입어 고속성장했다. 국내 최대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2년 매출 3조4371억원에서 지난해 5조6612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6조원 매출 돌파가 예상된다.

하지만 '유커'에만 의존하는 성장은 한계에 왔다. 때마침 중국 정부가 최근 자국 여행사에 한국 등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을 줄이고 쇼핑 횟수, 금액을 제한하라고 지시했다. 이 조치가 당장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밀물이 밀려 온 다음에는 썰물이 빠져 나가듯이 방한 중국인 수가 줄어들거나 증가세가 둔화되는 시기는 필연적으로 올 수 밖 에 없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는 말이 있듯이 좋은 시기를 잡아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이제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인'에 얽매이지 않는 성장으로 나아갈 때다. 어느 시장을 공략하든, 전략이 무엇이 됐든 간에 중요한 것은 그 상품 또는 서비스를 찾을 수 밖 에 없는 실력을 기르는 것이다.

중국인이 급격히 늘어났던 2012년 서울 시내면세점과 명동거리는 '골든위크'를 맞아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들이 메우고 있었다. 2012년 일본인 관광객 수는 342만명으로 고점을 찍었고 지난해 184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에서 중국인이 사라졌다는 가정하에서도 버틸 수 있는 진짜 실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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