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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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망하기 전 남긴 메모와 인터뷰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 '성완종 리스트'에는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홍완종 의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부산시장,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의 이름이 등장한다. 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다. 두명의 전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개국공신이고 홍 의원과 서 시장은 2012년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일했다. 홍 의원이 2012년 대선자금을 받아갔다는 성 전 회장의 폭로가 더해져 '성완종 리스트'의 파문은 지난 대선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순간부터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수사 없이는 이번 사안을 넘길 수 없다고 예상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정도 의혹이 제기됐는데 검찰이 수사를 안한다면 국민 어느 누구도 그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려되는 것은 검찰과 정치권의 수사 '의지'"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본사 부지 개발에 따른 기부채납을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행정소송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이 보인다. 정작 개발협상을 벌여야 할 서울시와 현대자동차그룹은 본격적인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서울시와 강남구의 '엉뚱한' 싸움이 먼저 시작된 것. 그동안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다 사업을 무산시킨 후 재추진을 위해 화해한 양측이 이번엔 옛 한전부지 개발을 두고 충돌하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양측이 대립하는 이유는 현대차그룹이 사들인 옛 한전부지 개발에 따라 서울시에 납부해야 할 기부채납의 쓰임새 때문이다. 갈등의 발단은 서울시가 당초 예고한 대로 잠실종합운동장까지 국제교류업무 지구단위계획구역을 확장하면서 강남구 관내 개발에 따라 발생한 기부채납을 다른 자치구인 송파구에도 쓸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이 비용으로 영동대로 지하공간 개발, 아셈로 지하주차장 조성 등 강남구 관내 취약시설과 인프라 조성에
호주인들이 국가 정체성의 상징이자 자부심으로 삼는 캔버라의 ‘전쟁 기념관’(War Memorial). 그 앞에 넓게 펼쳐진 도로 ‘안작 퍼레이드’(Anzac Parade)의 끝에는 국회의사당이 자리 잡고 있다. 자못 위엄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수도 캔버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상징이 국회라는 점에서, 그저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 캔버라 출장을 가서 만난 교민의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행정수도 세종시가 자리 잡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국회 이전을 꼽았다. 캔버라에서 10여년째 거주중인 A씨는 "캔버라는 한적한 시골 같은 이미지는 있지만, 행정 비효율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가끔 세종시의 행정 비효율 소식을 접하는데, 국회가 하루 빨리 내려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929년 국회 이전 이후, 캔버라는 호주 최고의 취업률과 문화지수를 자랑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1990년대 중반 15만명 수준이었던 캔버라 인구는 최근 약 4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호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서 소행성에서 온 어린왕자에게 사막의 여우가 한 말이다.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꺼내 든 글귀다. 한국인이지만 해외에서 인생 대부분을 보낸 한 외국계 SW업체 CEO에 물었다. 한국이 진정으로 IT(정보기술) 강국이라고 생각하느냐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좀 아쉬운 것이 있어요. 스마트폰처럼 눈에 보이는 것은 잘하는 것 같은데 SW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여전히 모자라는 것 같단 말이죠. 뭔가 좀 더 이노베이티브(Innovative·혁명적인)한 것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이 CEO의 말은 그 자체로 아쉬움이 남는다. IT 업계를 출입하다 보면 SW 업체에 대한 인식이 업계 내에서도 다소 갈린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며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열정페이' 없는 곳이 어디 있을까. 화려해 보이는 호텔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안정적인 대기업을 선호하는 풍토에서 호텔 업계 취업준비생 역시 대기업 계열 호텔에 몰린다. 특히 신라호텔은 이부진 사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등 오너일가가 직접 챙긴다는 점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해 더욱 인기가 높다. 이러한 신라호텔 신입 정직원이 되는 방법은 3가지다. 삼성그룹 공채와 신라호텔 자체 공채, 인턴 형식의 '시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다. 스펙 없이 공채로 들어가기 어려운 현실에서 흔히 택하는 방법이 시용이다. 시용직의 경우 통상 1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 대신 1년간 낮은 시급을 받고 일하는 '열정페이'를 감수해야 한다. 동종업계 관계자 및 호텔 전문학교 등에 따르면 신라호텔 식음업장에서 시용으로 근무할 경우 15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도 4년제 대학을 나온 경우에 해당되고, 2년제 대학 졸업생의 경우 1400만 원을 받는다. 세금 등을 제외하면 한 달에 100만
"장관이나 총리 자리보다 대법관은 더 지엄한 자리입니다. 행정조치를 하는 기관이 아니잖아요. 말과 정의뿐입니다. 그런데 이 곳에 왜 이 고문수사 은폐조작의 혐의를 받는 분이 가야 하는 것이냐, 이겁니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7일 오후 국회.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부영 전 의원의 말에 회의장은 숙연해졌다. 이 의원의 한마디는 야당이 지금껏 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거부해온 이유, 이 청문회가 임명동의안 제출 72일 만에 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오전 내내 인사청문회는 박 후보자가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은폐에 가담했는지에 대한 '기술적'인 공방으로 채워졌다. 여당에서는 당시 말단 검사였던 박 후보자가 수사 지시가 없는 한 추가 고문경관이 있다고 하더라도 재수사를 하지 못할 처지였다는 주장. 야당 청문위원들은 박 후보자가 직접 사건의 축소·은폐에 가담은 안했을지언정 적극 대응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추가 공범을 알고도 모른척 했느냐,
가십성 연예 기사가 보도될 때마다 댓글을 다는 이들 중에는 이른바 '음모론자'들이 있다. 이들은 정부가 치부를 가리기 위해 연예매체들에게 쟁여놓은 정보를 흘려준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들은 아이돌가수 수지의 열애 같은 대형 연예 이슈가 정권의 지지율 하락 시기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근거를 든다. 여기 또 다른 주장이 있다. 매 정권 위기 때마다 '반기업 정서'에 기대서 대대적 사정을 벌인다는 것이다. 정권 수뇌부의 '부패 척결' 발언에 뒤이은 검찰의 집요한 수사는, 정권에 대한 지지율을 높이고 국정을 운영할 동력을 확보하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는 누가 집권하든 비슷하게 레임덕이 올 것을 우려하는 시기 직전인 '3년차'에 실행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2010년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김태호 국무총리 임명에 실패하며 궁지에 몰리자 '권력비리·토착비리·교육비리'를 뿌리째 뽑겠다며 대기업들 압박에 속도를 냈다. 최근 포스코건설 해외 비자금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상당히 부지런한 오너다. 일상의 기강이 서 있는 인물이라 아침 일찍 서울 역삼동 그룹 본사로 출근해 그날 보고를 듣고 결재사항을 미루지 않고 처리한다. 재벌 오너 중에 일정을 제 멋대로 바꾸고 부하들을 기다리게 하는 이들이 많은데 허 회장은 예측 가능한 보스에 속한다. 허 회장이 오전에 빼곡한 일정을 처리한 뒤 낮부터 특별한 업무가 없으면 찾는 곳이 인터컨티넨탈호텔이다. 허 회장은 역삼동 사무실에서 인터컨티넨탈호텔이 있는 삼성동까지 수행원 한명 정도만 데리고 걷는다고 한다. 48년생인 그가 신체적인 건강과 총명한 판단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호텔에 도착하면 수행원마저 보내고 혼자 피트니스 클럽을 찾아 움직인다. GS그룹이 지난 2월, 1년간 IMM프라이빗에퀴티와 벌여온 파르나스호텔 매각 협상을 거둬들이고 계열사인 GS리테일에 매각하기로 했을 때 그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다. 허창수 회장이 파르나스와 그 주요 자산인 인터컨티넨탈호텔에 가진 애
대형마트 가격전쟁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조금씩 녹이는 듯하다. 아직까지 대형마트 매출이 확 늘어날 만큼 충분하지는 않지만 대대적인 가격할인에 들어간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장기불황으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마저 줄였던 소비자들이 저렴한 신선식품 가격표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사실 대형마트들이 신선식품 할인에 나서는 게 새로울 것은 없다. 할인 품목이나 할인폭도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형마트마다 최저가를 주장하지만 그 차이는 겨우 10~20원에 불과하다. 또 마진을 포기한 미끼상품으로 고객을 홀리는 경우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고객들이 대형마트로 달려가는 건 결국 '소비는 심리'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이 동일한 상품을 두고 서로 더 싸다고 경쟁하는 과정이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한다. 심리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샀다는 안도감은 지갑을 다시 여는 것도 주저하지 않게 만든다. 대형마트들이
“실패는 절대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실패해 본 사람의 경험을 더 높이 사지만 한국 문화는 다른 것 같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과 타운홀 미팅을 열고 대화를 나눈 찰스 리프킨 미국 경제담당 차관보의 쓴소리다. 이 자리에서 한 스타트업 대표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초기 투자금보다는 3년 이상 된 회사에 투자금이 더 필요한데, 한국에서는 초기기업 외에는 투자금을 받기 어렵다는 불만이었다. 미국에서는 어떤 지원이 있느냐고 물었다. 찰스 리프킨 차관보는 미국에서 공적인 지원은 없다면서도 “ 정부가 나서기 보다는 민간 영역에서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벤처투자사(VC)의 투자 행태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유명 VC일 수록 학연과 같은 ‘끈’이 없다면 그들의 리그에 속하기 어렵다는 한탄이다. ‘끈’ 있는 창업자는 실패해도 다양한 추가 투자 기회와 재활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렇지 못한 창업자는 어떻게든 초기
"은행권에서 가장 시급하게 없애야 할 문화가 '상후하박(上厚下薄)이다" 최근 은행권의 채용 확대 방침에 대한 한 은행권 인사의 목소리였다. 발단은 지난 1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업협회장들과의 만찬 회동이었다. 식사 직후 최 부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마치 입을 맞춘 듯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불과 2주일만인 지난달 29일 주요 시중은행들은 '작년보다 채용을 배로 늘리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내용을 뜯어보면 규모를 늘리는데 안간힘을 쓴 흔적이 드러난다. 청년 일자리의 핵심인 대졸 공채는 KB국민은행이 110명, 신한은행은 80여명 정도다. 다만 신한은행은 시니어 직원들을 위한 '전담관리직' 220명을, 국민은행은 경력단절여성 200명을 포함시켜 전체 채용 규모의 '포장'을 800명과 1000명 정도까지 늘렸다. 올해 초 일찌감치 대졸 공채를 1년 만에 2배(220→400명) 가까이 늘리겠다고 밝힌 IBK기업은행의 '선견지
주5일 근무제 논의 무산(2001년), 공무원노조 도입 논의 무산(2002년), 선진노사관계법 논의 무산(2003년), 비정규직법 논의 무산(2005년), 60세 정년 법제화 무산(2011년), 특례업종 개선 합의 무산(2012년), 통상임금 대타협 무산(2013년)…. 1998년 출범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의 역사는 그야말로 무산의 역사다. 여기에 한 줄을 더 쓰게 생겼다. 연일 철야회의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대타협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위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말투로 "노사정위는 무능한 조직이 아니라 매번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무산의 역사를 아로새기고 있는 노사정위에 대한 새로운 해석. 무슨 뜻일까. 노사정위는 40여명이 연 30억원 정도의 예산을 쓰는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한 자리에 모여 노동현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자는 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