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D등급 고가' 위 수목원, 안전 괜찮나

[기자수첩]'D등급 고가' 위 수목원, 안전 괜찮나

남형도 기자
2015.05.26 05:30

지난 1월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선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과 관련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서울시 관계자는 노후화 된 서울역고가에 대해 "콘크리트 바닥판을 교체하고 기둥 등을 보수보강하면 작은 수목과 편의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과 4개월 뒤인 5월, 시는 서울역고가를 수목원으로 만드는 설계안을 확정, 발표했다. '작은 나무' 정도만 설치할 수 있다던 서울시의 말이 시내 각종 나무를 심겠다는 '수목원' 계획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D등급 고가가 감당해야 할 수목원의 무게, 그로 인한 안전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와 관련해 기자설명회 도중 나온 질문에도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서울역고가는 지난 1970년 개통한 후 44년이 경과됐다. 지금도 노후화가 계속되고 있고 2013년 감사원 감사에선 조기철거를 주문하기도 했다. 차량통행 안전성은 한계에 도달했으며 지난해 2월엔 교량 바닥판의 콘크리트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후 13톤 이상 중차량의 운행을 제한했다.

구조적 안전을 이유로 사람이 다니는 보행길로 만들겠다던 것인데 수목원을 만들겠다니 안전문제에 대한 의심이 제기된다. 시 스스로 '작은 나무'만 설치할 수 있다고 말한 터라 불안이 가중된다. 수목원의 하중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식으로 보수와 보강을 하는 건지, 그렇게 하면 D등급 구조물이 이 수목원과 방문객의 하중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일언반구도 없다. 그저 "안전문제 염려 없도록 하겠다, 시민의견 수렴해 보완하겠다"는 앵무새 답변뿐이다.

서울역고가 철거의 이슈가 남대문 상인을 주축으로 하는 '교통대란'에만 쏠려있어 안전문제가 소홀히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안전문제는 특히 시민들이 육안으로 점검할 수 없는 부분이라 서울시가 주도해 상세히 설명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승현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의 '서울역 고가 재활용과 주변지역 활성화방향' 연구자료에 따르면 서울역고가를 반대하는 전문가 중 토목·건설 분야가 가장 많다.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 중 구조안전 문제가 가장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시는 스스로 소통하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정보소통광장의 서울역고가 관련 대다수 문서를 '비공개'로 꼭꼭 닫아놓기까지 했다. 가뜩이나 비판을 많이 받는 터라 추가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함일 것이다.

성급하게 추진할 것이 아니라 설계안이 나온 지금부터라도 구조상 안전문제를 꼼꼼하게 따지고 서울시민들에 알려야 한다. 주변 상권 활성화, 녹지 공간 조성, 좋은 전망, 보행로 연결 등 서울역고가 사업의 모든 긍정적 효과도 '안전' 문제 하나로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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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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