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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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냥'?". 국내 3대 금융그룹 회장단이 연봉 30%를 반납하겠다고 '깜짝' 발표한 직후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던 질문이다. 지난 3일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그룹 회장들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연봉 일부를 반납하고 줄인 연봉을 신규 채용에 쓰겠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기자들을 포함해 상당수가 '저의'가 있는지 여부를 궁금해 했다. 금융당국 쪽으로도 전화가 쇄도했다. 당국에서 어떤 '사주'를 했는지를 의심하는 내용들이었다. 지금까지 파악된 바로는 정말로 '자발적인' 결정인 듯 하다. 그룹 내 최측근들도 발표 전날에야 이를 알았고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몰랐었다고 하니 말이다. 이 결정을 낸 조찬 모임이 그 이틀 전에야 잡혔던 걸 보면, 그간 간간이 의견을 나눴던 3대 지주 회장 간 의기투합이 이런 결정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결정은 갑작스럽게 공개됐으나 '모두가 문제인 걸 알지만 누구도 먼저 총대를 메려 하지 않는' 인력 구조조정이란 난제를 경영 일
"브랜드명은 최대한 쉽고 중소기업 제품이란 분위기를 풍기지 않아야 합니다." 공영홈쇼핑 개국을 앞두고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고민하던 정부 당국자는 브랜드 콘셉트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의 말은 수긍이 갔다. 중소·벤처기업의 혁신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정책매장과 공영홈쇼핑의 명칭을 하나로 통일해 브랜드 파워를 구축, 민간 유통채널의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그러기 위해선 브랜드에 굳이 '중소기업' '농수산품'을 연상하게 하는 단어를 넣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토대로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아임쇼핑'으로 낙점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공영홈쇼핑은 난데없이 브랜드 교체를 검토하고 나섰다. 공영홈쇼핑과 정책매장의 브랜드가 똑같아 혼동을 일으킨다는 이유다. 수천만원의 예산까지 들여 용역 작업에 착수했다. 개국한지 불과 1개월 남짓한 시점에서 브랜드 교체를 검토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공영홈쇼핑의 2대주주인 농협경제지주가 브랜
"밖에서 들리는 소리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가 심하다고 하는데, 회사에서는 대우의 차이가 없어 실감을 못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서울시 용산구 한진중공업 본사를 찾아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 근로자가 말했다. 시종일관 긴장된 표정과 경직된 자세를 유지하던 이 근로자는 장관이 비정규직 근로자로서의 어려움을 묻는 말에 짤막하게 답했다. 장관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간담회는 한 시간 반 동안 줄곧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600만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현실은 불과 3평 남짓한 간담회장에서는 다른 나라 얘기에 지나지 않았다. 쪼개기 계약이 난무하고, 인격적 차별이 수시로 이뤄지는 현실에 대한 쓴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근로자는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며 파견 업종을 확대해 달라는, 일반적인 노동계의 주장과는 동떨어진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간담회 현장에는 해당 업체 대표이사, 전무를 비롯해 파견업
“도대체 어떻게 준비하라는 것인지···” 2015년 국정감사 일정이 9월 10일로 확정되자 한 야당의원 보좌진이 한 말이다. 국감 준비기간이 촉박해 제대로 된 국감이 이뤄지겠느냐는 푸념이다. 국감 시기를 두고 9월(새누리당)과 10월(새정치민주연합)을 저울질 하던 여야는 지난달 말에야 ‘추석을 낀 앞뒤 20일’로 국감 일정을 확정했다. 야당 보좌진들의 허탈감이 더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내에서는 이미 10월 국감을 고수하겠노라고 보고까지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감은 정치권 찌라시로 나돌던 그 어떤 일정보다 빠른 9월 초로 낙점됐다. 이번 국감 일정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결정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국감을 보다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하고 지역구에 내려가 총선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때 ‘철저한 국감’을 모토로 ‘분리국감’을 추진했던 국회는 이처럼 본의 아니게 물리적 분리국감을 성사시켰다. 여파는 보좌진들에게 가장 먼저 밀려온다. 촉박한
"과당 경쟁 우려, 분명 있지요." 계좌이동제와 관련해 최근 만난 한 은행 고위 관계자가 한 이야기다. 10월 계좌이동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계좌이동제는 고객이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신용카드, 통신료, 공과금 등의 자동이체를 별도 신청 없이 새로운 계좌로 한번에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직접 자동이체를 하나하나 옮겨야 해 주거래 은행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알기에 은행들도 대학생 등록금 계좌나 사회 초년생 월급 통장 유치 등으로 첫 금융거래 고객 모시기에 많은 공을 들였다.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은행을 바꾸는 일의 번거러움이 크게 줄어들어, 서비스에 따른 고객의 이동도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새롭게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타 은행들과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경쟁을 해야 한다. 벌써부터 각 은행들이 계좌이동제 대
창호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이하 창호등급제)가 올해로 시행 3년째를 맞았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활용 실적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그나마도 대형 창호업체들이 독식하고 있어서다. 창호등급제를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는 8월말 현재 2796개의 창세트(창틀과 유리)가 등급을 받아 등록돼있다. 2012년 7월말 창호등급제 시행 이후 일평균 2개 이상의 제품이 등급을 받아 등록한 셈이다. 등록업체수 역시 200개가 넘는다. 이처럼 창호 제품들의 등급 인증과 등록은 활발하지만 문제는 실제 활용도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조달청 물품등록 기준이 창호등급제 2등급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활용이 의무화된 관급 공사를 제외하곤 민간 건설사들은 그 책임에서 여전히 자유롭다. 때문에 이 제도를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주민들의 민원이 있는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창호등급제를 굳이 활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민간 건설사들은 솔직한 속내
"아무리 김재춘 차관이 실세라고는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까지 교육개혁을 주문하고 나선 마당에 대학구조개혁과 같은 굵직한 교육정책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직접 챙겨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방의 한 국립대 교수는 김재춘 차관이 31일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기자에게 물으면서 그 동안 쌓였던 황 장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황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를 의식해 전국적으로 대학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정책의 발표를 김 차관에게 고의로 떠넘겼다는 문제제기였다. 그 동안 대학 등 교육 현장에서는 정치인 장관 때문에 국가 명운이 걸린 개혁 작업이 타격을 입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황 장관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이명박 정부부터 추진돼 온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작년 취임하자마자 180도 바꿔버렸다. 퇴출, 정원조정 등 구조조정이 아닌 지원 쪽으로 갑자기 방향을 틀어버린 것. 그러면서 "대학 입학정원을 강제로 줄이지 않겠다", "대학 개혁은 대학이 스스로 해 달라" 등 쓴소리는
지난 28일 저녁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양 기관 고위간부 10여명과 같이 회동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가 간부들을 대동하고 만난 것은 지난해 7월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약 1년 만이다. 두 경제수장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이목을 끌었다. 미국 금리인상이 눈 앞에 다가온 가운데 중국 리스크까지 대두된 급박한 대내외 환경 때문이다. 최 부총리가 두달 전쯤 제안한 친선 목적의 만남이었다고 하나 시기가 시기인 만큼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그러나 이날 회동 전후를 보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최 부총리는 행사에 앞서 “중앙은행 총재와 만나는 것이 뉴스가 되지 않도록 하자”고 말했다. 유독 우리나라만 양측의 만남을 순수하게 보지 않는다는 일종의 ‘시위성’ 발언이었다. 이 총재는 “기자들이 나가면 말을 하겠다”며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 기관 소통에 취재진이 일종의 장애물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 후 줄어든 외국인 환자 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보건복지부가 국내 의료기관을 찾아 미용 성형수술을 받는 외국인환자에게 한시적으로(2016년 4월~2017년 3월) 부가세 10%를 환급해 주기로 한 것과 관련, 한 성형업계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업계의 긍정적인 반응대로 보건복지부의 이번 방안은 당장 메르스 여파로 위축될 조짐이 보인 국내 외국인 의료 수요 활성화를 노렸다. 국내에서 성형수술 등을 받은 외국인 환자는 2011년 12만2000명에서 2014년 26만7000명으로 4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이후 외국인환자의 예약 취소율은 42%에 육박했다. 때문에 외국인 환자 증가세가 메르스를 기점으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일단, 유커(중국 관광객)를 중심으로 한 외국 의료관광객이 가격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이번 방안은 효과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성형업계 중론이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방안을 주시하는 것은 비단 성형업계
최근 모 라디오방송에서 30대 중반의 한 개그맨은 “월세살이를 하고 있다. 당장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결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이 개그맨은 “가족과 같이 몸을 누울 수 있는 (월세보다는) 더 안정적인 주거형태가 있어야 결혼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해 청취자들의 공감을 샀다. 연애·결혼·출산 등 인생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해서 ‘칠포세대’로 불리는 20대와 30대. 취업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사회에 진출해도 ‘내집 마련’이라는 좌절에 부딪친다. 치솟는 전셋값과 월세 전환 추세로 주거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 자산축적이 쉽지 않아서다. 이는 결혼과 출산을 더욱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게 하는 사회적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된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전보다 0.13% 상승, 62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저금리 영향으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수요 대비 물량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일요일인 23일 그리고 24일까지 긴급하게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었다. 두 번의 위원회를 통해 북한 대남 도발 조작설 등 관련 게시글 총 32건에 대해 접속차단 및 삭제 결정을 내렸다. 32건에는 △목함지뢰일 확률은 2% 아군의 발목지뢰일 확률 98% △DMZ(비무장지대)지뢰 폭발사고는 국방부 조작 △지뢰매설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짜고 친 자작극 등 내용이 포함됐다. 준전시 대치상황이 지속되는 시점에 명백히 허위로 판단되는 괴담성 정보가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방통심의위의 '발빠른 대처'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소를 터뜨렸다. 인터넷 게시글 몇 개를 삭제한다고 사회적 혼란을 막을 수 있느냐는 의견이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지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도 방통심의위는 비슷한 조치를 했다. 해서는 안될 유언비어나 괴담에도 하나의 공통점은 있다. 그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정부가 정보를 공유하지
"콧대 높은 디올이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뜻이죠. 한 때 비교조차 안 되던 세계적인 명품 기업이 '구애'를 한 셈입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가 올해 체결된 디올과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기술협약 양해각서(MOU)에 대해 한 말이다. 디올의 구애뿐만이 아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지도 최근 '100대 혁신기업' 명단에 아모레퍼시픽 이름을 올렸다. 파운데이션을 퍼프로 찍어 바르는 새로운 형태의 메이크업 제품 쿠션의 기술력과 혁신성을 인정하며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칭했다. 10년 전만 해도 쿠션이란 단어는 완전히 달리 사용됐다. 소파 위에 올려져있는 작은 침구류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을 거다. 아모레퍼시픽이 세상에 없던 물건을 내놓고 새로운 단어를 하나 만든 셈이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만큼 파급력 있는 것이 없다.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한 립스틱과 파우더는 겔랑이 최초로 내놓은 것이다. 1870년대 현대적 형식의 립스틱을 내놓은 겔랑은 지금도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