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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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해 보겠다”, “살펴 보겠다”, “의견을 들어 보겠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쓴 말이다. 청문회는 시종일관 맥 빠진 듯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주 후보자가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심각한 흠결이 없기도 했지만 산업부 장관으로서의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 역시 한 이유다. 주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산업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위 위원들은 “윤상직 장관의 신년사에 들어간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책의 일관성 면에서 보면 이해되나 창의적인 답변은 아니었던 까닭이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해외자원개발에 대해서도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고 산업 정책과 통상 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심스러운 답변을 이어갔다. 타 부처(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산업부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기에는 미흡한 느낌이 들 수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6'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VR(가상현실)이다. 삼성, 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이 VR 제품을 선보였고, 드론·게임 등에 VR기술을 결합한 체험관은 밀려드는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증시에서도 올해가 VR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도 벌써부터 VR수혜주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같은 VR 바람은 기시감을 던져준다. 2009년 증시를 달구었던 3D 테마와 닮아있어서다. 당시 3D 테마는 영화 '아바타'의 전세계적인 흥행에서 시작됐다. 3D 영화와 방송시대가 열린다는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도 달아올랐다. 예컨대 당시 코스닥기업인 케이디씨정보통신은 자회사를 통해 CJ CGV에 3D 영상장비를 공급한다는 소식에 급등세를 보이면서 시가총액이 무려 70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문제는 다른 증시테마도 그렇지만, 기대감을 뒷받침해줄 마땅한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할 3D
지난해 말 '사법시험 폐지를 4년 동안 유예하겠다'는 법무부 발표가 나오자 법조계가 들끓었다. 이해관계가 얽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변호사 단체들은 물론 연관 없는 단체들까지 매일같이 보도자료를 만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을 보이콧하겠다며 집단행동에 나섰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3년이라는 시간과 적지 않은 돈을 쏟아부은 졸업생들은 결국 90% 이상 시험에 응시했다. 변시 앞에 이들은 '을'에 지나지 않았다. 사시가 2017년을 끝으로 폐지되는 것은 국회가 제정한 변호사시험법에 규정된 일이다. 이를 뒤바꾸는 것은 엄밀히 말해 행정부처인 법무부의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마치 권한이 있기라도 한 듯 사시 폐지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법무부가 로스쿨 제도에 개입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법무부는 첫 변시 전인 2010년 말 공청회를 열고 변시 합격률을 어떻게 정할지 논의에 나섰다. 이에 기존 변호사들의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는 매년 합격자를 10
지난 3일 벌어진 인천국제공항의 '수하물 대란 사건'은 '10년 연속 공항서비스 세계 1위'라는 명성을 무색하게 만든,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비행기 연착·지연뿐 아니라 수하물이 늦게 도착해 환승 비행기를 놓친 일부 승객들은 다른 나라 공항 인근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생고생'을 해야 했다. 인천공항에 취항중인 피해 항공사들이 무더기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중이라니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천공항공사는 승객에게 전달되지 않은 수하물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고장의 원인이 무엇인지 기본적인 사항조차 아직 파악하지 못한 채 허둥대는 모습이다. 사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사 측은 개항 이래 가장 많은 승객이 몰려 과부하가 걸렸다고 변명하지만 이미 2014년부터 이용객이 수용한계(4400만명)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근본적인 예방책은 도외시한 채 안이하게 대처하다 결국 대형 사고를 맞이한 것이다. 인천공항은 2004년부터 줄곧 흑자를 내는 공기업이다.
한화와 두산, 신세계가 합류하며 올해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시내면세점 시장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면세점 위상과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 신규 업체들이 명품업체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어 몸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희소가치 유지를 위해 명품 업체들은 면세점 공급 물량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면세점 숫자가 늘어난 한국 시장은 그들로선 몸값을 높이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에 따라 신규 면세점들이 수익성 확보 고민과 더불어 명품 업체들의 마진율 압박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롯데면세점 본점 지근 거리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문을 열 예정인 신세계면세점은 백화점 네트워크에도 불구하고 명품 업체 입점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두산은 루이비통과 샤넬 등에서 면세점 입점의향서(LOI)를 받았다고 일찌감치 밝혔지만 아직까지 확정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HDC신라면세점 역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에서 베르나르 아
“통상적으로는 보도자료가 쏟아져야 할 시점인데…."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이틀 앞둔 4일 국회 관계자가 '이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를 전하며 한 말이다. 국회는 오는 6일부터 11일까지 5개 정부부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돌입한다. 청문회를 준비중인 상임위는 기재위, 산업위, 교문위, 안행위, 여가위 5곳이다. 후보자에 대한 검증으로 어느 때보다 시끄러워야 할 국회지만, 국회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는 조용하기만 하다. 화력은 다른 쪽으로 집중되고 있다. 100일 남은 총선에 올인하느라 인사청문회를 담당하는 상임위 의원들은 연말연초 지역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좌진도 대부분 지역구에 투입됐다. 이날 한 야당 의원실은 청문회 관련 대신 의정활동 홍보자료를 쏟아냈다. 선거구획정과 쟁점법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도 요인이다. 국회가 지난해 말까지 선거구획정을 확정하지 않으면서 국회는 청문회까지 챙길 여력을 잃었다. 쟁점법안 여섯건은 여야 간 이견차로
"언론에서 '창조경제'라는 명칭을 바꿀 대안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정권에서 이 단어를 그대로 쓰기는 어려울테니, 의미는 가져가되 새로운 슬로건처럼 보일 수 있는 단어가 필요합니다." 작년 말 정보기술(IT)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농담으로 시작했지만 참석자 모두가 여기 공감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전면에 내세운 슬로건이 '창조경제'다. 늦었건 일렀건 IT업계는 창조경제 정책 덕을 꽤 봤다. 각종 정책자금과 민간 투자금이 모바일과 IT업계로 제법 흘러 들어왔다. 이는 청년 창업이 활성화되는 물꼬로 작용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임기 절반이 흐른 작년 말부터 IT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 아이디어, 혁신적인 생각보다는 '성공이 보장된 프로젝트'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것. 투자를 '투자'로 생각하지 않고 '회수'에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었다. 지난해 O2O(Online to Offline)가 갑
불과 3개월 10여일만 지나면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진다. 국회의원들의 관심도 온통 지역관리에 쏠려 있다. 19대 국회 출범 후 현재까지 각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만 해도 1만1000여건에 이른다. 한국 자본시장을 관할하는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법률만 해도 770건에 달한다. 그 중 하나가 지난 9월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다. 지난 6월 갑작스레 거래소 코스닥시장 분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바람직한 거래소 체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7월 당국과 거래소가 내놓은 방안이 바로 지주사 전환을 통한 사업다각화 도모였다. 9월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발의된 이 법은 10월 하순이 돼서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으나 여타 수백개의 법률과 함께 계류돼 있는 상태다. 지난해 정기국회 이후 정무위를 통과한 법률은 소위 '남양유업법'으로 불리는 '대리점법'(대리점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1건에 불과했다. '거래소법' 통과에
쌍용자동차가 옥쇄 파업과 굴뚝 농성 등으로 상징됐던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를 한 해의 끝에서 마무리하며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77일간의 파업과 이후 소송전 등 노사 갈등 속에 28명이 유명을 달리하는 아픔을 딛고, 노·노·사 3자는 6년여만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합의안을 30일 도출했다. 정리해고 등 뼈아픈 구조조정을 거친 이후 다시 해고자를 복직시키기로 한 쌍용차의 사례는 '명예퇴직' '희망퇴직'이 난무하는 연말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쌍용차의 '결실'은 정상화 해야 한다는 노사의 간절한 바람이 출발점이 됐다.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직접 나서 소통 물꼬를 트는 한편 노조 또한 차량 판매 캠페인에 나서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경영정상화를 이끈 가장 큰 동력은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한다'는 기본자세였다. 소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 '티볼리'의 판매돌풍은 그 결과다. 이유일 쌍용차 부회장(당시 사장)은 지난 1월 신차발표회에서 "고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이후 한 달 반. 2000여 명의 번듯한 직장인이 일자리를 잃을 걱정에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남부럽지 않은 회사를 다닌다는 자부심은 한 순간에 날아가버렸다.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상실한 롯데와 SK 면세점 직원 약 2200명의 고용승계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면세점 사업권을 대신 거머쥔 두산과 신세계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100% 고용승계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두산과 신세계는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 전부는 아닐지 몰라도 누군가는 좋은 직장을 잃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예고된 재앙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논란이 커지자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면세점 사업자의 특허 기간을 5년으로 줄인 관세법 개정을 두고 졸속 통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국회에선 책임을 덜기 위한 네 탓 공방이 한창이다. 고용 불안을 야기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도 아니다. 탈락한 기업도, 선정된 기업도
돌아보니 올 한 해동안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을 주제로 한 기사를 많이도 썼다. 그만큼 올 해 부동산 최대 이슈는 '주거 안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 해 서민·중산층 주거는 불안정했다. 각종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 시장이 과열되면서 신규 아파트 분양가와 전셋값은 크게 뛰었다. 서민·중산층은 매매는 물론 임차 능력까지 잃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74%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한해 전국 아파트 전세가는 6.11% 올랐다. 지난해(4.36%)보다 1.75%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그나마 세입자 보호를 위해 논의되던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시장 혼란을 이유로 19대 국회에서 무산됐다. 불안정한 전월세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집 마련에 눈을 돌린 이들은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은 792조4000억원. 이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얼굴을 맞대고 논의하는 대면보고 외에 앞으론 전화보고도 해 주세요." 지난 28일 취임한 이순우 신임 저축은행중앙회장의 첫 지시사항이다. 관피아(관료+마피아)의 낙하산 인사가 금지되면서 20년만에 처음으로 민간 출신의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선출됐다. 금융지주 회장 출신이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취임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저축은행중앙회장 자리는 암묵적으로 금융당국에서 낙점해 관료를 내려보내는 모양새였다. 이번에는 관피아를 배척하는 분위기 속에 업계 자율에 맡겨졌지만 업계는 오히려 금융당국의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최규연 전 회장이 지난 6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 이후 저축은행업계는 "진짜 민간에서 와도 되는 것이냐"며 당국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애썼다. 김종욱 전 SBI저축은행 부회장이 저축은행중앙회장 후보로 단독 등록했으나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반려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난항 끝에 저축은행중앙회를 이끌게 된 이 회장은 우리은행의 합병 전신인 상업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