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급여는 非필수의료인가

[기자수첩] 비급여는 非필수의료인가

박정렬 기자
2025.01.14 05:30

한국은 병에 걸리면 누구나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다. 중증·응급·지역 환자는 예외가 점점 늘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의료개혁'이 나왔다. 정작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를 책임질 의사는 부족하다는데 국민 다수가 동의했고 정부의 정책을 지지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개혁 4대 과제에는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필수의료라는 것을 단어 하나로 간단히 정의하기엔 모호한 면이 있다. 우선 경증은 필수가 아니고 중증은 필수라고 무 자르듯 자를 수 없다. 뇌졸중은 필수의료인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고혈압·당뇨병 관리나 금연 치료는 '필수'가 아니라 할 수 있나. 비필수의료의 '대명사'인 미용·성형도 당사자에겐 삶의 의지를 꺾거나 살리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진료과별로 구분하기도 어렵다. 신경외과는 뇌를 다루는 동시에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도 수술한다. 멈춘 심장을 뛰게 하는 심장혈관흉부외과는 대부분 개원가로 나와 다리 혈관이 막힌 하지정맥류 환자를 본다. 지금은 필수의료에 당연한 듯 포함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사실 2019년까지는 오히려 전공의 충원율이 100%가 넘는 '인기과'였다.

우리나라는 생명을 책임지는 의료행위에는 급여를 최대한 적용한다. 환자가 돈이 없어 목숨을 잃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필수의료=급여'는 그래서 일정 부분 타당하다. 그러나 비급여라고 해서 필수의료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부가 지난주 치료 효과성·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비급여를 재평가한다고 발표했다. 탄핵 정국임에도 이처럼 서두르는 것은 고령화에 따른 진료비 상승이 시급한 해결 과제라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정 갈등에 의사들이 빠진 채 '필수의료'를 제대로 판단하고 비급여·급여 여부를 구분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누가,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행위별로 적합성을 제대로 따져 '내게 꼭 필요한' 진료를 보는 국민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자칫 의료개혁 정책 자체에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정부가 소비자를 사기꾼으로 몬다" "보험사의 이득만 대변한다". 비급여 관리 정책 발표 현장에서 터져 나온 '시민'들의 반대 고성이 담당자들에게 뼈아프게 들렸길 바란다.

박정렬 바이오부 기자
박정렬 바이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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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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