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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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여행 마일리지는 단 1마일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철저히 관리하겠다" 지난해 3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 문제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입장이다. 양사 합병으로 아시아나항공 이용자들이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를 종식하려는 의도였다. 합병이 결정된 이래 아시아나항공 이용자들에게 양사 합병은 악재로 여겨졌다. 그동안 쌓아왔던 아시아나항공 '충성고객'으로서의 자부심도 그렇지만 '스타얼라이언스' 항공동맹 회원으로서 누렸던 혜택들 역시 반강제적으로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일리지 전환마저 불합리하게 이뤄진다면 아시아나항공 충성고객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양사 마일리지 통합 비율을 1대 0.7로 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발표처럼 1대1로 마일리지를 전환하게 되면 대한항공 회원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시중에서 대한항공 마일리지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동등
"이창용 총재는 왜 그런데요? 진짜 정치할 것 같나요?" 외부 취재원과의 자리에서 한국은행 출입 기자라고 하면 항상 듣는 말이다. '이번에 금리를 내릴까요?'보다 먼저 나오는 질문이 이거다. 한은 직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빠지지 않는 메뉴다. 주로 '정치 욕심보다 경제에 진심인 것 같다'는 답을 했다. 비교적 '가까이에서 자주' 이 총재의 행보를 지켜봐 온 입장에서 그랬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갸우뚱해진 면이 있다. 이 총재가 직접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도 '의도가 있다'고 바라보는 사람이 적잖다. 이 총재의 최근 발언이나 행보와 무관찮다. 정치인들의 잇단 한은 방문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문제가 된다는 우려가 적잖게 나오지만 이 총재는 개의치 않는다. 여당 의원들을 맞이하기 위해 한은 본관에서 10여분을 기다리면서, 정치인들의 방문이 잦다는 기자들의 말에 "매일 오는 것도 아니다"라며 웃어넘겼다. 물론 이 총재의 거침없는 행보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오는 4월
#1.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27일. 117년 만의 11월 폭설로 항공편 지연과 취소가 속출하며 공항은 마비를 겪었다. 모 항공사 카운터 대기 줄은 아수라장이었다. 지연 끝에 결항 통보를 받고 항공권 환불 또는 변경 안내를 받으려는 승객들과 출국을 앞두고 카운터를 방문한 승객들로 뒤엉켰다. 해당 항공사 직원은 "저녁 시간대라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직원들이 부족하다"는 해명과 함께 "고객센터에 전화해 안내받으라"고 고지했다. 그러나 고객센터 전화는 다음날 오전까지도 문의 전화가 빗발치면서 불통이었다. #2. 제주항공 참사의 아픔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지난 28일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기내 비상탈출 경위를 놓고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사측은 "기장은 2차 피해 없도록 유압·연료 계통 즉시 차단 후 비상탈출을 선포했다"고 하지만, 일부 탑승객들은 승무원의 화재 대응이 미흡했다고 주장한다.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비상 상황에 따른 불편 때문에
"김정은은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 한 마디에 한국 외교가가 뒤집혔다. '실질적 핵 보유국'을 뜻하는 '뉴클리어 파워'는 그동안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사용한 표현이 아니다. 자칫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어서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지명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해 '뉴클리어 파워'란 표현을 썼을 때 우리 외교부는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핵 보유국을 지칭하는 공식 외교 용어는 뉴클리어 파워가 아닌 '뉴클리어 웨폰 스테이트'(nuclear-weapon state)라는 등의 논리였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외교부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및 대선 과정에서의 언급과 같은 맥락일 뿐 북한 비핵화는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원칙"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한다. 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핵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지는 아직 그들 스스로조차 명확하지 않을
금융당국이 부실기업인 이른바 '좀비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내놨다. 그동안 우리 주식시장은 상장기업 수나 시가총액 등 양적인 규모는 계속 커졌지만 개별 상장사의 기업가치, 성장성 등 질적인 발전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상장사로서 적절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시장에 그대로 존재하면서 우리 증시 전반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국내 상장회사 수는 17% 늘었으나 시가총액 상승률은 34%, 주가지수 상승률은 3%대에 머물렀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크다. 같은 기간 미국 상장회사는 3% 증가했지만 시가총액·주가지수 상승률은 각각 80%대에 달한다. 대만도 상장회사 수는 8% 늘어나는 데 머물렀지만 시가총액·주가지수 상승률은 100%가 넘는다. 최근 6년간 국내 주식시장에는 연평균 99개사가 진입했다. 반면 퇴출 기업수는 연평균 25개사로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통계는 증시 진입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보다 한층 거세진 강도로 미국우선주의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국이 단 하루도 다른 국가에 이용당하게 두지 않겠다며 미국을 최우선으로 둔 정책 시행을 예고했다. 취임 기념 퍼레이드에선 2만여 명의 지지자 앞에서 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및 교서를 전부 폐지하는 등 자신의 권력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거침없는 행보는 취임 전부터 예고됐었다. 2024년 미국 대선 주요 경합 주에서 모두 승리하고,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으로 든든한 정치적 지지까지 얻은 그에게 걸림돌은 없었다. 특히 트럼프 집권 1기 때의 고통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판단에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던 정부 인사와 기업들도 '친트럼프' 기조로 돌아서며 그의 행
"철강산업이 위기라고 합니다. 어렵긴 어렵습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이 지난 14일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서 한 말이다. 서 사장이 "다 같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하자, 현장에 있던 CEO(최고경영자)들은 힘없이 웃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중국발 공급과잉이다. 중국 내수 경기가 부진에 빠졌지만, 현지 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남아도는 물량을 전세계에 저가로 밀어내고 있고, 국내 기업들이 그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제철을 비롯한 국내 철강사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다시피 했다. 상황이 단기간 내에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 장인화 한국철강협회장은 "중국같이 큰 나라의 내수가 빨리 살아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은 계속 우리나라에 밀어내기를 할 것"이라며 "올해는 어려운 해"라고 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도 근심거리다. 자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다른 나라의 철강사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거나, 수출 할당량을 낮출 수 있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견제가 더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아직 그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 이전인 1400원보다 높은 1450원대에서 거래 중이고 코스피는 여전히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계엄 사태 이후 국내 증시에서 3조원 가량을 팔아치운 외국인은 지금도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1년여 간 공들여 왔던 밸류업의 노력이 단 몇시간 만에 물거품이 됐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지난해 1월부터 밸류업 정책을 공식화하면서 1배를 밑돌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한때 1배를 상회하는 등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계엄 사태 이후 12월9일 코스피 PBR는 최저 0.83배까지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국면이었던 2020년5월 이후 최저치였다. 지금도 PBR는 0.9배를 밑돈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이다. 계엄 이후 벌어진 탄핵 국면에서 다양한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자본시장의 우려 중 하나는 밸류업 정책
"○○기관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얼마 전 폐막한 CES 2025의 통합한국관. 전시관 한쪽면의 기다란 전광판에 이런 메시지가 송출됐다. 통합한국관 로고 자리지만 '귀빈'이 방문할 땐 재빠르게 기관의 명칭이 담긴 환영 인사가 나왔다. 환영 인사는 기업들의 로고보다 더 크고 밝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인사를 받은 주인공들은 대부분 통합한국관을 지원해준 국내 공공기관이었다. 기업들이 기다리던 해외 바이어들과 벤처캐피탈(VC)들은 핵심 임직원만 소수로 방문해 환영 인사를 받지 못했다. 어차피 해외 참관객은 이런 의전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다른 나라 전시관에도 귀빈 환영 인사는 없었다. 이처럼 CES 한국 전시관들에서는 주인공을 헷갈리게 만드는 장면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전시관 내 기업 배치부터도 그랬다. 다른 나라 전시관들은 1열 '헬스케어', 2열 '로봇' 등 산업별로 기업을 배치했다. 특정 산업에 관심 있는 참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모든 기업을 볼 수 있도록 한 배치다. 반면
"한국 정치가 불안해서 국책 에너지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지…" 한국 투자를 희망하는 외국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비상 계엄·탄핵 정국 속 국내 정치·경제 상황을 지켜보는 해외의 시선엔 작은 기대와 큰 우려가 공존한다. 정부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해도 선뜻 믿지 않는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한다'는데 외국 기업 입장에선 확인해야 할 돌다리가 더 생겼다. 정부 입장에선 돌다리는 튼튼하다고 확인해주고 더 늘어날 돌다리는 없다는 믿음까지 줘야 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 여부는 또다른 변수다. '에너지 정책'의 경우 더 그렇다. 해상풍력, 태양광, 원전 등 에너지 정책은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가 중요한 데 정부와 국회의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대표적이다. 첨단 산업 육성, 기간 산업 경쟁력 유지, 확대 추세의 국민 전기사용량을 고려해 정부가 마련한 전기본에 대해 국회 논의가 미뤄지고 있다. 비상 계엄·탄핵 등 혼란 때문이 아니다. 원전을
"당내에서 '길게 봐라. 조금만 버티면 (더불어)민주당이 사고 칠 것이고,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란 말들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장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비상계엄·탄핵 정국에서도 이 당의 쇄신과 변화가 요원한 이유"라며 이같이 말했다. 굳이 힘들게 뼈를 깎는 쇄신과 개혁을 하지 않더라도 경쟁상대인 민주당이 큰 실책을 범하면 그 반사이익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인식이 여당에 팽배하단 얘기다. 얼마 후 민주당발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터졌다.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전용기 의원은 10일 "커뮤니티,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가짜뉴스를 퍼나르는 것은 충분히 내란 선전으로 처벌받는다"며 "단순히 일반인이어도 내란 선동이나 가짜뉴스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사적 대화를 검열하느냐는 비판이 빗발치자 민주당은 "카카오톡상으로 퍼지는 내란 선동과 가짜뉴스 제보를 통해 접수받고 이를 토대로 문제 여부를 검토하겠단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내란 선전
한국은 병에 걸리면 누구나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다. 중증·응급·지역 환자는 예외가 점점 늘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의료개혁'이 나왔다. 정작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를 책임질 의사는 부족하다는데 국민 다수가 동의했고 정부의 정책을 지지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개혁 4대 과제에는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필수의료라는 것을 단어 하나로 간단히 정의하기엔 모호한 면이 있다. 우선 경증은 필수가 아니고 중증은 필수라고 무 자르듯 자를 수 없다. 뇌졸중은 필수의료인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고혈압·당뇨병 관리나 금연 치료는 '필수'가 아니라 할 수 있나. 비필수의료의 '대명사'인 미용·성형도 당사자에겐 삶의 의지를 꺾거나 살리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진료과별로 구분하기도 어렵다. 신경외과는 뇌를 다루는 동시에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도 수술한다. 멈춘 심장을 뛰게 하는 심장혈관흉부외과는 대부분 개원가로 나와 다리 혈관이 막힌 하지정맥류 환자를 본다.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