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작 판치는 미술시장의 위기

[기자수첩] 위작 판치는 미술시장의 위기

김지훈 기자
2016.02.24 03:20

집보다 비싼 값이 책정된 물건을 종종 ‘눈 감고’ 사야 하는 곳이 있다. 위작논란으로 홍역이 끊이지 않는 미술 시장이다.

경찰은 K옥션에서 지난해 5억여 원에 거래된 이우환 작가의 작품 ‘점으로부터 No.780217’에 대한 한국화랑협회의 감정서가 위조됐다고 밝혔다. 이 작품을 포함한 십여 점의 작품에 대한 위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나섰다. 개중에는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진작으로 판정한 작품도 위작 의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북 30평대 아파트 한 챗값을 들여 가짜 미술품을 산 구매자는 기절할 노릇이다.

진위를 가름할 수 없는 위작의 출현도 심각한데 감정서마저 위조되는 형국이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감정한 품질보증서조차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술품·문화재 거래 공인 중개사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공인중개사 제도는 예술품의 각종 정보를 부동산 매물 정보처럼 전체적으로 공유해 데이터를 구축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물론 자격증을 갖춘 감정사도 있어야 한다.

2007년까지 감정 업무를 했던 한국화랑협회나 그 감정협력 단체인 한국미술품감정원 모두 감정의 권위를 자랑하는 조직이다. 이런 기관들을 두고 다시 공인중개 제도가 거론된다는 것이야말로 시장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준다.

화랑업계 고위 관계자는 "감정이 잘못될 확률은 1% 미만"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 낮은 확률에도 미술시장이 온통 충격에 휩싸일 만큼 유통과정의 불투명성과 감정 '오판'은 큰 문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부랴부랴 과거 위작 논란을 빚었던 이중섭, 박수근의 전작 도록(카탈로그레조네)을 제작한다고 했지만, 전작 도록을 만든다고 해서 위작 문제가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이미 전작 도록의 수록 대상마저도 진품 논란에 휩싸일 상황이다. 투명하고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광범위한 정부는 물론 미술업계가 터놓고 얘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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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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