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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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티노'. 애플의 본사가 위치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중심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북 구미의 LG이노텍 사업장, 이 곳에 쿠퍼티노란 이름을 가진 별도의 공간이 있다. 애플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지내는 곳이다. 구미 쿠퍼티노에 상주하는 애플 직원들은 카메라모듈 핵심 공급사인 LG이노텍과 원활한 소통을 하는 게 미션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애플은 LG이노텍의 전체 매출 가운데 80% 가량를 책임진다. LG이노텍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애플로 추정되는 단일 고객사로부터 거둔 매출은 6조8161억원이다. 같은 기간 LG이노텍 전체 매출의 77%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LG이노텍의 애플 매출 비중은 80%였다. 애플 목걸이를 한 직원들이 구미 사업장 곳곳을 쏘다니는데, 일부 LG이노텍 직원들은 이를 부담스럽게 여긴다. LG이노텍은 애플에 공급하는 카메라모듈에 사용되는 재료와 관련 부품을 모두 애플이 지정한 곳에서만 구매해 조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의 쿠퍼티노는 '협력'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가 실시한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지나치게 세제 지원에 편중된 정책을 편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일반주주들의 권익 증대를 위한 제도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비판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물적분할·합병 시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상법 개정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국감 대상이 아닌 한국거래소도 의원들의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0개 종목의 선정 기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밸류업 역행 논란에 휩싸인 두산밥캣이 포함되고, 오히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펴는 KB금융이 빠진 점이 가장 의아스러운 사례로 꼽혔다. 증권가에서도 논란이 커지자 거래소는 지수 발표 이틀 후 선정기준을 해명하는 입장을 냈으나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이하 K-딥테크 왕중왕전)이 막을 내렸다. 전국 5대 과학기술원이 육성하는 학생창업·교원창업 1곳씩 총 10곳이 K-딥테크 왕중왕전 결선 무대에 올라 기업 소개에 나섰다. 이후 심사위원의 질의도 이어졌다. 이번 K-딥테크 왕중왕전에서 눈에 띈 건 아무래도 심사위원의 질의였다. 학생창업과 교원창업에 대한 질의 내용이 확연하게 차이났다. 교원창업에게는 기술 관련 내용에 질문이 집중된 반면 학생창업에게는 시장적합성(PMF)에 대한 질문이 집요할 만큼 반복됐다. 왜 그랬을까. 한 심사위원은 "기술이나 사업적 아이디어는 좋지만 타겟 시장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며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방향을 설정하지 않으면 피봇(Piv
"금리인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왜 금리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 늪에 빠졌는지 성찰은 부족해 보인다." '금리인하 실기론'에 대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반박이다.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내리면서도 "시점이 늦었다는 의견이 있지만 1년 뒤 상황을 보고 평가해달라"고 했다. 정부나 정치권의 금리인하 압박에도 철저히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이 총재의 소신에 공감한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큰 위협이라는 진단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천재' 이 총재의 설명은 막힘없다. 특히 이 총재의 한은을 두고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저임금이나 대입제도 등 구조개혁 목소리에 힘을 준다. 이 총재가 직접 나서 메시지 전달에도 힘쓴다. '한은이 왜 이런 일을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통화정책 결정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라 답한다. 가계부채와 집값 때문에 금리인하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이 총재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장기간의 고금리가 내수
국민 앞에서 서울경찰청장과 일선 경찰서 과장이 충돌했다. 지난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상관의 지휘·감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는'(경찰법 6조) 경찰관이 최고 지휘라인에 얼굴을 붉힌다. 14만 경찰 조직에 주는 메시지가 작지 않다. 상당수 경찰은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라며 고개를 떨군다. 업무에 지친 일부는 상관을 곁눈질하며 '나도 한번' 반항을 꿈꾼다. 이른바 '세관 마약연루 수사 외압' 논란을 두고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1월 말레이시아 운반책 6명이 필로폰 24kg을 몸에 숨겨 국내에 반입했다. 인천세관이 이들과 연루됐는데 '용산' 지시로 수사가 방해됐다는 일선 경찰서 과장의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정치권은 '제 2의 채상병 사건'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외압 논란에서 드러난 실체는 하나다. 지난해 10월 조모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 A 과장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교통과 여성, 청소년 안전 등을 담당하는 생활부장이
"현대자동차·기아가 30년 내로 세계 판매량 1위에 올라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몇 달 전 전기차 관련 행사에서 한 자동차학 교수의 발언에 좌중에선 옅은 웃음소리가 나왔다. 기술력과 부품경쟁력 모두 현대차가 다른 완성차업체보다 비교적 앞서 있다는 평가에서 나온 전망이었지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읽혔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를 보면 결코 허황된 꿈이라고 말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판매량 700만대 수준을 유지하고 제네럴모터스(GM) 등과 동맹을 이끌어 내면서 글로벌 판매 2위이자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그룹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361만5915대로 폭스바겐그룹(434만8000대)과 약 73만대 차이다. 지난 1분기에는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6조9831억원)이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 45억8800만유로(약 6조7935억원)를 넘어섰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폭스바겐이 본진인 독일 공장을 폐쇄할 만큼 하락세를 겪는
#1. "MZ세대(1980년-2004년 출생)의 일본에 대한 인식은 기성세대와 다르다. 생각이 완전히 변했다. 거의 다 우호적이다. 기존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정책을 펼치면 안 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며칠 전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다. 낯선 말은 아니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한일 관계 회복에 집중했다. 물론 우리의 외교·경제적 이익에 일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지만, 늘 거기에 붙었던 명분 중 하나는 '미래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르다' '이제 정부도 일본과의 과거사에 연연하는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 통일 관련 기획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MZ세대 6명에게 "통일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모두 "필요 없다"고 답했다. 질문을 바꿔봤다. "북한 정권이 무너질 때 북한 영토를 중국이 가져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6명 중 5명이 "그건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MZ세대의 입체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논리의 일관성보단 실리가 먼저다. 한 전문가는 질문에 따라 달라지는 답변에 대해 "MZ세대는 당장 눈앞에 놓인 이익과 손해에 따라 그때그때 결정하는 세대"라며 "MZ세대는 그런 면에서 어떤 세대보다 똑똑하고 입체적"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에는 큰돈이 몰린다. 인생 최대의 지출이 뭐였냐는 질문에, '주택매수'라는 답을 내놓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투자 성격도 있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동산에 투자해 '인생역전'을 꿈꾸는 이도 상당수다. 큰돈을 투자하고, 그 돈이 더 불어나길 바라는 '욕구'가 부동산 시장에 있다. 큰돈과 욕심에는, 사기꾼들이 좋아하는 '냄새'가 난다. 집값을 시세보다 높게 거래했다고 신고한 뒤 나중에 취소하는 '집값 띄우기', 서울·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빌라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서민들의 '피같은 보증금'을 빼앗아간 전세사기, 운좋게 '강남로또' 청약에 당첨됐지만 자금마련이 어려운 청약자에게 다가서는 검은 그림자, '떴다방'까지. 부동산 시장에는 온갖 불법과 편법이 난무한다. 최근 2021년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34개월 간 체결된 국내 부동산 거래 약 318만6963건 중 중개거래 비중은 54.2%에 그쳤다. 나머지 45.8%가 불법·무등록 중개를 포함한 직거래였다는 사실은 아직 한국
한국이 네번째 도전 끝에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2022년 9월 '관찰 대상국' 지위에 오른 이후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WGBI 편입으로 예상되는 자금유입 규모는 70조~90조원으로 평가된다. WGBI 추종 펀드규모는 약 2조5000억원달러로, 한국의 편입비중은 2.22%(약 560억달러)인 점을 고려해 추산한 수치다. 실제로 중국은 WGBI 등 글로벌 국채 지수에 편입되기 시작한 2019년 4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외국인 자금 약 1조3600억위안(약 259조원)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4월 WGBI에 편입된 멕시코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한때 40%에 육박하는 등 외국인 자금이 뚜렷하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한국의 WGBI 편입이 국내 자본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거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외국인 자금을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이 지난 7일(현지시간) 1년을 맞이했다. 지난 1년간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을 중재하는 등 세계 각국은 전쟁 중단을 위한 노력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현재 중동 상황은 1년 전보다 더 악화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 중단을 강조하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간곡한 요청에도 가자지구에서 이어 친이란 세력이 있는 레바논(헤즈볼라), 예멘(후티 반군)까지 공격했다. 결국 이란까지 이 분쟁에 관여하면서 가자전쟁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충돌하는 제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위기에 처했다. 이란은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 공습과 하마스 최고지도자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두 차례(4월과 10월) 발사했지만,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서지 않으면 추가 공격은 없을 것이라며 중동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경계하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친이란 세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82조4000억원으로 매년 10%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함께 국민의 중요한 노후자산 중 하나지만 수익률은 연 평균 2~3%대에 그친다. 대부분 사람들이 퇴직연금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거나 제대로 된 지식이 없어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본격 시행됐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디폴트옵션 가입자의 86.5%인 489만명은 원금보장형 상품인 초저위험 등급을 선택했다. 초저위험 등급의 1년 간 수익률은 평균 3.47%다. 퇴직연금 대부분이 원금보장형에 머무르는 주된 이유는 원금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다. 주식 투자로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한 투자자들은 주식을 도박으로 치부하면서 나의 노후가 달린 퇴직금을 도박으로 날릴 순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다. 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들 역시 주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원금을 지키기에만 바쁘다. 주식은 위
"중국산 때문에 철강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국내 한 철강사 관계자가 시장 상황에 대해 한숨을 쉬면서 한 말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중국 내 건축자재 수요가 급감하면서, 중국기업들이 대규모로 쌓인 재고를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해외에 수출했기 때문이다. 중국기업들이 생산을 멈추지도 않았다. 이들의 저가 공급과잉 상태가 이어지면서 철강의 주요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하락했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린 한국기업들은 올해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나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전 세계 철강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중국은 전 세계 철광석 수요의 70%를 빨아들이기도 한다. 전 세계 철강 시황에 중국의 영향력이 큰 이유다. 이 구조는 중국 경기가 좋을 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중국 경기가 부진하면서 문제로 떠올랐다. 세계 곳곳에서 저가 중국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