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0년대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증기기관을 탑재한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지만 보급은 실패했다. 당시 운송수단을 꽉 잡고 있었던 마차조합과 철도업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거세게 반발해서다.
이들은 자동차 보급을 막기 위해 의회를 설득해 규제할 법을 만들었는데 그 유명한 '적기조례(Red Flag Act)'다. 자동차를 운행하려면 붉은 깃발을 달고 시속 3~6㎞로 달리도록 한 것이다. 30년간 지속된 이 황당한 법은 결국 영국의 자동차 산업이 독일·프랑스보다 뒤처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타인과 나눠 쓰는 '공유경제'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공유경제란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경제활동을 말하는데 △차량(우버·콜버스·집카) △공유민박업(에어비앤비) △자전거(스핀리스터) △개돌봄(독베케이) △옷(포쉬마크) △주차장(저스트팍) 등 매우 다양하다.
합리적 소비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는 혜택이 적지 않지만 기존 업계의 이해와 충돌한다는 점에서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토목·건설의 이미지를 벗고 신산업과 투자시장을 육성하는 최첨단 경제부처로 변신을 꾀하기 위해 이런 공유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올초 '국토교통 미래산업 간담회'를 갖고 "우리나라의 강점인 모바일과 정보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신, 융합을 통해 제조업 기반 기존 산업 구조를 넘어서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창업·혁신·신산업 발굴 등을 저해할 규제를 없애겠다는 의지표명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공유경제는 스마트폰 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인식된다. 그러다 보니 중장년층들에게는 아직까지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진다.
전통산업을 보호할 것인가, 신산업을 육성할 것인가. 최근 국토부의 고민이다. 혁신을 하려면 기존 업체들이 생각지 못했던 기술과 아이디어로 판을 뒤집어야 하는데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싹부터 잘린다면 사회는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다. 영국의 '적기조례'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정부가 이런 갈등을 얼마나 기민하게 조율하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