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에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모두의 이목이 쏠린 것은 이 공청회가 '노사정 대타협' 실패 후 정부가 주도하는 노동개혁의 신호탄 격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민간기업이 노조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제할 예정이었고, 노동계는 이에 반발하며 공청회 저지를 예고한 상황이었다.
정부는 미리 경찰병력까지 배치했지만 결국 공청회는 무산됐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공청회를 실력으로 저지했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장서 10여분을 조합원들 틈에서 머물다가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공청회 무산에도 불구하고 정부 발제문은 이날 조간신문을 통해 모두 보도가 됐다. 정부가 공청회 하루 전 언론에 발제문 내용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공청회 실력저지와 정부의 발제문 사전공개는 정부와 노동계 양쪽 모두의 심각한 불통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는 공청회를 통해 노측에 임금피크제 도입 방안에 대한 공개토론을 요청했다. 양대 노총을 초청해 정부 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하지만 노동계는 공청회를 무산시키며 판을 깼다. 국민들 앞에서 노동계의 의사를 피력하는 자리 자체를 거부한 셈이다.
정부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청회 전에 언론에 발제문을 공개한 것은 이미 노동계의 의사와 관계 없이 정부 방안을 공론화하겠다는 수로 읽힌다. 공청회날만 벼르고 있던 노동계는 정부의 발제문 사전 공개에 뒷통수를 맞았다. 부랴부랴 반박성명을 냈는데, 정부 안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은 싣지 못하고 정부에 대한 비난과 투쟁의지 강조 수준에 그쳤다.
꼼수와 물리력으로 얼룩지는 노동개혁 과정을 보며 입맛이 쓰다. 대타협 실패가 곧 노동개혁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원샷 대타협은 무산됐지만 이제는 노동개혁안에 포함된 각 사안에 대해 노사정이 치열하게 대화하고 대범하게 타협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노사정 대타협은 오히려 이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다.
무산된 공청회 현장을 지키던 한 정부 인사는 "소통을 바라는 국민들의 눈에 오늘 일이 어떻게 비춰질지 두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